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 들불유행’ 실내 클라이밍 ‘찍먹’ 해보니 [혼잘알] 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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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경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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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사람을 만나고 친해지는 게 싫어!” “전 혼자 있는 게 더 좋아요.” MBC 국민예능 ‘무한도전’에서 박명수가 남긴 말입니다. ‘혼생’이 더 즐겁다는 박명수의 어록은 수 많은 ‘짤’을 탄생시킬 정도로 공감을 불렀습니다. 그래서 찾아봤습니다. 사람과 친해지지 않아도, 친구나 애인이 없어도 나 홀로 재밌게 놀러 다닐 수 있는 방법을. 둘도 없는 '찐친'이 전하는 후기라면 더 살갑겠지요? 그래서 '츤데레 스타일 명수체’로 전해드립니다!

실내 클라이밍장에서 일일 강습 받아봤다. 김수빈 부산닷컴 기자


벌써 3월이다, 3월. 올해부터 운동하겠다 해놓고 그냥 누워 있는 사람 많지? 나도 가만히 자빠져 있는 걸 좋아하긴 하는데, 하찮은 몸뚱어리 건사하려면 운동을 하긴 해야겠더라.

운동은 꾸준히 하는 게 중요하잖아? 나처럼 만사 귀찮은 사람은 그래서 운동을 못해요~ 재미 없는 걸 어떻게 계속하냐고. 그래서!! 요새 유행한다는 실내 암벽등반 1일 강습을 받으러 가봤다 이 말이야.

일단 인터넷에 ‘실내 클라이밍’ 검색하고 괜찮아 보이는 곳을 찾아봤어. 나는 진짜 아무것도 모르니까, 완전 생초보들도 환영하는 곳을 가려고 했지. 그래서 리뷰를 좀 찾아봤는데 ‘강사가 무성의하다’ ‘중학생 이상만 받아준다’는 후기도 심심찮게 보이더라고. 그런데 부산진구에 있는 ‘돌멩이클라이밍’은 초등학생도 받아주고, 강사가 친절하다는 후기가 꽤 있길래 예약해봤어. 1일 강습 비용은 2만 5000원인데 다른 곳도 비슷하더라. 암벽화는 업체에서 대여해주기 때문에 운동복이랑 양말만 신고 가면 돼.

평일 오후 3시에 갔는데 사람이 꽤 있다. 사람 없을 때를 노리고 갔는데 실패. 김수빈 부산닷컴 기자


일일 강습을 신청하면 암벽화를 대여해줘. 보통 암벽화는 맨발로 신지만 초보자라면 양말을 신는 게 좋아. 암벽화는 전체적으로 두께가 얇아서 발을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으면서도 밑창의 마찰력은 극대화한 게 특징이야. 김수빈 부산닷컴 기자
돌멩이클라이밍에 있는 세족장인데, 세족장이 왜 있느냐? 숙련된 클라이머는 발끝에 힘을 싣고 암벽을 오르기 위해 암벽화를 발에 꼭 맞게 신는대. 그러니까 발이 쉽게 피로해지고, 휴식 시간에는 신발을 벗은 채 맨발로 쉬는 경우가 많아서 발이 쉽게 더러워져. 그래서 요즘은 샤워실과 별도도 세족장을 마련해둔 실내 암벽장이 늘고 있다고 하네. 김수빈 부산닷컴 기자


나는 사람 많은 곳에 있으면 급피곤해져서 일부러 평일 낮에 갔거든? 그런데 오후 3시인데도 사람들이 꽤 있더라 ㅋㅋㅋ 약간 당황했지만 우선 강사 쌤 만나서 인사를 했지. 제일 처음엔 스트레칭부터 해야 되는데, 뭘 몰라서 어리바리하게 있으니까 쌤이 잘 알려주셨어. 클라이밍 할 때 주로 쓰이는 게 등 근육이랑 전완근이라 여길 집중적으로 풀어줘야 한다고 하네. 등 근육은 폼 롤러 위에 누워서 등 여기저기를 막 비비면 되는데, 평소에 많이 뭉쳐있었는지 무지하게 아프더라고.

스트레칭 충분히 했으면 짧은 교육 영상을 보면 돼. 간단한 안전수칙이랑 매너를 알려주는데, 어려운 건 없어. 다른 사람이 클라이밍하고 있을 때 위험하게 근처에 싸돌아다니면 안 되는 건 당연한 거고~ㅋㅋㅋ 어디 부러지고 싶지 않으면 낙법도 잘 숙지해놔야지. 물론 매트가 깔려 있으니까 진짜 부러질 정도로 위험하진 않아~

등 근육이 뭉쳐 있었는지 스트레칭 할 때 많이 아팠어. 그런데 강습 선생님 너무 환하게 웃으시는거 아닌가? 김수빈 부산닷컴 기자
안전교육은 받아야지. 내 몸이 제일 소중한 거거든. 매트리스가 깔려 있어서 기본적으로 안전하지만, 제대로 된 낙법을 익혀야 부상을 확실히 예방할 수 있어. 김수빈 부산닷컴 기자


그럼 이제 본격적으로 강습을 받아봐야지? 내가 ‘클라이머’로서 아는 척 좀 해볼게~ 암벽등반은 크게 ‘볼더링’ ‘리드클라이밍’ ‘스피드클라이밍’으로 나뉘는데, 대부분의 실내 클라이밍장은 볼더링 위주야. 그럼 볼더링은 무엇이냐? 벽을 오를 때 손으로 잡거나 발로 딛는 돌처럼 생긴 부분을 ‘홀드’라고 하는데, 무식하게 아무 홀드나 잡고 막~ 올라가면 되는 게 아니에요. 같은 색 홀드만 이용해서 올라야 되는 거야. 그리고 최종 목표인 ‘탑 홀드’에 3초간 매달려 있으면 완등~ 내려올 때는 색 구분 없이 아무거나 사용하면 돼.

이런 기본 사항은 초보자용 강습벽에서 직접 해보면서 익힐 수 있어. 난이도는 완~전 쉬워. 쌤이 먼저 시범을 보여주는데 잘 보고 그대로만 하면 돼. 그렇지만 이건 초보자용이라 그런 거고, 나중에 저 우락부락한 암벽을 오르려면 ‘루트 파인딩’과 ‘삼지점’ 자세가 필수야. 이렇게 말하니까 좀 있어 보이지? 루트 파인딩은 볼더링 문제를 풀기 전에 홀드 위치를 미리 파악하고, 탑 홀드까지 어떤 루트로 오를 건지 미리 계획하는 거야. 아무 생각 없이 마이웨이로 일단 오르고 보면 손발이 꼬이고 ‘뇌정지’가 와서 죽도 밥도 안 될 수 있으니까 올라갈 루트를 미리 짜란 말이얏~

삼지점은 클라이밍 기본 자세야. 한 손이나 양손으로 홀드를 잡고, 아래 양발은 두 홀드에 댄 상태, 그러니까 손을 기준으로 몸이 삼각형 형태가 되는 거지. 이렇게 균형이 잡힌 상태로 매달려야 다음 홀드로 안정적으로 이동할 수가 있어. 별거 아닌 것 같지만, 막상 벽을 타면서 손발을 이리저리 옮기다 보면 이 삼지점 자세를 자꾸 깜빡하게 되더라고.

암벽에 안정적으로 매달릴 수 있는 기본 자세가 바로 이 삼지점이야. 손과 발을 꼭지점으로 해서 몸을 삼각형처럼 만드는 거지. 딱 봐도 안정적이지?
알려주는 대로 강습벽을 올라가 봤어. 이걸로 기본 자세를 배워서 감을 익힐 수 있지.


기본을 익혔으면 본격적으로 벽을 타봐야지? 이 클라이밍장은 볼더링 난이도를 제일 쉬운 갈색부터 가장 빡센(?) 회색까지 총 10단계로 구분해뒀어. 나 같은 생초보는 빨간색, 주황색, 노란색, 초록색 정도가 적당하고 그 위로는 어렵겠더라. 솔직히 녹색은 좀 어려웠어. 홀드 모양이나 크기, 그리고 거리에 따라서 난이도가 천차만별이야. 거기다 벽에 경사가 좀 있으면 매달리기가 힘들어져서 난이도가 크게 올라가. 골치 아파진다 이거지.

그리고 올라가는 것보다 내려가는 게 힘들어. 초보라 그런지 발 디딜 곳이 눈에 잘 안 보여서 차라리 그냥 떨어지는 게 낫겠더라. 매트가 완전 푹신해서 두 손을 앞으로 모으고 몸 뒷면으로 떨어지는 낙법만 제대로 하면 다칠 걱정은 없어. 아, 그리고 쌤이 루트 파인딩 꿀팁을 알려줬어. 어느 홀드를 잡아야 할지 모르겠으면, 하얀색 초크가 많이 묻어있는 부분을 보면 된다고 하더라고. 다른 사람들이 많이 잡았던 곳이 정답이라는 거지~ 꼼수를 쓰란 말이야 꼼수를.

돌멩이클라이밍에서 구분하는 난이도인데, 나는 초록색 단계가 한계였어. 파란색과 보라색은 중급자, 분홍색 이상은 ‘고수’ 영역이야. 김수빈 부산닷컴 기자
난이도는 홀드에 붙은 테이프 색으로 구분하는 거야. 예를 들어서 왼쪽 사진의 초록색 홀드는 노란색 테이프가 붙어있으니까 노란색 난이도인 거지. 가운데 붉은 동그라미로 표시된 홀드에 손을, 아래쪽 홀드에 발을 댄 채로 시작해 가장 위에 있는 탑 홀드에 양손을 대고 3초를 버티면 완등으로 인정해. 노란색 난이도는 초심자용이긴 한데, 마냥 쉽지는 않았어. 김수빈 부산닷컴 기자


그렇게 적당히 체험하고 나니까 자신감이 좀 생겨서 어려운 걸 도전해보려고 했지. 위로 오르는 게 아니라 옆으로 이동하는 암벽이 있던데, 지구력 훈련에 좋다고 하더라고. 여길 여러 번 도전해봤는데 도저히 못 지나갈 ‘마의 구간’이 있어서 아주 처참하게 실패했어. 경사진 곳에 매달리는 것까진 어떻게 하겠는데, 그 상태로 손을 떼고 이동하는 게 안 되더라고. 편하게 포기했지 ㅋㅋㅋ

쌤한테 물어보니까 내가 도전한 암벽은 최소 한 달 이상은 해봐야 성공할 수 있는 곳이래. 내가 약해서 실패한 게 아니야~ 평소에 맨몸운동을 열심히 했다면 모를까,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은 절대 없대. 헬스장 트레이너들도 힘들어하고, 심지어 너무 지쳐서 운전조차 못 할 지경이 돼서 한낮에 대리 기사를 부른 사람도 있다고 하네 ㅋㅋㅋㅋ 힘보다는 요령과 기술이 필요한 거지.

쉬면서 등반하는 사람들 구경하니까 장난 아냐. 고수 난이도라는 보라색에 도전하는 건 보기만 해도 무섭더라. 거의 수평으로 누워서 힘겹게 올라가다가 결국 실~패~. 난이도가 어려울수록 체력 소모가 크니까 한 번 도전하고 4~5분은 쉬더라고. 여자들도 거의 스파이더맨처럼 별 희한한 자세로 오르는데 어우, 멋있더라 정말.

옆으로 이동하며 지구력을 기를 수 있는 암벽 구간인데, 노란색보다 빨간색으로 표시된 루트의 난이도가 높아. 무식하고 용감하게 도전해봤다가 처참히 실패했어. 홀드의 크기가 작아 손으로 잡기도, 발로 디디기도 쉽지 않고, 무엇보다 경사 구간에서 옆으로 넘어가는 것이 어렵게 느껴졌어. 김수빈 부산닷컴 기자
오른쪽으로 이동하려다 균형을 잃고 자빠짐. 김수빈 부산닷컴 기자
몇 차례 시도 끝에 조금 더 이동했지만 경사진 곳으로 넘어가기엔 역부족. 또 벌러덩 누워버렸음. 김수빈 부산닷컴 기자


이제 또 가만히 있을 수가 없잖아. 나는 취재한다는 이유로 평일 오후에 이렇게 올 수 있는 건데, 다른 열정맨들은 정체가 뭐냐 이거야. 쉬고 있는 최미르(25) 씨랑 조순룡(28) 씨한테 가까이 가서 물어봤지. 미르 씨랑 순룡 씨는 회사 동료 사이인데, 둘 다 쉬는 날이라 같이 왔대. 미르 씨는 고등학생 때 체험활동 하다가 클라이밍에 푹 빠진 6년 차 마니아고, 3개월 차 삐약이 순룡 씨는 친구 따라서 와 본 게 계기가 됐다네.

클라이밍의 매력이 뭔지 물어봤는데 이구동성으로 잡생각이 없어지는 걸 꼽았어. 미르 씨는 배드민턴이나 축구도 해봤는데 클라이밍이 제일 재밌다고 하네. 순룡 씨도 축구를 했는데, 축구는 사람이 있어야 되지만 클라이밍은 혼자서도 할 수 있는 게 편하대. 두 사람 다 평소엔 혼자서도 오고, 그렇게 왔다가 모르는 사람이랑 친해지는 경우도 많대.

평일 낮 시간대에 클라이밍장을 찾은 친구들은 대부분 20~30대로 보였어. 경사가 상당한 저 암벽은 상급자를 위한 코스야. 김수빈 부산닷컴 기자


이제 오늘 나한테 친절하게 가르쳐 준 문은규(31) 매니저한테도 클라이밍의 매력을 물어봤는데, 쌤은 성취감을 최고로 꼽았어. 어려운 문제 풀었을 때 짜릿함이 있다는 거야. 이 쌤은 볼더링 문제 하나 푸는 데 하루 6시간씩 5일이 걸린 적도 있대. 이거 완전 클라이밍에 미친 사람 아니냐고. 그런데 이런 ‘클친놈’(좋은 뜻)이 많은가 봐. 이번 설 연휴도 그렇고 공휴일에도 사람들이 많이 온다고 하네. 시간 제한이 없으니까 하루 6~7시간씩 하는 사람도 있대.

클라이밍이 요새 MZ 사이에서 유행인 건 알지? 서울에선 헬스장보다 많아질 기세래. 남녀노소 누구나 할 수 있는 것도 매력인 것 같아. 여기 클라이밍장만 해도 초등학교 1학년생부터 70대까지 있다고 하니까 말 다 했지 뭐. 혼자서도 할 수 있으니 딱 좋잖아. 인생을 계속 엉망으로 살면 안 돼. 일어나, 운동해야지…자, 따라해보세요. 클라이밍, 나도 도전~

초크가 묻어서 하얘진 손 보이지? 2시간 만에 손이 덜덜 떨리는 상태가 됐다. 운동 효과는 확실해! 김수빈 부산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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