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집밥 전성시대

입력
기사원문
이병철 기자
성별
말하기 속도

이동 통신망을 이용하여 음성을 재생하면 별도의 데이터 통화료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최근 SNS와 TV 등에서 ‘집밥’이 대세다. 싱글족을 위한 초간단 레시피에서부터 아기 이유식까지 집밥과 관련된 콘텐츠로 넘쳐난다. 집밥 요리 릴스가 ‘좋아요’ 수천 개를 받는 등 관심이 폭발적이다. 일반인도 유튜브와 방송, 숏폼 등을 통해 요리 방법을 터득하고, 스스로 만들어 먹는 ‘집밥족’이 늘고 있다. 자신의 요리 과정을 찍어 SNS에 올리는 것이 일상이 됐다. 특히, 장마와 고물가로 인해 채소 가격은 물론이고 계란·식용유·라면·우유 등 주요 식료품값과 삼계탕, 김밥, 자장면, 칼국수 등 외식 가격이 덩달아 오르면서 경제적인 이유로 집밥족으로 돌아서기도 한다. 인건비·임대료·전기수도세 등 안 오른 게 없어 고물가가 ‘집밥 전성시대’를 부추기는 형국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집밥에는 가족이 둘러앉아 먹는 따뜻함과 추억이 있다. 부엌과 식탁에서 김이 모락모락 나는 식사를 함께 나누는 것은 힘든 하루를 견디게 하는 최고의 비타민이다. 세상이 각박해질수록 식탁에서 서로를 토닥이면서 위로를 나누는 시간이 점점 더 필요하다. 집밥은 단순히 배를 불리는 것만 아니라, 마음의 허기도 달래준다.

해외 MBA와 경영 컨설턴트 등 화려한 경력의 40대 전문직 여성이 ‘집밥’ 관련 책을 발간하는 등 ‘집밥 전도사’로 인생을 급전환했다고 한다. 그가 SNS 팔로워를 대상으로 ‘집밥이 어려운 이유’를 설문한 결과 ‘시간이 없다’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고 한다. 이어 ‘일상이 피곤해서’, ‘요리 실력이 모자라서’, ‘직접 요리 비용이 더 많이 든다’는 순이었다. 그래서 집밥을 수월하게 하기 위해서는 “과도한 노력을 요구하지 말고, 간편하고 맛있게 요리하라”고 조언한다.

또한 ‘어떤 메뉴를 요리하겠다’는 ‘메뉴 중심’의 강박에서 벗어나, ‘제철 채소로 뭘 만들까’ ‘냉장고 털이를 어떻게 할까’라는 ‘재료 중심’으로 생각만 바꾸면 요리가 훨씬 즐거워진다고 귀띔한다. “할머니가 모르는 식재료는 식탁에 올리지 않는다”는 당부도 눈여겨볼 만하다. MSG와 인공보존제, 인공색소 등 온갖 화학첨가물로 범벅이 된 자극적인 초가공식품을 멀리하라는 경고이다. 고물가와 SNS 요리 열풍, 건강 추구 등 다양한 이유로 불붙은 ‘집밥 열풍’. 단순히 먹고사는 문제를 떠나서, 나와 가족을 위한 최고의 투자라는 시각이 중요하지 않을까. 집밥은 내 몸을 아끼고 사랑하는 과정이며, 그 안에 스며든 따뜻함이 가족의 무한 동력이기 때문이다.

기자 프로필

이 기사는 언론사에서 오피니언 섹션으로 분류했습니다.
기사 섹션 분류 안내

기사의 섹션 정보는 해당 언론사의 분류를 따르고 있습니다. 언론사는 개별 기사를 2개 이상 섹션으로 중복 분류할 수 있습니다.

닫기
이 기사를 추천합니다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