탁류 평강천 준설 하세월… ‘에코’ 빠진 에코델타시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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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웅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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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낙동강 생태 복원 작업 지지부진
착공 2년 6개월에 공정률 20%대
자연건조 공법 탓 공사 들쭉날쭉

아파트 입주 러시 주민 수질 걱정
친환경 수변도시 ‘유명무실’ 우려
부산 강서구 에코델타시티를 가로질러 흐르는 평강천. 평강천 수질 개선 사업은 서낙동강 생태계 회복을 위한 첫 과제지만 제대로 진행되지 않고 있다. 이재찬 기자 chan@


친환경 수변도시를 표방하며 조성 중인 부산 강서구 에코델타시티에 속속 주민 입주가 시작되고 있지만 정작 서낙동강 생태계 회복을 위한 첫 과제인 평강천 수질 개선 사업은 제대로 진행되지 않고 있다. 사업 주체인 낙동강유역환경청이 평강천 준설 방법으로 자연건조 공법(부산일보 2023년 7월 31일 자 1면 등 보도)을 택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자연건조 공법은 날씨에 따라 공사 일정이 변동되기 때문에 평강천을 비롯한 서낙동강 일대 수질 개선 사업도 연이어 늦어질 가능성이 커졌다.

10일 낙동강유역환경청에 따르면 2021년 12월 착공에 들어간 ‘평강천 평강지구(4.3km) 환경정비사업’은 비용 절감 등을 이유로 자연건조 공법으로 진행 중인데, 착공 2년 6개월이 넘어도 공정률이 20%대에 머물고 있다. 준공 목표도 당초 계획보다 1년 미룬 2025년인데 이마저도 지키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평강천 일대 퇴적토는 썩은 펄과 미세한 모래 입자가 섞여 있어 물이 잘 안 빠진다는 게 환경단체와 업계 설명이다. 이러한 전례를 고려하면 하리지구도 공기 지연이 불 보듯 뻔한 상황인 셈이다.

4대강 사업에 참여한 한 준설업체 관계자는 “묽은 미숫가루 같은 준설토를 햇빛에 말려서 정해진 시간에 육상 운반이 가능한 토양 함수비(흙 속 수분 비율)로 맞추기 힘들다”고 말했다.

평강지구와 하리지구 등 2개 구역으로 나눠 진행되는 평강천 준설사업은 서낙동강 수질 개선 첫 단추로 꼽힌다. 평강천과 서낙동강은 낙동강 본류에서 물이 제대로 유입되지 않고 유속이 빠르지 않아 오염토 제거 작업 등 수질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특히 평강천은 에코델타시티를 관통하는데 여전히 수질 3~4등급으로 오염 정도가 심각해 수질을 끌어올리기 위해선 준설 작업이 빠르게 이뤄져야 한다.

문제는 준설 작업이 자연건조 공법으로 추진된다는 점이다. 자연건조 공법은 진흙 형태 준설토를 햇볕에 건조한 뒤 반출해야 하는 방법이다. 하천 준설에서 이뤄지는 탈수 과정 없이 땅에 널어 자연 건조하는 방식인데, 비가 오면 준설토가 마르지 않아 화창한 날씨만을 기다려야 한다. 평강지구에 이어 준설이 진행될 ‘평강천 하리지구 환경정비사업’도 오는 10월 실시설계 용역이 마무리되면 본격 착공에 들어갈 예정이다. 평강천 하리지구 환경정비사업은 강서구 대저1동 서낙동강 합류점~강동동 남해고속도로 일대 7.7km 구간 70만㎥를 준설하고 제방을 세우는 것을 골자로 한다. 공사는 공사 구역을 일시적으로 막아 물을 빼내 제방을 설치하고 준설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준설토는 임시적치장에 모아서 자연 건조해 반출할 계획이다. 준공 목표는 2029년 말이다.

평강천을 비롯한 서부산권 일대 수질 개선이 기약없이 밀릴 것으로 보여 ‘물 특화 스마트도시 에코델타시티’ 조성 역시 제대로 이뤄질 수 있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에코델타시티는 올해 3월 입주가 시작돼 2028년이면 7만 6000명이 거주할 예정이다. 주민들은 도시를 관통하는 하천 수질 자체가 나빠 평범한 신도시보다 못하다는 불만을 터트린다. 특히 에코델타시티는 서부산권 대표 생태도시로 대대적인 홍보가 이뤄졌는데, 제대로 도시가 조성되지 않으면 향후 추진할 서부산 도시개발 자체에 타격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낙동강유역환경청 관계자는 “자연건조 공법으로 하더라도 건조할 공간도 충분하고 우기 등을 고려했을 때 공사 기간에도 큰 문제가 없다고 보고 있다”며 “실시설계 용역 마무리 단계에서 공사 기간 적정성에 대해서는 심사가 이뤄질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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