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수 정예로 배우는 브런치 코스…원데이 ‘쿠킹클래스’ 혼자 가 봤다 [혼잘알] 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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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경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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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사람을 만나고 친해지는 게 싫어!” “전 혼자 있는 게 더 좋아요.” MBC 국민예능 ‘무한도전’에서 박명수가 남긴 말입니다. ‘혼생’이 더 즐겁다는 박명수의 어록은 수 많은 ‘짤’을 탄생시킬 정도로 공감을 불렀습니다. 그래서 찾아봤습니다. 사람과 친해지지 않아도, 친구나 애인이 없어도 나 홀로 재밌게 놀러 다닐 수 있는 방법을. 둘도 없는 '찐친'이 전하는 후기라면 더 살갑겠지요? 그래서 '츤데레 스타일 명수체’로 전해드립니다!

부산 남구 한 쿠킹클래스를 수강한 기자 앞에 놓인 음식과 식기들. 조경건 부산닷컴 기자


밥은 먹고 다니니? 하루 세 끼 챙겨 먹기 힘들지? 물가가 올라도 너무 올랐어~ 밖에서 몇 번 사 먹으면 완전 거덜나요. 돈이 세상에서 제일 중요한 건데….

그래서 집에서 요리를 해보려니까, 아는 게 있어야 말이지. 혼자 유튜브만 보고 하는 건 쉽지가 않더라고. 예전에 ‘명수 세 끼’ 할 때도 정준하가 요리를 다 했단 말이야. 그렇다고 요리 학원을 다니는 건 귀찮고. 그래서 그냥 하루만 수업하는 ‘원데이 쿠킹클래스’를 신청해봤어. 하루 배워서 뭐 되겠냐고? 몰라 그래도 뭐든 배우면 도움이 되겠지. 얼마 전에 혼자 갔다 와 봤거든. 생각보다 재밌어서 좋더라고~

MBC ‘무한도전’ 영상 캡처


인터넷 '녹색 창'에 쿠킹클래스 검색해보니까 업체가 제법 많은데, 나는 오로지 내가 먹고 싶은 음식 하는 곳 찾아서 갔어. ‘투움바 파스타’랑 양식 요리를 하는 클래스가 있길래 수업 일정 보고 바로 문자메시지로 신청했지. 6만 원이 넘길래 망설였는데, 생각해보니 소규모로 진행하면 그 정도 받아야겠더라고. 일정은 당연히 업체마다 다른데, 내가 간 곳은 보통 금요일이나 토요일 오전에 수업을 했어.

호기롭게 신청은 했는데 또 모르는 사람들이랑 만날 생각하니까 확 피곤해져~ 나는 혼자 있는 게 좋거든. 그런데 이번에도 막상 가보니까 좋았어.

‘쿠킹클래스’라는 이름만 들었을 때는 직접 요리도 해보고 실습도 할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더라고. 내가 간 곳은 용호동에 있는 ‘박쌤쿠킹클래스’인데, 여기선 선생님이 요리하는 걸 다 같이 보는 걸로 수업을 했어. 그렇게 하면 요리 실력에 무슨 도움이 되겠냐고? 아닌데? 배울거 많던데?

지난달 기자가 수강한 부산 남구 한 쿠킹클래스 현장. 처음엔 어색한 공기가 흘렀지만, 요리라는 공통 관심사 덕에 분위기가 화기애애해졌다.


내가 들은 수업은 ‘브런치 코스’ 클래스였어. 장소는 오피스텔이었는데, 시간 맞춰서 가보니까 먼저 온 수강생들은 테이블에 둘러앉아 있었고, 선생님은 부엌에 계셨어. 자리에 앉으니까 재료랑 조리법이 적힌 레시피를 나눠주더라. 내가 이날 배운 건 수제 피클, 감자 크림수프, 연어샐러드&홀스래디시소스, 에그 베네딕트 그리고 투움바 파스타까지 총 5개인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대만족이었어.

이제 수업을 어떻게 했는지 알려줄 테니까 한 번 잘 들어봐. 그렇다고 레시피를 여기서 일일이 설명하면 너무 길고, 사실 나도 귀찮아. 중요한 건 선생님이 알려주는 ‘꿀팁’이야. 예를 들어서 수제 피클을 만들 때 붉은색을 내려고 보통 비트를 많이 쓴다고 하더라고? 그런데 솔직히 비트는 쓰고 맛이 별로 없잖아. 그냥 적채를 쓰는 게 낫고, 또 오이는 씨를 미리 발라내고 숙성시켜야 먹을 때 덜 물컹거린다 이거야~

수강생들은 자리에 앉아 강사의 요리를 직접 볼 수 있다. 천장의 거울을 통해 전체적인 모습도 볼 수 있도록 했다. 자세히 보고 싶으면 가까이 다가가 사진을 촬영해도 좋다.


두 번째는 수제 수프. 양식 요리 좀 한다는 사람들은 ‘루’라고 들어봤을 거야. 난 당연히 못 들어봤지. 루는 밀가루랑 버터를 볶은 걸쭉한 소스인데, 고소한 맛이 나. 정통 양식 요리에 넣는 기본 재료라고 하더라고. 비싼 맛이다 이거야.

선생님이 루 만드는 법을 알려주시는데 아무래도 눈앞에서 직접 보니까 이해가 잘 됐어. 콧구멍에 고소한 냄새가 꽂히는데 나 이건 진짜 빨리 먹고 싶어서 미치는 줄 알았잖아~~

아 참고로 선생님은 영산대 조리학과를 수석으로 졸업했고 서면 롯데호텔에서도 일하셨어. 배우신 분이야~ 요리대회 수상경력도 많고 방송국 출연도 하셨는데 자녀 양육 때문에 개인클래스를 열었다고 하시더라고. 참고하라고~

그리고 수업을 듣다 보니까 예상 못한 좋은 점이 있었는데 ㅋㅋㅋ 선생님이 시범으로 요리한 음식들을 조금씩 맛볼 수가 있었어. 수프는 역시 기가 막히더라. 루가 들어가서 그런지, 기성품보다 훨씬 고소하고 녹진녹진한 게 내 엘레강스한 입맛에도 딱 맞았어. 예쁘게 플레이팅 하는 법도 배웠는데, 파슬리랑 올리브 오일, 후추만 적당히 뿌려주면 그럴싸한 모양이 나오더라.

첫 요리로 나온 수프. 고소한 ‘루’ 덕분일까? 전자레인지에 데워 먹는 기성품과는 차원이 다른 풍미가 느껴졌다. 파슬리와 후추, 올리브 오일을 적당히 뿌려 주면 비주얼도 훌륭하다.


그 다음 배운 건 홀스래디시 소스랑 연어샐러드인데, 이때도 반응이 대박 좋았어. 만들기는 쉬운데 모양은 그럴듯해 보여서 손님한테 내주기 딱 좋겠더라. 양상추랑 연어에 홀스래디시 소스랑 케이퍼 그리고 새싹을 좀 얹어주면 끝! 양상추는 원래 갈변이 잘 되는거 알지? 칼을 대면 갈변이 더 빨라지니까 먹기 직전에 잘라서 내주는 게 좋고, 아삭아삭한 식감을 내고 싶으면 얼음물에 담가놓았다가 물기를 제거하면 돼.

그리고 사실 이건 수업 들은 사람만 아는 건데, 연어샐러드에 핫소스를 좀 얹으니까 의외로 잘 맞는다? 약간 느끼하고 기름진 맛을 핫소스가 잡아줘서 궁합이 좋아. 비주얼에다 맛까지 좋으니까 다들 사진도 찍고 질문이 쏟아졌어. 선생님이 어느 브랜드 제품이 재료로 쓰기 좋은지 추천해주시니까 다들 메모까지 하고 아주 열정적이었어~

뜨거운 관심을 받았던 연어 샐러드. 양상추와 홀스래디시 소스, 연어 등 몇 가지 재료만으로도 완성할 수 있는 양식이다. 비교적 간단하지만 모양도 맛도 좋아 수강생들 사이에서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연어 샐러드의 핵심은 기름진 맛을 잡아주는 핫소스였다. 물리지 않아 너무 많이 먹게 될 수 있다는 점을 주의해야 한다.


에그 베네딕트도 신기했어. 유튜브로 보고 따라서 해봐도 실패한다는 수란 만드는 법을 너무 쉽게 알려주더라고. 자 봐봐.

1번-계란을 조심스레 깨서 실온에 둔다.

2번-물에다 소금을 약간 넣고 중간불로 끓인다.

3번-기포가 보글보글 올라올 정도로 끓는 물에 계란을 넣고 4분 정도 그대로~~ 두면 완성.

뭐여? 너무 쉽지? 그런데 저렇게 하니까 잘 되더라고? 보통 단백질 응고를 위해 식초를 조금 넣기도 하는데 우리 쌤은 냄새가 날 수 있어서 안 넣는 게 더 좋다고 하셨어.

나머지는 뭐 그렇게 안 어려웠어. 빵, 버터, 토마토, 아보카도, 베이컨, 아스파라거스 등등 재료들 손질하고 샌드위치처럼 쌓으면 돼. 이때도 꿀팁이 막 나왔어. 아스파라거스 손질법부터 시작해서 버터는 무염 버터보다는 가염 버터를 써야 풍미와 맛을 더할 수 있다, 토마토는 모양을 잡기 위해 완숙보다는 반숙을 추천한다 등등…여기에 가염 버터는 어떤 브랜드 게 좋은지도 추천 받아서 딱 메모해놨지. 에그 베네딕트도 시식을 해봤는데 연어 샐러드 못지않게 반응들이 좋았어. 이건 수란을 터트려서 노른자 흘러나오는 퍼포먼스가 딱 있으니까 여기저기서 감탄이 나오고 막 이래 ㅋㅋㅋㅋ

간편하게 만든 수란을 터트리면 샛노란 노른자가 흘러나오는 에그 베네딕트. 아보카도와 어우러지니 부드러우면서도 고소한 맛이 일품이다.


이제 대망의 투움바 파스타! 내가 사실 이거 때문에 왔거든~ 마침 선생님 말로는 이게 아웃백에서 파는 투움바 파스타랑 제조법이 똑같대. 대박이지? 차이점이 있다면 우리는 치킨스톡을 안 넣고도 맛을 낼 거라는 거지. 정확히는 선생님이 내는 거긴 한데….

아무튼 투움바 파스타는 준비가 좀 필요해. 생크림에 진간장 한 스푼이랑 잔파를 썰어 넣은 걸 냉장고에 3시간 숙성시켜야 돼.

소스를 그렇게 준비했으면 양송이랑 양파를 슬라이스로 썰고, 새우 등에는 칼집을 내. 멍청하게 삼겹살 칼집 내듯이 가로로 여러 번 내지 말고, 세로로 한번 싹 내란 말이야. 그렇게 하면 새우가 익으면서 등이 양옆으로 갈라지는데, 모양도 이쁘고 소스도 잘 밴다 이거야. 케첩이랑 고춧가루도 있어야 된다.

다 준비됐으면 프라이팬에 올리브유를 두르고 마늘, 양파, 버섯, 새우를 익혀. 그 다음엔 고춧가루랑 케첩을 넣는데, 케첩은 잘 타니까 센 불을 쓰면 안 돼. 이렇게 하면 소스는 벌써 얼추 완성됐어.

면은 8분 정도 삶는데, 나 여기서 또 꿀팁 배웠잖아. 파스타 면은 미리 많이 삶아놨다가, 올리브유를 바른 다음 식히고 소분해서 냉장 보관해도 돼. 이걸 몰라서 그동안 나는 파스타 할 때 소스 만들면서 면도 삶느라 북치고 장구치고 난리를 쳤는데 그럴 필요가 없다는 거지. 음식점에서 파스타가 빨리 나오는 것도 이렇게 소분해 둔 걸 쓰기 때문이라네. 그동안 유튜브에서 알리오 올리오 해먹는 영상 많이 찾아봤는데 이런 팁은 여기서 처음 들었잖아~ 그렇게 쌤이 만든 투움바 파스타 먹어봤는데 정말 아웃백에서 먹던 그 맛이 나. 향도 맛도 너무 좋아.

수업 하이라이트인 투움바 파스타. 눈꽃처럼 내려 앉은 치즈가 화룡점정이다. 크림 파스타 위에 갈아서 뿌려 먹기 좋은 치즈는 ‘파르미지아노’ 아니면 ‘그라나빠다노’라고 한다. 외워 두면 레스토랑에서 아는 척하기 좋다.


여기까지 하면 수업 끝. 이날 배운 요리들은 다 집에서 해먹기도 좋지만, 손님 대접에 딱이야. 적당히 있어 보이면서도 그리 어렵지 않아서 수업 듣기 잘했다 싶었어.

이제 내가 쿠킹클래스 추천하는 이유를 말해주지. 요새는 유튜브로도 요리법을 다 배울 수 있지만, 쿠킹클래스는 현장에서 바로바로 궁금한 걸 물어볼 수 있는 게 좋아.

이날 수업은 한 3시간 정도 했거든? 쌤 말로는 평소보다 오래 걸렸대. 내 생각엔 수강생들 반응이 너무 좋아서 그랬던 게 아닐까 싶어. 무슨 말이냐면, 수프 요리를 할 때 누가 생크림은 어떤 걸 써야 되느냐고 물어보니까 쌤이 유통기한 길고 농도 조절이 비교적 쉬운 식물성 크림이 좋다고 하시면서 브랜드도 소개해줬어. 당연히 PPL은 아니고ㅋㅋㅋㅋ 요리 과정을 실제로 눈으로 보고, 맛도 좋으니까 너나 할 거 없이 추천 재료나 꿀팁들을 메모하고 사진도 찍으면서 실시간으로 소통하는 게 좋았어. 재료별 특징이나 여러 재료를 활용해서 응용하는 법은 물론이고 나 같은 초보들 보라고 계량법 같은 기초적인 것도 알려주시더라고.

이날 온 수강생은 총 7명이었는데 나만 남자였거든. 수업 끝나고 커피랑 음료를 마시면서 얘기할 시간이 있었는데, 쌤이 잠시 자리 비웠을 때 다들 어땠냐고 물어봤더니 너무 좋았다고들 하시더라. 사실 굳이 물어볼 필요는 없었어 ㅋㅋㅋ 수업 분위기가 워낙 좋았거든. 같이 온 딸이랑 엄마가 있었는데, 이 분들은 너무 좋았다면서 쌤한테 자꾸 고개 숙여서 인사하고 꼭 다시 오겠다고 약속까지 했어.

부산 남구 한 쿠킹클래스를 수강한 기자 앞에 놓인 식기들. 조경건 부산닷컴 기자


또 다른 분은 부산여성회관에서 한식조리사 자격증을 딴 분인데, 여성회관도 좋지만 이날 클래스도 배울 게 많아서 만족스러웠다고 하셨어. 내친 김에 부산여성회관 클래스는 어떤 식이냐고 여쭤봤는데, 일주일에 한 번씩 요리 학원처럼 배울 수 있고 3개월에 22만 원만 내면 된대. 남자 수강생도 한두 명씩 있었다고 하네.

이제 수업 끝나고 한숨 돌리고 있는 우리 박건옥(48) 쌤 차례. 아까도 말했지만 쌤은 개인클래스 여신 지는 1년이 채 안 됐다고 해. 그래도 잘 가르치셔서 그런지 재수강률이 높고, 빨리 다음 강의 일정 알려 달라는 연락을 많이 받는다고 하시네 ㅋㅋㅋ 가끔 공공기관 출강도 가시고, 심지어 타지에서 수업 들으러 오신 분도 있었대. 성비 같은 경우 절대다수가 여성이긴 하지만 토요일이나 평일 저녁에 남성 수강생도 가끔 온다고 하네.

남자들도 요리해야 하는 시대인 거 알지?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진짜 너무 늦었다. 그러니 지금 당장 시작해라. 배 곯지 않고 세 끼 꼬박 챙겨 먹고 싶으면 지금 배워 놓으란 말이얏~

MBC ‘무한도전’ 영상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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