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만난 한동훈 지도부, 변화와 통합 사이 방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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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영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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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경청·설득, 미래로 가는 정당 위해 더 많은 좋은 분과 일할 것"
5대4 지도부 구성, 친윤계 "원내 사안은 원내대표가 우선" 주장
일각에서는 정점식 정책위의장 교체설 나오지만, 힘 실린 韓
만찬에서도 尹과 러브샷 "韓, 당내 접점·장악력 넓힐 기회 획득"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24일 윤석열 대통령의 축하난을 전달받기 위해 서울 여의도 국회 당대표 회의실에 들어서고 있다. 박종민 기자

국민의힘 한동훈 당대표가 압도적인 지지를 토대로 당권을 쥐게 됐지만, 지도부 구성은 한 대표 쪽으로 쏠려있지 않다.
 
최고위원회의 구성원 9명 중, 한 대표의 확실한 우군은 자신과 친한계 최고위원 2인, 한 대표가 지목할 지명직 최고위원 1명에 불과하다. 나머지 5명은 친윤계로 분류되는 인사들인데, 당내 주요 의사결정은 최고위원회의 구성원 과반의 찬성이 필요하기 때문에, 이론상으로는 친윤계가 단체로 반발할 경우, 한 대표가 원하는 대로 당을 이끌 수 없는 것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당대표가 임명할 수 있는 정책위의장을 친한계 인사로 교체해 과반을 확보하는 방안이 제시되고 있는데, 친윤계의 반발을 피할 수 없는 조치다. 대신, 윤석열 대통령과의 만찬 속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기반으로, 현재 정점식 정책위의장을 유임하면서 일단 친윤계에 우호적인 제스처를 보내는 '통합안'에 힘이 실리고 있다.
 

당직 인선 서두르지 않는 韓, 친윤 최고위원들은 벌써 '견제'

한동훈 대표는 24일 기자들과 만나 주요 당직 인선과 관련해 "지금 당장 선거를 앞두고 있는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제가 하나하나 신중하게 생각하겠다"며 "결과적으로 국민에게 더 잘 봉사할 수 있는 정당, 경청하고 설득하고 설명을 더 잘할 수 있는 정당, 미래로 갈 수 있는 정당을 만들기 위해 우리 당에 계신 많은 좋은 분과 일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한동안 대형 정치 이벤트가 없기 때문에 인선 자체를 서두르지는 않고, 쇄신의 의미를 담겠다는 취지로 읽힌다.
 
다만, 이번 전당대회 결과 구성된 최고위원회의가 한 대표에게 우호적이지만은 않은 점이 변수다. 국민의힘은 단일지도체제이기에 당대표에게 권한이 집중돼 있지만, 사무총장 등 주요 당직 의결, 예산·결산 등 회계 관련 의결, 중요 당무에 대한 심의와 의결 등 주요 의사결정은 최고위원회의 구성원 과반의 찬성이 필요하다.
 
전날 최고위원 선거 결과 친한계 인사로는 장동혁 최고위원, 진종오 청년최고위원이 당선됐다. 한 대표가 선임할 수 있는 지명직 최고위원도 친한계 인사에게 맡길 경우, 한 대표 자신을 포함해 최고위원 9명 중 4명이 우호 세력이 된다. 당 살림살이를 책임지는 사무총장에는 송석준·배현진 의원 등이 물망에 오르고 있는데, 사무총장은 최고위원회의 의결권은 없다.
 
국민의힘 한동훈 신임 대표와 장동혁 등 신임 최고위원들이 23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제4차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박종민 기자

이외에 나머지 5명은 친윤계 인사들이다. 선출직 최고위원으로 당선된 김재원, 인요한, 김민전 최고위원은 물론, 최고위를 구성하는 추경호 원내대표, 정점식 정책위의장도 모두 친윤계에 속한다.
 
친윤계 선출직 최고위원들은 벌써부터 한동훈 대표에 대한 견제에 나섰다. 한 대표가 전당대회 기간 내내 강조해 온 제3자 추천 방식의 채 상병 특검법을 비토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김재원 최고위원은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국회 운영에 관해서는 교섭단체 대표인 원내대표가 최고의 권한과 책임을 갖도록 당헌에 명시하고 있다"며 "당대표와 원내대표의 의사가 다를 때는 원내대표의 의사가 우선하게 되고 그 최고 결정은 의원총회에서 결정하게 돼 있다"고 말했다.
 
원외 인사인 한 대표가 대안을 추진하려 해도 추경호 원내대표의 판단이 우선이라는 설명이다. 김민전 최고위원도 이날 SBS라디오에서 채 상병 특검과 관련해 "원내 전략에 해당하는 것이고 당대표가 이래라저래라 할 이야기는 아니라는 것이 제 입장"이라고 했다.
 

완전한 친정체제 구축보다는 尹 관계 개선 통한 통합 무게

이에 일각에서는 최고위원회의 결정사항이 있을 때마다 친윤계 최고위원들이 대립각을 세우는 상황이 반복될 수 있다고 보고, 당대표의 권한으로 정책위의장을 교체해 지도부 과반을 친한계로 만들자는 전략이 제시되고 있다.
 
이 경우 의사결정의 안정성과 추진력을 담보할 수 있다는 장점은 확실하다. 다만, 실익이 크지 않다는 비판을 받는다. 정책위의장은 당대표가 임명할 수 있지만 원내대표와 협의해 의원총회의 추인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현재 정점식 정책위의장은 임명된 지 2개월밖에 되지 않았는데, 추경호 원내대표가 정 정책위의장의 유임을 강하게 바라는 것으로 전해진 상황이기에, 섣부른 교체는 거센 반발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
 
윤석열 대통령이 2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 파인그라스에서 열린 국민의힘 전·현직 지도부 초청 만찬에서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 추경호 원내대표 등과 대화하며 이동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또 이날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 신임 지도부 및 전당대회 출마 인사들 사이 만찬으로 화합 무드가 조성된 만큼, 한 대표가 여유를 두고 친윤계와 접점을 늘리며 당내 분란을 수습할 시간을 벌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윤 대통령은 한 대표와 화합의 의미로 '러브샷'을 해 참석자들로부터 박수를 받기도 했다.
 
친한계 관계자는 "영남권 의원이자 친윤이라는 상징을 가진 정점식 의장을 무리하게 교체하기 보다 유임시키면서 유화 제스처를 보일 수 있는 것"이라며 "화합의 신호를 보내며 함께할 수 있는 부분은 공감대를 찾는 등 당내 접접과 장악력을 넓혀갈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패스트트랙 공소 취소 요청을 거절했다는 폭로로 원내 다수 의원들의 상처를 보듬어야 하는 한동훈 대표의 입장에서 원내 사령탑과 즉각 척을 지는 것도 부담스럽다. 여기에 한동안 전국단위 선거와 같은 임박한 정치 이벤트도 없기 때문에, 당에 분란을 확대하기보다는 안정을 추구하며 '국민 눈높이'에 대한 공감대를 확대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전당대회 기간 불거진 갈등 상황을 순식간에 덮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정통 보수 진영의 지지와 중도 우파로 외연을 넓혀 재집권을 노려야 하는 한동훈 대표 입장에서는 현재 균형을 잡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며 "현 정권이 실패하면 한 대표의 미래도 없기 때문에 핵심 지지층에 대통령과의 원활한 소통을 지속적으로 드러내면서 한동훈표 통합에 힘을 싣는 것이 중요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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