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 갈등 불똥 튄 간호대생… 기약 없는 취업 유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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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4.07.11. 오전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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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급종합병원 환자 줄어 경영난
발령 대기 간호사만 수백 명대
부산대병원 비롯 공채 계획 없어
지난 2022년 부산의 한 간호대학 학생들이 임상 실습을 앞두고 열린 나이팅게일 선서식에서 촛불을 들고 있다. 부산일보DB


“올해 간호대 졸업을 앞두고 있는데 앞으로 2년 정도는 상급종합병원에서 일하기 어려울 수 있어 그동안 버틸 각오를 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하반기 공채로 상급종합병원에 취업한 윗 학년 선배들이 아직도 ‘발령 대기’ 상태거든요. 선배들은 로컬 병원(1차 병원)에서 임시로 일하거나 원래 학생 시절 하던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버티는 상황입니다.”

부경대 간호학과 4학년 권 모(24) 씨는 최근 상황을 이렇게 설명했다. 보통 이 시기 간호대 4학년 졸업반의 경우 상반기 상급종합병원 공채에 합격해 졸업 준비를 하거나, 곧 있을 하반기 공채에 대비해 공부에 열을 올린다. 하지만 부산대병원, 동아대병원, 인제대백병원 등 부산 주요 상급종합병원은 아직 하반기 간호사 공채 계획조차 잡지 못하고 있어, 간호대 졸업반의 준비가 무색한 상황이다.

상급종합병원의 병상 가동률이 50%대로 반토막 나면서 수익률이 줄어들자, 경영 위기가 찾아왔다. 간호사를 비롯한 병원 내 다양한 직군들이 순환 무급 휴가로 버티고 있는 상황에서, 신규 채용은 언감생심인 셈이다. 실제로 부산 상급종합병원별로 지난해 뽑아놓고 아직 발령을 내지 못한 ‘발령 대기’ 간호사만 각각 수백 명대인 것으로 알려졌다. 매년 부산 내 간호대학에서만 1000명 가까운 졸업생이 쏟아지는데 이들의 선택지가 대폭 줄어든 상황이다.

권 씨는 “향후 간호사 커리어를 생각했을 때 상급종합병원에서 적어도 3년은 경력을 쌓는 것이 유리하기 때문에 2년 정도는 다른 일을 하면서 버틸 각오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동아대병원 관계자는 “원래 간호사 채용은 공채로 정해진 인원을 뽑았다가 결원이 생기면 필요한 만큼 충원하는 구조”라면서 “그동안은 기본적으로 간호사 직군 퇴사율이 높아 채용 이후 근무 순환이 되었는데 의정 갈등으로 대폭 차질이 생겼다”고 설명했다.

부산 지역에서 간호사 채용 인원이 가장 많은 부산대병원 역시 올해 간호사 채용 계획이 없다. 부산대병원 관계자는 “전국적으로도 다들 비슷한 상황에 놓여 있고 경영 위기 상황인 만큼 부산대병원과 양산부산대병원 모두 별다른 채용 계획이 없다”고 전했다. 인제대백병원도 간호사 채용 대기 인원만 200여 명이어서 당장 공채 계획을 세우지 않고 있다고 답했다.

진주·창원 경상국립대병원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지난해 하반기에 267명의 간호사를 신규 채용하고 지난 3월 순차적으로 임용 예정이었지만 지금까지 임용이 보류된 상황이다. 병원 월 수익이 지난 1월 292억 원에서 전공의 집단행동 이후인 지난달 225억 원으로 67억 원 줄어들면서, 신규 간호사 채용은 꿈도 못 꾸고 있다. 경상국립대병원 관계자는 “이번 의료사태 이후 병원 3개 병동을 통폐합할 만큼 병원 운영에 필요한 인력이 줄었다”며 “올해 간호직 채용과 관련한 부분도 구체적으로 정해진 바 없다”고 전했다.

관건은 오는 9월 전공의 모집에 얼마나 많은 전공의가 지원하느냐다. 이들이 많이 돌아와야 병상 가동률도 회복되고 병원 사정도 개선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의료계는 회의적이다.

기자 프로필

부산일보 김현우 기자입니다. 서부경남(진주·사천·남해·하동·산청·함양·거창·합천)을 맡고 있습니다. 뛰지 않고 현장을 '날아다니는' 기자가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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