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청문회 자료 제출 두고도 공방
李, 野 공격에 사퇴 거부하며 "MBC, 노조가 중요한 결정 좌지우지"
MBC출신 한준호, 회의장 밖 사퇴 시위…與 "국회 권능 침해 행위" 비판
24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에서는 야당 위원들과 이 후보자 간 날선 신경전이 펼쳐졌다.
이 후보자는 방통위 현 2인 체제 논란에 대한 질문에 "국회에 (책임이) 있다고 말씀을 드리는 게 맞을 것 같다"며 "야당에서 한시바삐 2명의 상임위원을 추천해 주시고 여당에서도 한 명을 더 추천해주시면 좋겠다고 강조하고 싶다"고 답했다.
그러자 더불어민주당 소속인 최민희 과방위원장은 "미완의 2인 (방통위) 구성에 대해 말할 때 조심하라. 제가 당사자이다"라며 "윤석열 대통령이 민주당이 추천한 방통위 상임위원은 단 한 명도 임명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최 위원장은 지난해 방통위법상 국회가 추천하는 상임위원 몫으로 내정됐지만, 윤 대통령이 이를 재가하지 않아 사퇴한 전적이 있다.
최 위원장은 이날 청문회가 시작 때도 이 후보자와 기싸움을 펼쳤다.
이 후보자가 청문회 증인 선서를 마치고, 증서를 최 위원장에게 제출한 뒤 자리로 돌아가자 "제가 인사하려고 했는데 돌아서 가시니 뻘쭘하지 않느냐"고 말했다. 이에 이 후보자는 위원장석으로 돌아와 악수를 한 뒤 서로 고개를 숙여 인사했는데, 이 때 최 위원장은 이 후보자 귀에 대고 "저와 싸우려 하시면 안 된다"고 속삭이기도 했다.
여야는 청문회 시작 직후 후보자의 자료 제출을 두고 공방을 벌였다. YTN 기자 출신인 민주당 노종면 의원은 본인과 배우자의 외국환 거래내역, 자녀 입시 자료, 주식 거래 내역 등을 거론하며 "개인정보, MBC 인사에 관한 사항 등 갖가지 사유를 들어 제출하지 않은 자료가 224건이다. 청문회를 하루 더 하는 일이 있더라도 자료를 받아야겠다"고 말했다.
반면 국민의힘 이상휘 의원은 "적법한 절차에 따른 자료 제출은 필요하지만, 기본적으로 청문회는 방통위원장으로서 직무를 어떻게 해나갈지에 대한 내용이 우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 후보자는 이날 청문회에서 야당 의원들의 과거 정치 편향 발언 관련 지적에 "소셜미디어에 올린 많은 글은 정당인이나 자연인으로 활동할 때의 글"이라며 "공직에 들어간다면 그 부분은 철저히 중립성을 갖겠다"고 말했다.
다만 이런 발언들을 거론하며 사퇴를 촉구하는 말에는 "사퇴하지 않겠다"고 답했고, 현 MBC 상황에 대해서는 "노조가 중요한 결정을 사실상 좌지우지하게 되는 그런 상황이 돼 버렸다"며 노조를 문제 삼았다. 그는 'MBC가 사회적 갈등을 일으키는 데 원인을 제공한 부분이 있다'는 여당 측 물음에 "한때는 MBC에 광고하고 싶어서 막후 로비를 할 때가 있었고, 드라마·예능 왕국으로 불리기도 했는데 언제부턴가 언론노조가 주도적인 회사 내 세력으로 되면서 정치성이 굉장히 강화됐다"며 "특히 제작 자율성과 인사 부문에 있어서 임명동의제 등이 핵심인데 사실상 임명과 콘텐츠 제작 부분을 노조가 갖고 있다고 할 수 있다"고 답했다.
한편 MBC 아나운서 출신인 민주당 한준호 의원은 언론노조 관계자들과 함께 이날 청문회가 시작되기 전 회의장 밖에서 '언론장악 청부업자 이진숙 사퇴하라'는 문구가 담긴 피켓을 들고 시위를 했다.
이를 두고 과방위 여당 간사 최형두 의원은 "언론노조가 상임위원회 회의실 앞에서 집회 시위를 했다"며 "국회의 인사청문회에 대한 중대한 도전 행위이고, 국회의 권능에 대한 침해 행위"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최 위원장은 "언론노조가 무슨 큰 일을 저지르거나 하는 것처럼 매도하는 부분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으며 "위원들의 의사진행을 발언하거나, 막거나, 내부의 혼란을 가져오면 그때는 즉시 퇴장시키고 문제 삼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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