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수했다” 주장 안 통했다… 공탁금 48억 '꿀꺽' 공무원 징역 13년(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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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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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파면… 상급자 등 6명 징계
재판 과정서 추가 범행 정황도 드러나
부산법원종합청사. 부산일보DB


공탁금 약 48억 원을 횡령한 혐의로 기소된 전 부산지법 7급 공무원에게 중형이 선고됐다. 재판부는 국민 권리와 직결된 직무를 수행하는 공무원이 거액의 공탁금을 횡령함으로써 국민 신뢰를 깬 책임이 무겁다고 판단했다.

부산지법 형사5부(부장판사 장기석)는 10일 오전 특정경제 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횡령)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40대 남성 A 씨에 대해 징역 13년을 선고했다.

A 씨는 2022년 11월부터 이듬해 12월까지 공탁계에서 근무하며 피공탁자가 ‘불명’으로 돼 있거나, 장기간 수령하지 않은 공탁금 48억여 원을 횡령한 혐의로 기소됐다. A 씨는 상급자 인장을 몰래 날인하고, 다른 부서에 발령 난 이후에도 ‘인수·인계’ 등을 빌미로 계속 공탁계에 드나들며 범행을 저질렀다.

A 씨에게는 사·공문서를 위조하고 이를 행사한 혐의도 적용됐다. 재판 과정에서 A 씨는 “자수했다"며 감경 사유를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수사가 시작된 경위나 A 씨가 수사 기관에서 진술한 내용과 그 시점, 자발성 여부 등을 따지면 자수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법원 공무원으로서 도덕성, 청렴성을 갖추고 적법하고 공무를 집행해야 함에도 임의로 공탁금을 취급하더라도 발각될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점을 악용해 범행을 실행해 죄책이 매우 중하다”며 “피해 금액 대부분이 피고인의 선물 옵션 등 파생상품 투자로 인해 손실되기에 이르러 피고인의 재산 상태에 비춰 볼 때 피해 회복도 요원해 보인다”고 설명했다.

앞서 검찰은 이번 사건이 국민에 대한 신뢰를 깼다는 특수성을 고려해 기소한 횡령 등의 혐의가 아닌 뇌물죄 양형 기준의 최대인 징역 15년 11개월보다 무거운 징역 20년을 구형했다. 당시 검찰은 “이 사건은 단순한 횡령이 아니라 국민들이 맡긴 돈을 개인적으로 공무원이 쓴 것으로 공무원이 국민에 대한 신뢰를 깨버리는 대표적인 범죄인 뇌물죄에 준하게 봐 엄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범행 당사자인 A 씨가 지난 2월 파면된 데 이어 상급자와 공탁금 관리자 등 사무관 4명과 서기관 2명도 징계를 받았다. 책임 정도에 따라 정직 2개월·감봉 2개월 등 중징계부터 견책·경고 등 경징계가 내려졌다.

한편, 재판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A 씨의 추가 범행 정황도 드러났다. 그가 울산지법 경매계에서 근무하던 2019년부터 이듬해까지 경매 사건 6건에서 약 7억 8000만 원을 부정 출급한 혐의다. 이에 대한 조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추가 기소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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