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P, 혼자 즐기기 딱 좋은 여름 취미로 강추! [혼잘알]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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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경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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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혼자 있는 게 더 좋아요.” 국민예능 ‘무한도전’에서 박명수가 남긴 ‘혼자놀기’ 어록은 내향인들의 공감을 불렀습니다. 그래서 찾아봤습니다. 사람과 친해지지 않아도, 나 홀로 재밌게 놀러 다닐 수 있는 방법을. 이왕이면 친근하고 익숙한 '츤데레 스타일 명수체’로 전해드립니다! 잠깐만 ‘반모’(반말모드)할테니, 화내지 마시길~.

너무 덥다, 너무 더워!! 이제 진짜 여름이 왔네. 이렇게 더울 때는 집에 가만히 자빠져 있든가 물놀이하러 가는 게 최고지.

우리 부산 사람들은 바다가 가까이 있으니까 해상 스포츠 즐기기에 얼마나 좋아? 그중에서도 ‘스탠드업 패들보드’(SUP)는 혼자서도 하기에 좋겠더라고. 후기를 알려줄 테니까 아직 안 타본 사람은 잘 읽어보란 말이야~.

광안리 바다에서 즐기는 SUP. 조경건 부산닷컴 기자


SUP는 서핑하고 비슷한데, 파도를 타는 게 아니라 패들(노)을 저어서 앞으로 나아간다는 게 가장 큰 차이점이야. 보통 패들보드가 서핑보드에 비해 더 크고 두꺼워서 일어선 채로 균형을 잡기가 더 쉬워.

부산에서 가장 인기 있는 ‘SUP 존’은 광안리 바다야. 비교적 파도가 잔잔한 편이라 초보자도 어렵지 않게 보드에서 일어설 수 있다고 하네. 인근에 SUP 업체도 몇 군데 있는데, 나는 포털사이트 리뷰가 가장 많은 업체를 골라서 예약했어.

패들보드 대여 시간이나 프로그램은 업체마다 다른데, 간단한 기본 교육을 받고 3시간 동안 보드를 빌릴 수 있는 초보자용 프로그램은 3만 5000원 정도 하더라. 나는 1만 원을 추가해서 슈트까지 빌리고 평일 오전 9시로 예약했어.

포털사이트로 예약하고 나면 업체 측에서 카카오톡으로 안내 메시지를 보내줘. 환복을 위해서 실제 예약 시간보다 30분 전까지 도착해야 하고, 비가 와도 정상 진행한다고 하네. 업체에 샴푸, 린스, 바디워시, 수건, 드라이기 등 다양한 용품이 비치돼 있으니 챙겨야 할 준비물도 별로 없어. 스마트폰을 넣어둘 방수팩이 필요하면 업체에서 구매할 수도 있어.

시간에 맞게 업체에 도착하면, 짐을 맡기고 슈트로 갈아입은 다음 강사님을 따라서 그대로 바닷가로 가면 돼. 이날은 같은 시간대에 예약했던 손님이 취소를 하는 바람에 나 혼자만 강습을 받았어.

광안리 해변의 SUP존. 조경건 부산닷컴 기자


SUP 업체 측 부스가 해변에 있어. 여기서 교육을 받은 다음 그대로 보드를 들고 바다에 뛰어들면 돼~. 조경건 부산닷컴 기자


교육 시간은 20분 정도였어. 제일 중요한 보드에서 일어서는 법이랑 안전 수칙을 기억해야겠지? 현장에서 들으면 되긴 하지만, 미리 예습해서 나쁠 것 없으니 잘 읽어봐. 보드에서 일어서려면 일단 패들을 보드에 올려놓고, 쪼그려 앉기로 시작해. 이때 중요한 건 고개를 들고 시선을 멀리 두는 거야. 불안하다고 고개를 숙인 채 일어서면 균형을 잡기가 더 어려워. 일어설 때는 패들을 들고 ‘스쿼트’를 할 때처럼 상체를 고정한 채 일어서면 돼. 이게 어려우면, 쪼그려 앉은 상태에서 패들을 지팡이처럼 세워둔 뒤에 패들을 잡고 천천히 일어나는 방법도 있어. 일어선 다음에는 패들을 수면에 살짝 긁으면서 적응하는 시간을 가지고, 어느 정도 익숙해진 이후엔 제대로 노를 저으면 돼.

시선을 멀리 두면서 일어나는 게 원칙인데, 사실 파도가 잔잔한 곳에선 어떻게 하든 쉽게 일어설 수 있어. MBC ‘무한도전’ 방송화면 캡처


균형을 잃고 바다에 빠져도 당황하지만 않으면 사고 날 일이 없어. 패들보드에 있는 ‘리쉬’라는 줄이 내 발목과 연결돼 있으니까, 정 급하면 줄을 잡아당기고 보드에 올라타면 되거든. 수영을 못하는 사람은 업체 측에서 제공하는 구명조끼를 착용하면 되니까 걱정 말라고. 다만, 빠진 직후에 패들을 빨리 챙기는 걸 잊지 말아야 해. 패들 곳곳에 이음매가 있는데 여기로 물이 들어가면 1~2분 만에 가라앉을 수 있대. 몸뚱이랑 보드는 있는데 패들이 없으면 낙동강…아니 광안리 오리알 되는 거야. 그러니까 패들부터 집어서 보드에 올려두고, 보드가 뒤집어지지 않도록 두 손으로 각각 양쪽 끝부분을 잡은 상태에서 올라타라~이 말이야.

교육이 끝나면 본격적으로 보드를 타볼 시간이야. 처음엔 강사님이랑 함께 바다로 들어가서 요령을 익힐 수 있어. 역시 말로 듣는 것보다는 직접 실습을 해보니 훨씬 이해가 잘 되더라. 노를 젓는 법을 확실히 익히고 나니까 자신감이 생겼어. 나는야 바다의 왕자~이 노래 알지?

이 업체는 강사님이 사진을 찍어주는 서비스가 있더라고. 당연히 같은 시간대에 온 손님이 적을수록 사진을 많이 찍을 수 있어. 무슨 포즈를 취해야 할지 몰라서 멍청하게 있으니까 강사님이 예시들을 알려주기도 했어. 광안대교나 모래사장을 배경으로 다양한 각도에서 찍어주시니까, 혼자 와서도 멋진 사진을 남길 수 있다 이거야.

시티뷰나 광안대교를 배경으로 다양한 각도에서 사진을 찍었어. 조경건 부산닷컴 기자


‘스탠드업’ 패들보드니까 일어서서 찍은 사진도 남겨야 되지 않겠어? 일사천리로 일어서기까지 시도해 봤는데, 처음엔 약간 기우뚱했지만 그리 어렵진 않았어. 그렇게 일어선 채로도 사진을 몇 장 찍었어. 사진은 나중에 카카오톡으로 전달해 주더라고.

사진까지 찍고 나면 완전 자유시간이야. 강사님 말에 따르면 광안대교 바로 앞까지도 갔다 올 수 있대. 광안리 바다에서 SUP를 즐기는 핵심 이유이기도 해. 나보다 이른 시간부터 패들보드를 탄 ‘선배’들을 보니 벌써 광안대교로 향하고 있더라고. 나도 용기가 생겨서 광안대교 찍고 오기에 도전해봤어.

앉은 채로 노젓기를 시작해봤어. 일어서서 노를 저을 때보다 속도가 잘 나지만 앞으로 똑바로 전진하기는 좀 어려워. 조경건 부산닷컴 기자
괜히 겁 먹지만 않으면 일어서서 노를 젓는 것도 전혀 어렵지 않아. 저 앞에 먼저 광안대교 근처에 도착한 사람이 보여. 조경건 부산닷컴 기자


우선 처음엔 속도를 내기 위해 앉아서 노를 저었어. 광안대교까지 반 정도 남은 거리에선 선배들처럼 일어서서 노를 젓기 시작했는데, 초보라서 아무래도 속도를 내기는 쉽지 않았지만 스릴감이 있어서 더 재미있었어. 몸이 기우뚱거릴 때마다 보드에 철퍼덕 주저앉으면 모양은 빠지긴 해도, 바다에는 빠지지 않을 수 있어.

그렇게 20분 정도 지났을까? 광안대교 주탑 바로 앞까지 도착했어. 해변에서 볼 때 아주 멀어 보이던 곳까지 도착하니까 작은 성취감이 느껴지더라고. 자신감도 붙어서 목에 건 방수팩에서 휴대전화를 꺼내 들고 사진을 마구 찍어봤어. 물론 여기서 전화기를 놓치면 끝장이니까 서서 찍지는 못하고, 보드에 앉은 채로 조심조심 촬영했어. 광안대교 배경으로 해상에서 ‘셀카’를 찍으니 완전 색다른 기분이 들더라.

현수교 구간 근처에 도착해서 바라본 전경이야. 요트 위에서 바라볼 때와는 또 다른 느낌이 들었어. 조경건 부산닷컴 기자
출발지점에서 광안대교 앞까지 직선 거리는 대략 1km 정도. 열심히 노를 저었더니 편도로 20분 정도 걸렸어. 조경건 부산닷컴 기자


힐링하기 좋은 자리도 하나 추천할게. 먼저 가는 선배들을 눈여겨봤는데, 주탑 우측에 있는 ‘앵커리지’ 바로 앞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더라고. 보드를 타고 바다 한가운데에 떠 있어 보니까 해류 때문에 자꾸 해변 방향으로 밀려나던데, 앵커리지 아래에 있으면 해류 영향을 안 받고 그 자리에서 그대로 쉴 수 있는데다 그늘도 져 있으니 조용히 휴식하기 딱 좋더라. 잔잔한 파도에 몸을 맡긴 채 해변을 바라보고 있으니 이만한 힐링이 없는 거 있지. 개인적으로 이때가 이날 최고의 순간이었어.

광안대교 주탑 우측의 구조물을 앵커리지라고 부르는데, 저곳까지 도착하면 편히 쉴 수 있어. 조경건 부산닷컴 기자
앵커리지 쪽에서 광안리 해변을 바라봤을 때 보이는 모습이야. 시원한 그늘에서 가만히 쉴 수 있는 ‘힐링스폿’이니 참고하라고. 조경건 부산닷컴 기자


앵커리지 아래에서 파노라마 모드로 촬영을 하면 이런 사진을 얻을 수 있어. 조경건 부산닷컴 기자


셀카 몇 장 더 찍고 해변 쪽으로 돌아가는데, 누가 봐도 SUP ‘고수’로 보이는 사람이 있어서 ‘해상 인터뷰’를 해봤어. 내가 사람 보는 눈이 있거든. 아니나 다를까, 김은호(40) 씨는 여름이 되면 주말마다 SUP를 타는 마니아였어. 오는 22일 열리는 ‘2024 수영구민 SUP 대회’에도 남천1동 40대 대표로 출전한대.

SUP를 보통 여름 스포츠로 많이들 생각하는데, 은호 씨는 여름보다 가을에 더 자주 즐긴다고 해. 가을이 되면 여름 못지않게 바다 수온이 높아져서 SUP를 즐기기에 좋다고 하네. 실제로 지난해 해양수산부 통계를 찾아봤더니 해운대해수욕장 관측소를 기준으로 평균 수온은 6~7월이 약 18도, 8월이 25.6도였고 가을인 9월과 10월은 각각 24.2도, 20.9도였어. 여름과 가을 바다 수온이 큰 차이가 없었고, 특히 9월은 6~7월보다도 수온이 따뜻했어.

왠지 SUP 고수일 것 같아 빨리 다가가 봤어. 보드에 올라선 채로 인터뷰를 시도해 본 건 처음이야. 조경건 부산닷컴 기자
여름이 되면 주말마다 SUP를 즐긴다는 김은호 씨. 벌써 자세가 딱 나오잖아. 조경건 부산닷컴 기자


겨울에는 SUP에 중독된 진짜 마니아가 아니면 즐기지 않는데, 은호 씨도 1월 1일이 되면 두꺼운 5mm 슈트와 방한장갑 등으로 채비를 단단히 하고 바다로 나선대. 해돋이 때 해상에서 해변을 바라보면 수많은 인파가 동시에 켜는 휴대전화 플래시 세례가 그야말로 장관이라고 하네.

SUP는 젊은 학생들 사이에서도 단연 인기몰이 중이야. 이날도 동아중학교에서 학생들이 단체로 찾아와서 신나게 물놀이를 즐기더라고. 황지후(15) 군에 따르면 학교 측에서 매년 이맘때가 되면 현장체험 학습 프로그램의 하나로 광안리를 찾는다고 해.

단체로 SUP를 타는 동아중학교 학생들 모습이야. 조경건 부산닷컴 기자


물론 중장년층도 충분히 즐길 수 있어. 남 모(60) 씨는 몇 년 전 광안리해양레포츠센터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경험해 본 게 계기가 돼서, 올해부터는 본격적으로 SUP를 타보기로 했다고 하셨어. 소감을 여쭸더니 이렇게 설명하셨어. “처음엔 균형 잡기가 힘들어서 일어서는 게 쉽지 않던데, 몇 번 타보니 익숙해졌어요. 혼자서 할 수 있고 바다도 볼 수 있어서 여름에 즐기기 딱 좋은 취미에요.”

개인적으로 몇 가지 팁을 덧붙이자면, 햇볕을 오래 맞아야 하니까 선크림은 당연히 필수인데 선글라스까지 함께 챙기는 게 좋을 거야. 대신 혹시 바다에 빠졌을 때 잃어버리지 않도록 조심해야겠지. 그리고 앉아서나 일어서서만 보드를 탈 게 아니라, 엎드린 채 파도에 몸을 맡겨보는 것도 추천해. 몸이 두둥실 떠다니는 느낌이라 은근한 힐링 포인트가 될 수 있어. 또 새벽이나 저녁 시간에 SUP를 타면 일몰이나 일출을 배경으로 분위기 있는 사진을 남길 수 있으니 ‘인생샷’을 원한다면 이 시간대를 노려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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