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놓칠 뻔한 명작 영화 '부일시네마'에서 만났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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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경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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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일보 ‘해피존플러스’ 독자 이벤트
'모퉁이극장'에서 무료 영화 상영회

28일 첫 회 '패스트 라이브즈' 관람
이슬기 작가 진행으로 감상평 공유

매달 마지막 주 화요일 오후에 진행
6월엔 개미 투자자 반란극 ‘덤 머니’
부산일보 해피존플러스 독자 참여 이벤트로 진행된 ‘BNK부산은행과 함께하는 부일시네마’가 지난 28일 오후 부산 중구 BNK아트시네마 모퉁이극장에서 열렸다. 정종회 기자 jjh@


“놓치고 못 볼 뻔한 좋은 영화를 부일시네마 덕에 봤습니다.”

영화를 사랑하는 <부산일보> 독자를 극장으로 초대하는 ‘BNK부산은행과 함께하는 부일시네마’(이하 부일시네마)가 첫발을 뗐다.

지난 28일 오후 7시, 부산 중구 신창동 ‘모퉁이극장’에 약 40명의 관객이 모였다. 올해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과 각본상에 노미네이트된 ‘패스트 라이브즈’(2024)가 시작되자 관객들은 숨죽인 채 스크린에 집중했다.

올해 처음 시작한 부일시네마는 시민이 중심이 되는 영화 소통의 장이다. <부산일보>가 BNK부산은행의 후원으로 모퉁이극장과 손을 잡고 마련했다. 매달 엄선된 숨은 명작을 함께 관람하고 전문가와 감상평을 공유한다.

첫 상영작인 ‘패스트 라이브즈’는 유년 시절 이민으로 헤어진 해성(유태오)과 나영(그레타 리)이 20여 년 만에 미국에서 재회하는 내용이다. 한국계 캐나다인 셀린 송 감독의 자전적 요소가 담긴 탄탄한 각본과 담담한 연출이 어우러져 호평을 받았다. 서양에선 생소한 ‘인연’이라는 개념이 해외 관객을 사로잡기도 했다.

영화에서 해성과 나영이 첫 화상통화를 하는 초반부는 많은 관객에게 사랑받은 장면이다. 멋쩍으면서도 밝은 표정으로 서로의 안부를 묻는 두 인물의 대화엔 첫사랑을 오랜만에 만났을 때 느낄 법한 어색함과 설렘이 잔뜩 묻어 있다. 전면부 센터 스피커에선 두 사람의 대사가, 벽면 스피커에선 뭉근한 피아노 소리가 흘러나와 조화를 이뤘다. 집에서 느끼기 힘든 다채널 음향 시설만의 묘미다. 5850×2450mm 크기의 스크린은 이야기에 빠져들기에 충분한 몰입감을 줬다.

이날 모퉁이극장을 처음 방문한 관객들은 상기된 표정으로 곳곳을 둘러보며 눈에 익혔다. 극장 입구에서 방문객을 반기는 영화 전시 공간인 ‘금지옥엽’은 시네필의 발길을 붙잡았다. 상영관 근처에 있는 ‘청년작당소 미립서재’ 등 커뮤니티 시설에서도 관객들이 삼삼오오 모여 편히 담소를 나눴다.

부산 중구 신창동 ‘모퉁이극장’ 내 전시 공간인 ‘금지옥엽’에 영화 명작 포스터와 OST 앨범 커버, 모퉁이극장 굿즈, 영화 서적과 매거진 등이 전시돼 있다. 조경건 부산닷컴 기자


상영관은 72석으로 규모가 작은 편이지만, 영화를 관람하는 데에는 전혀 지장이 없었다. 앞에서 두 번째 열에서 관람한 기자도 고개를 많이 젖힐 필요가 없이 편안한 자세로 감상할 수 있었다. 특히 고출력의 센터 스피커가 가까이에 있어 오히려 대형 상영관에 비해 대사가 또렷하게 들리는 효과가 있었다.

부일시네마 첫 상영회에 함께한 관객들은 대체로 만족감을 드러냈다. 남편과 함께 극장을 찾은 정유란(32) 씨는 “‘패스트 라이브즈’ 각본은 책으로 봤는데, 상영관이 많지 않았던 탓에 정작 영화를 보지는 못했다”면서 “영상미가 좋았고, 특히 ‘인연’이라는 주제에 대해 외국인 관객들은 신기하게 느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일정만 맞는다면 다음 부일시네마에도 참여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작은 박수와 함께 상영이 끝난 뒤에는 간단히 감상평을 공유하는 ‘커뮤니티 시네마’가 30분 가량 진행됐다. 국립부경대 신문방송학 박사과정을 수료한 글이출판 대표 이슬기 작가가 모더레이터로 나섰다. 이 작가는 “영화를 보고 ‘혈중영화농도’가 떨어지기 전에 정제되지 않은 이야기를 나눠 보고자 한다”며 “소감 한 토막을 말씀해 주시면 된다. 기억에 남는 대사나 장면도 좋다. 부담스러우면 마이크를 옆으로 넘기셔도 괜찮다”며 자연스럽게 참여를 유도했다.

남녀노소 구분 없이 한 데 모인 관객들은 각양각색의 리뷰를 마음껏 공유했다. 영화를 본 직후에 곱씹게 되는 인상 깊은 장면이나 대사들은 머릿속에서 고스란히 리플레이 됐다. ‘혈중영화농도’가 짙은 상태인 덕이다. ‘그 대사 좋았지’ ‘그 장면 나도 좋았어’라고 공감하며 연신 고개가 끄덕여졌다. 솔직하고 톡톡 튀는 해석을 내놓은 관객도 있었다. 극 중 나영의 남편인 ‘아서’를 두고 ‘보살’이라고 표현한 평가에 객석이 웃음바다가 됐다. 한 관객은 “나영과 해성의 관계가 아름답다고 생각한다”며 “살면서 놓친 먹먹한 관계들이 있는데, 그런 관계들도 되돌아보면 아름다운 것이라고 느낄 수 있었다”고 말해 공감을 자아냈다. 마지막 순서로 감상평을 밝힌 한 어르신은 “놓치고 못 봤을 영화를 부일시네마를 통해 보게 된 ‘인연’에 감사하다”고 말했다.

지난 28일 오후 부산 중구 BNK아트시네마 모퉁이극장에서 진행된 ‘BNK부산은행과 함께하는 부일시네마’에서 모더레이터로 초청된 이슬기 작가가 관객과 대화하고 있다. 조경건 부산닷컴 기자
지난 28일 오후 부산 중구 BNK아트시네마 모퉁이극장에서 진행된 ‘BNK부산은행과 함께하는 부일시네마’에서 모더레이터로 초청된 이슬기 작가가 관객과 대화하고 있다. 조경건 부산닷컴 기자


이 작가는 “한 명 한 명의 이야기를 들으니 혼자 보고 가버리는 것보다 훨씬 생각을 자극하고, 감동과 여운이 남는다. 역시 영화는 함께 봐야 섬세함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패스트 라이브즈’는 피천득 작가의 수필 ‘인연’이 떠오르는 영화였다. 일본인 여성 아사코와 세 번의 만남과 이별을 경험한 이야기가 오버랩됐다”면서 이별의 아픔을 담아낸 ‘인연’의 마지막 구절을 낭독해 관객들에게 깊은 여운을 남겼다.

지인의 초대로 극장을 찾았다는 신귀주(54) 씨는 “다른 관객들의 이야기를 들으니 이해가 더 잘 되고 공감이 갔다”며 “다음 부일시네마에도 오고 싶다. 꼭 당첨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부일시네마는 매월 마지막 주 화요일 오후 7시 모퉁이극장에서 열린다. 부산닷컴 문화 이벤트 공간인 ‘해피존플러스’(hzplus.busan.com)를 통해 이벤트 참여를 신청하면 매달 추첨을 통해 영화관람권(1인 2매)을 증정한다. 다음 이벤트 응모 기간은 6월 초에 공개할 예정이다.

내달 상영작은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에 개인 투자자들이 월 스트리트 거물들을 한 방 먹인 ‘게임스톱’ 주가 폭등 사건을 모티브로 제작한 코미디 영화 '덤 머니'(2024)다. 실화를 박진감 넘치고 통쾌하게 풀어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디즈니 실사 영화 ‘크루엘라’(2021)로 주목 받았던 크레이그 질레스피 감독이 연출했다.

이어 7월부터 연말까지 △코다(2021) △로봇드림(2024) △리빙: 어떤 인생(2023) △말없는 소녀(2023) △위대한 작은 농장(2023) △바튼 아카데미(2024)가 차례로 스크린에 오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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