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거없는 경호처의 저항…숨은 尹만 "싸우자" 선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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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5.01.03. 오전 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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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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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측 "시민들이 경찰 체포할 수 있다" 괴이한 논리도
체포 위기 놓인 尹, 지지층·경호처·변호인단 방어벽
"싸우자" 메시지 내며 극우 지지층 결집 몰두
압수수색 영장과 달리 체포영장 막을 법적 근거 없어
피해는 경호처 직원들이…최상목 입장 필요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발부 사흘째인 2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정문 앞 도로에서 농성을 벌이던 윤 대통령 지지자들을 경찰들이 강제해산시키고 있다. 류영주 기자

'내란 수괴'로 적시된 윤석열 대통령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체포영장 집행을 앞두고 경호처와 지지층을 '방어벽'으로 앞세운 양상이다.

윤 대통령 측은 법원이 발부한 체포영장 자체를 불법이라고 주장하며 끝까지 불응할 태세도 갖추고 있다.

계엄 선포와 관련해 법적 문제를 회피하지 않겠다던 윤 대통령은 관저에 머물며 "끝까지 싸울 것"이란 메시지를 내는 등 지지층 결집에만 몰두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지지층·경호처·변호인단 방어벽 뒤 尹…"싸우자" 목소리

공수처의 체포영장 집행 관측이 제기됐던 2일 윤 대통령이 머무는 한남동 관저 입구에는 지지자들이 몰려들었다. 지지자들은 농성을 벌이고 일부는 도로에 눕는 등 질서 유지를 위한 경찰의 해산 명령에도 불응하며 저항하기도 했다.

경호처는 지난해 12월 31일 체포영장 발부 당시 "적법한 절차에 따라 경호 조치가 이뤄질 것"이라고 밝힌 이후 이날까지 별다른 입장을 내지 않았다.


'적법한 절차'를 내세운 원론적 입장이지만, 대통령 신변 경호를 이전처럼 계속하겠다는 방침으로 해석됐다.

그동안 경호처는 내란 사태 이후 형사소송법을 근거를 들며 수사기관의 압수수색 영장 집행을 막아서왔다. 형사소송법 110조에는 '군사상 비밀을 요구하는 장소는 책임자의 승낙 없이는 압수·수색할 수 없다', 111조에는 '공무원이 소지·보관하는 직무상 비밀에 관한 물건은 감독관공서의 승낙 없이 압수하지 못한다'고 규정돼 있다.

압수수색 영장과 달리 체포영장의 경우 법상 막아설 근거가 없지만, 윤 대통령이 관저에서 버티는 상황에서 경호처가 순순히 문을 열어줄 수 없다는 기류다. 

아울러 이제까지 청와대 압수수색을 단 한번도 응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체포영장 역시 허용 전례를 쉽게 만들 수 없다는 분위기도 흐른다.

윤 대통령 측 변호인은 더욱 반발 수위를 높이고 있다. 

체포영장 발부 자체가 불법이라며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과 효력정지 가처분을 신청했고, 영장에 '형사소송법 110조·111조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표현을 담은 담당 판사를 직무 배제 및 징계하라고 촉구했다. 이와 함께 체포 및 압수수색영장 집행에 대해 법원에 이의 신청을 제기했다.

변호인단은 또 입장문을 통해 "경찰기동대가 공수처를 대신해 체포·수색영장 집행에 나선다면 직권남용 및 공무집행방해죄 현행범으로 경호처는 물론 시민 누구에게나 체포될 수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발부 사흘째인 2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인근에서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체포저지 집회를 갖고 있다. 황진환 기자

지지층과 경호처, 변호인단을 방패 삼은 윤 대통령은 여론전에 나섰다. 지지자들에게 전달한 A4용지 메시지에는 "나라 안팎의 주권 침탈 세력과 반국가 세력의 준동으로 지금 대한민국이 위험하다"며 "여러분과 함께 이 나라를 지키기 위해 끝까지 싸울 것'이라는 내용 등이 담겼다.

관저에 모인 지지자들을 결집하면서 영장 집행을 저지하라는 사실상의 '지침'을 내린 게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피해는 경호처 직원들이…최상목 입장 필요

공수처의 체포영장 집행을 경호처가 막아선다면 공무집행방해 소지가 있다. 결국 막아선 경호처 직원들이 법적 처벌을 지게 될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다. 이에 일각에선 방어를 내세운 경호처 수뇌부와 일선 직원들 사이 괴리감이 생길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경호처가 체포영장 집행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직원들에게 공수처 관계자를 내란죄로 고소·고발하기 위한 채증용 영상 녹화 장비를 지급했다는 소문도 돌았다. 

하지만 경호처는 "근무자들에게 영상 채증 장비를 지급한 사실이 없으며, 수사기관의 영장 집행과 관련 채증을 통해 내란죄로 고소·고발을 검토한 사실이 전혀 없다"고 부인하기도 했다.

2일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정문 앞에 경찰이 경계근무를 서고 있다. 연합뉴스

윤 대통령 측 변호인단의 체포영장 불법, 무효 주장도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윤 대통령 측은 "공수처는 내란죄 수사권이 없다"는 이유를 줄곧 들고 있지만, 법조계와 학계에선 법원이 영장을 발부한 상황에서 더는 의미가 없다는 시각이 중론이다.

내란죄에 대한 수사권은 경찰에만 있지만, 공수처법상 수사 대상인 직권남용 혐의의 '관련 범죄'가 윤 대통령의 내란 혐의에 해당해 수사 권한이 있다는 분석이다. 공수처는 경찰, 국방부와 함께 합동으로 공조수사본부를 구성하기도 했다. 영장 발부는 이러한 부분을 법원이 인정했다는 의미라는 해석이다.

일각에서는 더 이상의 혼란과 충돌 여지를 막기 위해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이번에야말로 제대로 판단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이창현 한국외대 로스쿨 교수는 "체포영장 집행을 막는 건 근거 규정에도 없기 때문에 경호처장이나 수뇌부들이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며 "더 이상의 혼란이나 충돌을 막기 위해선 현재 최종 책임자인 최상목 권한대행이 문제를 정리해야 한다"고 밝혔다.

야당은 경호처 직원들이 피해를 입어선 안된다고 재차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 노종면 원내대변인은 논평에서 "박종준 경호처장이 영장 집행을 방해하라는 부당한 지시를 내린다면 그 부담을 경호처 직원들이 고스란히 지게 된다"며 "경호처 직원들을 부당한 지시의 피해자, 불법행위 당사자로 만들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의 버티기와 배후 여론전은 공무집행방해 교사 소지가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임지봉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정당하게 직무 집행하는 공무원을 여러 명이 폭행하거나 협박하면 특수공무집행 방해에 해당한다"며 "이를 '싸우자'고 독려했다면 교사에 해당할 소지도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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