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이 지경까지"…티몬·위메프, 문어발 확장에 결국 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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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4.07.25. 오전 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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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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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몬·위메프 정산 지연 사태, 모회사 큐텐 유동성 위기로 확산
큐텐의 '위시(Wish)' 인수가 위기의 기폭제로 작용
결국 주식시장 상장을 위한 문어발식 확장이 독이 돼 돌아온 꼴
티몬 PR본부장·실장마저 사임…은행·카드사도 '손절'
업계 "안타깝지만 이커머스 시장 재편 일어나는 것"
24일 서울 강남구 티몬 본사의 모습. 류영주 기자

티몬과 위메프의 정산 지연 사태가 모회사 큐텐의 유동성 위기로 번지면서 회사가 존폐의 기로에 섰다. 특히 큐텐의 '위시(Wish)' 인수가 위기의 기폭제로 작용하는 등 주식시장 상장을 위한 문어발식 확장이 독이 돼 돌아왔다.
 

티몬 PR본부장마저 사임…은행·카드사도 '손절'

 
25일 이커머스 업계에 따르면, 전자지급결제대행업체들이 티몬·위메프와의 거래를 일시 중단했다. 이에 따라 티몬·위메프에서 신용카드로 결제가 불가능하고 환불도 당분간 어려워졌다. 입점 판매자들에 대한 정산 지연이 보름 넘게 이어지자 티몬·위메프가 '8월 중 새로운 정산 시스템 마련' 등 해결책을 내놨지만 소용없었다.
 
은행도 일찌감치 등을 돌렸다. 주요 은행들은 티몬·위메프에 대해 선(先)정산대출 취급을 잠정 중단했다. 선정산대출은 이커머스에서 물건을 파는 입점 판매자가 은행으로부터 판매대금을 먼저 지급받고, 은행은 몇 달 후 정산일에 이커머스로부터 정산금을 대신 받아 상환하는 구조다. 은행도 추후 티몬·위메프로부터 정산금을 상환받지 못할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아직까지 정산을 받지 못한 입점 판매자들의 분노도 극에 달했다. 전날 입점 판매자들이 모여 있는 한 카카오톡 단체방에서는 "티몬 본사에 쳐들어가 돈 되는 건 다 가져오자"고 하는 등 집단행동 가능성도 포착됐다. 다만 본사 영업이 사실상 중단된 상태라 몇몇 피해자들만 굳게 닫힌 문을 확인한 채 발길을 돌려야했다.
 
24일 서울 강남구 티몬 본사의 모습. 류영주 기자

티몬·위메프는 전주부터 사태 확산 조짐을 예견했다. 지난 19일 티몬의 PR 업무를 총괄하던 본부장이 사임한 데 이어, 지난 22일에는 홍보실장마저 회사를 떠났다. 현재는 홍보팀장이 이들 빈자리를 대신하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 위메프와 티몬 결제 추정액을 근거로 추산하면 피해 규모가 최소 1천억원을 넘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위메프와 티몬 등 큐텐그룹 계열사를 통해 상품을 판매하는 파트너사는 모두 6만 곳으로 이들 3개사의 연간 거래액은 2022년 기준 6조9천억원에 달한다. 지난달 기준 위메프와 티몬 결제액이 각각 3082억원과 8398억원이라는 집계도 있어 이번 정산 지연 사태의 피해액은 최소 1천억원대 이상일 것으로 추정된다. 최악의 경우 제2의 '머지사태'로 비화될 수 있다는 비관적 전망도 나오고 있다.
 

나스닥 상장 위한 덩치 키우기 '올인'이 패착

 
어쩌다 이 지경이 됐을까. 이번 티몬·위메프 사태의 가장 큰 원인은 상장을 위한 무리한 인수합병 때문이다. 업계와 피해자들은 모회사 큐텐이 자사 물류기업인 큐익스프레스의 나스닥 상장을 위해 무리하게 국내외 이커머스 기업을 인수한 것이 문제의 시발점이라고 보고 있다.
 
실제 큐텐은 2022년 티몬을 시작으로 위메프, AK몰 등을 잇달아 인수하며 몸집을 키웠다. 이들 이커머스는 코로나19 당시 변화에 실패한 기업들이었다. 당연히 이들 업체들은 인수될 당시에도 갚아야 할 빚이 자본보다 많은 '자본잠식' 상태였다.
 
그러나 큐텐 입장에서 부채는 중요하지 않았다. 이커머스 기업 특성상 상장을 위해서는 매출과 트래픽이 중요했다. 재무건전성을 우선적으로 따지는 코스닥과는 달리 기업의 성장 가능성을 많이 따지는 것이 나스닥 상장을 노린 '올인' 전략이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플랫폼 기업은 독특하게도 꾸준한 성장세 못지않게 판매자들이 우리 플랫폼에서 상품을 판매한 '전체 거래액'과, 판매자들에게 대금을 지급하고 우리 플랫폼 기업이 가져가는 '매출액'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다시 말해 부채보다 트래픽과 규모가 상장 여부를 판단할 주요 요소라는 것이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이커머스 업황 전체가 포화 상태에 이르는 등 큐텐의 나스닥 상장은 번번이 실패했고, 그 사이 헐값에 매수한 티몬, 위메프의 재무 상태는 더욱 악화했다.

여기에 미국 기반의 글로벌 쇼핑플랫폼 위시를 인수한 게 결정타였다. 큐텐은 지난 2월 위시를 1억7300만 달러(2300억원)에 인수한다고 발표한 뒤 티몬·위메프 자금까지 끌어 쓰면서 유동성이 악화했다. 큐텐 사정을 잘 아는 한 업계 관계자는 "큐텐은 위시를 인수하면서 쌓여왔던 상처가 곪아터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티몬 본사. 24일 취재진이 직접 찾았지만 문은 잠겨있었다. 유준상 인턴기자

결국 현금 부족으로 위메프와 티몬은 지난 6월부터 입점 판매자에게 대금을 제때 지급하지 못하게 됐다. 그러자 티몬에서 선(先)결제 상품권을 10% 할인해 판매하기에 이른다. 사실상 고객 돈을 미리 받아서 대금 지급에 쓴 것이다. 이를 눈치 챈 은행, 카드사, 전자지급결제대행업체 등이 티몬·위메프와의 거래를 끊으면서 모회사 큐텐의 현금 흐름이 막히게 됐다.
 
이번 사태로 업계에서는 '안타깝다'는 반응과 동시에 이커머스 시장의 재편이 일어나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이번 사태로 다른 이커머스 업계 전체의 신뢰도가 하락하게 돼 너무 안타깝다"면서도 "이커머스 시장의 큰 재편이 일어날 것으로 보이며, 모체가 튼튼한 이커머스 기업의 경우에는 역으로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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