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안대교 배경 ‘인생샷’ 보장…인기절정 요트 혼자 타보니 [혼잘알]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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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경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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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사람을 만나고 친해지는 게 싫어!” “전 혼자 있는 게 더 좋아요.” MBC 국민예능 ‘무한도전’에서 박명수가 남긴 말입니다. ‘혼생’이 더 즐겁다는 박명수의 어록은 수많은 ‘짤’을 탄생시킬 정도로 공감을 불렀습니다. 그래서 찾아봤습니다. 사람과 친해지지 않아도, 친구나 애인이 없어도 나 홀로 재밌게 놀러 다닐 수 있는 방법을. 둘도 없는 '찐친'이 전하는 후기라면 더 살갑겠지요? 그래서 '츤데레 스타일 명수체’로 전해드립니다! 그러니 막말한다고 나무라는 것은 자제해 주시길^^

혼자 요트 타고 사진 찍어봤다. 조경건 부산닷컴 기자


여기는 벚꽃…저기는 진달래꽃… 여러 꽃들이 차례로 피어나는 봄이에요~. 사진 찍기 딱 좋은 날씨다 이거야. 이럴 때 SNS에 올릴 ‘인생샷’ 하나 남겨야 하지 않겠어?

아 아 문제가 있네. 그쪽도 나처럼 혼자 다니는 거 좋아하시는구만? 그러면 요트에서 그럴듯한 사진 한 장 건져 보는 건 어때.

생뚱맞게 웬 요트냐고? 내가 최근에 광안리에 가봤는데, 바다 여기저기에 요트가 떠 있더라고. 재밌겠다 싶어서 검색을 해봤는데 생각보다 비싸지도 않아요.

문제는 혼자 타도 괜찮냐는 거지. 나는 지금까지 요트를 두 번 타봤는데, 혼자서 타본 적은 없단 말이야. 그런데 리뷰를 좀 찾아보니까 요새는 혼자 타는 사람도 꽤 있고, 요트 직원이 사진도 잘 찍어준다네. 그럼 문제 될 거 없지~고고!

본격적으로 예약을 해보려고 포털사이트에 ‘부산 요트’를 검색해봤는데, 업체가 너무 많아. 몇 군데 눈이 빠지게 살펴봤는데 리뷰도 다 비슷비슷하고 뭐가 다른지 잘 모르겠더라고. 그래서 그냥 광고 빼고 상위권에 노출된 곳으로 예약했어. 기자라고 미리 얘기하면 평소랑 다르게 대할 수도 있으니까 철저히 ‘일반인 코스프레’했어. 광고 기사가 아니다 이 말씀이야.

예약 방법은 업체마다 다를 수 있는데, 내가 이용한 ‘OO보트’를 기준으로 얘기해줄게. 일단 내가 요트를 타고 싶은 시간대에 예약이 가능한지 전화로 문의부터 해야 돼. 나는 석양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싶어서 평일 저녁 6시에 출발하는 일정으로 예약을 했어. 그렇게 했더니 가격은 2만 5000원 정도 되더라고. 주말 저녁이면 1만 원 정도 더 비싸.

그렇게 예약한 일정대로 결제까지 하고 나면 예약이 확정됐다는 문자메시지가 오는데, 찾아오는 길이랑 환불규정도 안내해주니까 잘 읽어보라고. 지각하거나 ‘노쇼’하면 환불 안 해준대.

예약 당일에도 배 타는 위치를 구체적으로 안내해주는 메시지를 보내줘. 수영만요트경기장으로 가야 하는데, 해운대 쪽이라 교통이 혼잡할 수 있으니까 지각하지 않도록 시간 계획을 미리 잘 세우고 가란 말야~

요트 예약 당일 받은 문자메시지야. 수영만요트경기장과 계류장 구조는 처음 오는 사람에겐 익숙하지 않을 수 있으니까 자신 없으면 일찍 도착하는 게 좋아. 조경건 부산닷컴 기자


이 정도면 깔끔하고 멋있지? 최대 50명까지 탈 수 있는데, 업체에선 한 번에 20명 정도까지만 태운다고 하네. 조경건 부산닷컴 기자
편하게 쉴 수 있는 거실도 있어. 짐을 놓을 수 있고, 가볍게 먹을 수 있는 과자도 있었어. 조경건 부산닷컴 기자


나는 여유 있게 한 20분 정도 일찍 도착했어. 요트는 근사하더라. 1, 2층으로 나뉘었는데 1층엔 큰 방이 있어서 짐을 보관하거나 쉴 수 있어. 방 안에 CCTV가 있다고 해서 마음 편히 가방 던져 놓고 구경해봤지.

선미 쪽으로 가보니까 아이파크 건물이 정면에 보이고, 나보다 먼저 온 커플이 열심히 사진을 찍고 있었어. 내가 풍경을 보면서 멍청하게 서 있으니까 직원이 사진을 찍어주겠다면서 먼저 다가오더라고. 포즈 몇 개 취하면 알아서 찍어주니까 눈치 보지 말고 이때 열심히 폼 잡아야 돼. 아 참, 배에 탔으니 구명조끼는 당연히 착용해야 하지만, 사진 촬영 때는 잠시 벗어둘 수 있어.

주변을 보면서 좀 기다렸더니 다른 손님들도 도착했어. 젊은 커플 세 쌍에 3인 가족 한 명, 그리고 나까지 총 10명이더라. 출항 시간이 되면 직원이 주의사항 몇 가지 안내해주고 바로 출바알~.

출발하기 전 아이파크 배경으로 하나 찍었어. 출항시간보다 일찍 도착하면 여유롭게 촬영할 수 있지. 조경건 부산닷컴 기자
바다 위에서 광안대교를 보고 있으면 가슴이 뻥 뚫리는 기분이 들어서 좋아. 조경건 부산닷컴 기자


이날 날씨는 적당히 시원했어. 기온은 17도 정도였는데, 바다 위를 달리니까 바람이 불어서 약간은 쌀쌀하더라. 하지만 콧물이 날 정도로 춥지는 않았어. 배가 적당히 출렁거리니까 재미도 있고, 바다에서 상쾌한 바람을 맞으니까 기분 전환도 되고 괜찮았어.

그렇게 20분 정도 지났을까? 광안대교 포토존에 도착하면 배를 잠시 세워. 여기서 다들 사진 찍느라 정신이 없어. 나도 직원 덕에 사진 몇 장 찍었어. 바람 때문에 머리가 엉망이 돼서 뒷모습 위주로 똥폼 좀 잡았지.

캬~광안대교와 석양의 조합…이게 낭만 아입니까? 조경건 부산닷컴 기자


광안대교 배경으로 직원이 찍어준 사진. 자신 없어서 뒷모습만 찍은 거 아니냐고 의심할 수도 있는데, 정답이야. 조경건 부산닷컴 기자


여기서 끝이 아니고, 광안대교 밑으로 지나가면 석양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을 수 있는 또 다른 포토존이 있어. 역시 다들 사진 찍느라 바빠. 배경이 워낙 좋으니까 대충 찍어도 인생샷 건질 수 있는거지. 이렇게 찍은 사진들을 요즘 유행하는 ‘인생네컷’처럼 인화해주기도 해. 내가 마음에 드는 사진 몇 장을 골라서 직원한테 보내주면 돌아오는 길에 받을 수 있도록 해놨더라고.

선착장에 돌아오는 길에는 폭죽도 터트려 줘. 이 업체는 1200발이나 쏘는데, 아직 날이 밝아서 불꽃이 제대로 안 보이는 게 좀 아쉽더라. 불꽃놀이를 즐기려면 석양을 포기하고 좀 더 늦은 시간에 타는게 좋을 거야. 특히 토요일 저녁으로 신청하면 드론쇼를 볼 수 있는 것도 큰 메리트겠지?

광안대교 근처를 배회하는 요트 떼. 내가 집구석에 있을 때 이렇게 많은 사람이 요트 타고 댕겼구나. 조경건 부산닷컴 기자
이런 식으로 선상에서 폭죽을 터트리는데, 아직 날이 밝아서 잘 보이진 않아. 그래도 기분 내는 용도로는 괜찮았어. 조경건 부산닷컴 기자


자, 이렇게 풀코스로 광안대교를 돌고 오는데 딱 1시간 정도 걸려. 다들 만족했다는 걸 표정이랑 리액션에서 알 수 있었어. 40대 아빠 여운용 씨는 10년 전 아내랑 연애할 때 처음 요트를 타봤고, 이날은 아이랑 추억을 쌓으려고 다시 배에 올랐다네. 운용 씨한테 솔직한 후기를 부탁했더니 사진을 찍기 위해서 멈추는 포토존이 마음에 들었고, 직원이 촬영해주는 서비스까지 있으니 추억 쌓기에 좋다며 추천했어.

이준관(30), 강민서(27) 커플은 요트를 처음 타봤는데, 풍경이 좋아서 사진이 예쁘게 잘 나오고 ‘가성비’도 괜찮다면서 한 번쯤은 타볼 만 하다고 말했어.

우리한테 중요한 건 ‘혼자 타도 괜찮은가’잖아. 솔직히 주변이 모두 커플이나 가족이라 왠지 모를 소외감이 느껴지긴 했지만, 중요한 건 이들은 나한테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는 것 아니겠어? 나만 당당하면 기분 전환도 하고 멋진 사진도 남길 수 있으니까 나쁠 것 없지.

혼자 왔지만 들어본 ‘함께해서 행복해’ 손팻말. 이것 말고도 여러 손팻말이 있으니까 사진 찍을 때 잘 이용해보라고. 조경건 부산닷컴 기자


배에서 내리고 나서 주섬주섬 명함을 꺼내 들고 대표님께 물어봤어. 실제로 혼자 요트 타러 오는 사람이 생각보다 많대. 물론 주로 타지 여행객이고, 정작 부산 사람은 별로 없다고 하네.

출항할 수 있는 최소 인원이 있는지 궁금했는데, 손님이 단 1명이라도 운행하는 게 원칙이래. 하지만 평소에도 손님이 많아서 그렇게 될 일은 없다고 하네. 요새 요트 체험이 유행이라 비슷한 업체가 80개는 된대. 아무래도 광안리 드론쇼가 한몫하는 것 같아.

드론쇼 시간대는 인기가 많아서 예약을 미리 미리 해야 돼. 네이버 기준으로 상위에 노출되는 업체들은 3주 정도 전에 잡아야 할 정도래. 김 대표 말로는 3월이 비수기라 제일 여유롭다는데, 이미 지나 버렸네…ㅎㅎ

열심히 인터뷰 하는 중에 김 대표한테 전화가 걸려 왔어. 중국인 관광객 손님이 화장실에 갔다가 늦게 도착한다는데, 대표 입장에선 참 난감하겠더라. 정시 출발이 원칙인데 손님들이 모두 일찍 도착하면 출항도 일찍 해서 좀 더 오래 해상에 머물 수 있다고 하니 지각들 하지 말자고.

날씨 좋은 날, 혼자 집에만 있기는 아쉽지 않아? 요트 타러 서울에서도 많이들 온다는데, 부산에 살면 언제든 갈 수 있으니 얼마나 좋아. 배 타기 딱 좋은 날씨니까, 내 말 믿고 요트 한 번 타러 가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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