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쉽게 돈 벌 수 있구나” 쾌락 경험…도박 빠졌던 중학생 고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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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4.07.10. 오전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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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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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채널 ‘서울경찰’
도박에 빠졌던 한 10대가 자신의 경험을 공유하며 도박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지난 8일 유튜브 채널 ‘서울경찰’에는 “현직 경찰과 10대 청소년이 경험한 ‘청소년도박’ 이야기”라는 제목의 영상이 올라왔다.

영상에는 도박을 경험한 청소년 김○○군의 이야기와 도박에 빠진 10대들을 만나 온 경찰들의 이야기가 담겼다.

중학교 2학년인 김군은 처음 도박을 하게 된 계기에 대해 “소셜미디어(SNS)를 보다가 공짜로 돈을 준다고 해서 회원가입을 했다”며 “호기심에 (돈을) 충전하고 바카라(카드를 이용한 도박)를 했다”고 밝혔다.

도박에 사용된 돈은 김군의 용돈이었다. 김군은 도박으로 30만~50만원을 땄고, 밥을 먹거나 옷을 구매하는 데 그 돈을 사용했다.

도박을 계속한 이유에 대해 김군은 “돈을 딸 때 쾌락이 좋았다”고 했다. 그는 “‘이렇게 쉽게 돈을 벌 수 있구나’라는 생각과 성취감을 (느꼈다)”고 했다.

김군은 도박의 굴레를 끊기 어려운 점도 설명했다. 그는 “한순간에 망한다. 1만원으로 2만원 따고, 2만원으로 4만원 따고, 4만원으로 8만원 따면 그걸 끝낸다고 생각하지 못한다”면서 목표 금액을 설정하고 소액으로 시작해도 결국 다 잃게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돈을 다 잃으면 (도박 자금을 위해) 또 친구한테 돈을 빌린다”며 “미성년자 신용불량자랑 똑같은 거다”라고 강조했다.

강동경찰서 수사과 박정훈 경장은 청소년이 불법 도박 사이트에 쉽게 접근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 경장은 “도박 사이트의 가입 절차가 정말 간단하다”며 “사이트에 접속해서 회원가입하고 사이트 운영자와 접촉해서 금융계좌와 이름을 알려주면 명의 확인 후 절차가 완료된다”고 설명했다. 성인인증 절차가 없어 미성년자도 쉽게 접근해서 가입할 수 있다.

관악경찰서 여성청소년과 김성호 경장은 청소년 도박이 또 다른 범죄 피해자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면담했던 학생이 20일에 걸쳐서 사이버 도박 바카라에서 400만원을 잃었다”며 “도박 자금을 위해 주변 친구들에게 돈을 빌렸다가 돈을 갚지 못해서 폭행을 입는 2차적인 범죄 피해자가 되는 사례를 경험했다”고 설명했다.

김 경장은 “그 학생도 친구들이 도박을 해서 돈을 땄다는 얘기를 듣고 도박에 접근했다”고 부연했다.

청소년 도박의 또 다른 문제는 직접 노동해서 돈을 벌어 본 경험 없이 도박으로 돈을 쉽게 버는 것에 익숙해진다는 점이다.

관악경찰서 청소년 정책자문단 위다해 학생은 “불법 도박을 하다가 그만둔 친구가 있는데 그는 돈이 필요할 때 아르바이트하지 않고 주식, 가상화폐 거래를 하는 등 방법으로 돈을 벌려고 한다”며 “클릭 몇 번으로 큰돈을 잃고 따고 하다 보니 육체적인 노동으로 얻는 돈에 만족해 하지 못한다”라고 말했다.

박 경장은 “(도박을 한 청소년들은) 우연히 호기심으로 시작했던 도박이 이렇게 큰 문제가 될줄 몰랐다고 한다. 많이 후회하고 반성한다”며 “우리나라 미래를 이끌어가는 청소년들 사이에 도박이 깊숙이 침투해있어 안타깝다”고 전했다.

이어 “호기심으로 시작한 도박으로 인해서 주위 친구들에게 돈을 빌리고 절도, 사기, 학교폭력 등 2차 범죄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사회적으로 심각한 문제”라고 덧붙였다.

경찰은 처벌도 중요하지만 애초에 도박을 시작하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경장은 “도박으로 피해를 보고 있는 친구들을 발굴하면 처벌만이 목적이 아니라 한국도박예방치유원 같은 곳에 상담 연계를 통해서 도박의 굴레를 끊을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돕겠다”고 했다.

박 경장은 “청소년들도 도박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도박에 빠지지 않도록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청소년 도박 문제를 겪고 있다면 117(학교폭력신고센터), 1336(한국도박문제예방치유원)에 연락하면 도움을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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