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없으니 먹어보라” 美경찰 출동시킨 한인 부녀 ‘버블티 사건’

입력
수정2024.07.23. 오후 9:55
기사원문
권윤희 기자
본문 요약봇
성별
말하기 속도

이동 통신망을 이용하여 음성을 재생하면 별도의 데이터 통화료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현지시간으로 2022년 8월 26일 오후 7시 58분, 미국 조지아주의 한 버블티 가게에서 고객과 매니저 간 실랑이가 벌어져 경찰이 출동했다고 유튜브 채널 ‘어레스트 플릭스’가 경찰 보디캠 영상을 공개했다. 사진은 문제의 버블티. 2024.7.21 어레스트 플릭스
미국의 한 버블티 가게에서 한인 남성이 “음료가 너무 쓰다”며 항의했다가 경찰까지 출동한 사건이 뒤늦게 알려져 온라인상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경찰 보디캠을 주로 공유하는 미국 유튜브 채널 ‘어레스트 플릭스’는 21일(현지시간) ‘아버지와 딸이 버블티를 두고 경찰과 전쟁을 벌이다’라는 제목으로 25분 분량의 경찰 보디캠 한 건을 올렸다.

채널 측은 보디캠에 대해 “지난 2022년 8월 26일 오후 7시 58분, 조지아주의 한 버블티 가게에서 화가 난 고객의 신고에 경찰이 출동한 건이다”라고 밝혔다.

보디캠 영상에 따르면 사건 당일 60대 한인 남성 A씨와 그의 딸은 버블티 가게에서 녹차맛 음료를 시켜 집으로 가져갔다.

그런데 음료가 마시기 힘들 정도로 쓴맛이었다고 여긴 A씨 부녀는 가게에 전화를 걸어 항의했다. 또 가게를 다시 찾아 사과를 요구했다.

A씨는 한인 직원인 B(여)씨에게 자신이 산 음료를 건네며 “한번 마셔보라”라고 했고, B씨는 이를 거절했다.

이 같은 대응에 화가 난 A씨는 고성과 함께 B씨에게 음료를 던지려 했고 결국 경찰이 출동했다.
현지시간으로 2022년 8월 26일 오후 7시 58분, 미국 조지아주의 한 버블티 가게에서 고객과 매니저 간 실랑이가 벌어져 경찰이 출동했다고 유튜브 채널 ‘어레스트 플릭스’가 경찰 보디캠 영상을 공개했다. 사진은 매니저 입장을 청취 중인 경찰 모습. 2024.7.21 어레스트 플릭스
A씨는 출동한 경찰에게 “음료를 마셔보고 어떤 점이 문제인지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저들은 사과하지 않았고 무례한 태도를 보였다. 가게 매니저와 몇몇 남자 직원은 나이 든 내게 ‘FXXX’이라고 욕했다”고 호소했다.

이에 직원 B씨는 “그 음료를 (내가) 마셔볼 필요는 없었다. 새로 만들어 주겠다고 했는데, 손님이 화를 내며 내게 음료를 던질 듯이 위협해 다른 직원들이 말린 것뿐이다”라고 반박했다.

B씨는 그러면서 A씨가 자신에게 한국말로 ‘미친X’이라고 욕했다고도 주장했다.

경찰은 B씨에게 환불을 제안하는 등 중재를 시도했다.

B씨도 경찰 제안에 수긍하며 A씨에게 한국말로 “환불해주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A씨는 반말로 “근데 왜 아까는 직접 얘기 안 해?”라고 말하며 삿대질했다.

B씨가 “(음료를) 던지려고 하는데 무슨 말을 하느냐”고 맞대응하자 A씨는 흥분을 참지 못하고 재차 큰소리로 따졌다.

“(당신이 그렇게 끼어들면) 한번에 여러 사람의 진술을 들을 수 없다”는 경찰의 경고에도 A씨는 “손님으로서 항의할 권리가 있다”고 했다.

이에 경찰은 “그렇게 행동할 권리는 없다”며 “음료 한 잔 때문에 그렇게 행동할 이유는 없다. 어른답게 행동하라”고 주의를 줬다.

경찰의 제지에도 A씨가 목소리를 높여 항변하자 경찰은 거듭 “어른답게 행동하라”고 제지했다.

또 “목소리를 낮추라. 또 언성을 높이거나 난동을 부리면 연행할 것이다”라고 재차 경고했다.

그 사이 현장에 도착한 A씨의 딸은 아버지의 태도에 대해 사과하면서도 “점원의 응대가 무례했다”고 지적했다. 다른 남성 직원들이 아버지의 항의에 욕설로 대응했다는 것이었다.

그러자 경찰은 “이들이 무례했어도 이런 소란을 피우지 말고 다른 곳을 이용하면 되지 않았나. 그깟 음료 한 잔 때문에 모든 손님이 소란을 목격했고 이 직원은 울고 있다”고 했다.
현지시간으로 2022년 8월 26일 오후 7시 58분, 미국 조지아주의 한 버블티 가게에서 고객과 매니저 간 실랑이가 벌어져 경찰이 출동했다고 유튜브 채널 ‘어레스트 플릭스’가 경찰 보디캠 영상을 공개했다. 사진은 사건 당사자를 가리키는 가게 직원 모습. 2024.7.21 어레스트 플릭스
실랑이가 길어지자 경찰은 B씨를 포함해 다른 가게 직원들의 증언을 청취했다.

그리곤 공공장소에서 소란을 피운 A씨에 범칙금을 물리고 법원에 출석해 소명하라고 알렸다. 더불어 A씨에게 가게 출입 금지 명령을 내렸다.

A씨 딸은 경찰이 법 집행 절차를 설명하자 “난 의사고, 법원이 무엇을 하는 곳인지 아니까 날 가르치지 않아도 된다”고 선을 그었다.

아울러 A씨 부녀는 “경찰이 울면서 감정적으로 호소하는 직원 입장만 고려한다”고 불평했다.

경찰은 “우리는 양측의 서로 다른 입장을 들었고, 다른 직원들 얘기도 들었다. 팩트는 A씨가 매우 공격적인 행동을 보였고 그 모습을 다수의 사람이 봤다는 것이다. 우리는 최선의 결정을 내리려 했다”고 답했다.

이렇게 상황을 종료하려는 경찰에게 A씨는 자신이 받은 음료를 내밀며 “이게 그들이 ‘먹을 수 없는 음료’를 줬다는 증거다. 증거 보존을 해달라”고 했다.

이에 경찰은 “음료가 맛이 없다고 법에 저촉되는 게 아니다”라고 답했다.
현지시간으로 2022년 8월 26일 오후 7시 58분, 미국 조지아주의 한 버블티 가게에서 고객과 매니저 간 실랑이가 벌어져 경찰이 출동했다고 유튜브 채널 ‘어레스트 플릭스’가 경찰 보디캠 영상을 공개했다. 사진은 경찰에게 사건에 대해 증언하는 가게 직원 모습. 2024.7.21 어레스트 플릭스
현재 해당 영상 조회수는 40만, 댓글은 6000개에 육박하고 있다. 국내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확산하는 중이다.

영상을 접한 국내외 시청자들은 상반된 반응을 보였다.

일부는 “한국에서 윽박지르고 땍땍거리는 행동이 미국에서도 먹힐 줄 알았나”, “한국에서도 음료 맛없다고 먹어보라고 하는 건 진상 행동이다. 거기에 뭘 탔을 줄 알고 직원이 음료를 먹나”라고 주장했다.

“딸이 의사라는 점을 밝힐 필요 있나. 특권 의식이 느껴진다”, “어린 서비스직 여성에 화내고 음료를 매장에 던지고. 한국 표본이다”, “한국 경찰도 저렇게 강경하게 대응했으면 좋겠다” 등의 댓글도 있었다.

일부 “직원이 처음부터 환불해주겠다고 얘기하진 않았던 것 같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A씨 부녀를 비판하는 의견이 대부분이었다.

한편 보디캠을 공개한 채널 측은 “경찰이 어떤 절차를 따르며, 짧은 순간 어떤 결정을 내리는지, 경찰 배지 뒤에 어떤 인간적인 모습이 숨겨져 있는지 통찰을을 얻을 수 있는 동영상”이라며 “오직 교육적 도구로서 공개하는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기자 프로필

이 기사는 언론사에서 세계, 사회 섹션으로 분류했습니다.
기사 섹션 분류 안내

기사의 섹션 정보는 해당 언론사의 분류를 따르고 있습니다. 언론사는 개별 기사를 2개 이상 섹션으로 중복 분류할 수 있습니다.

닫기
3
댓글 미제공

서울신문 댓글 정책에 따라
이 기사에서는 댓글을 제공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