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권 방어 비판에 '자사주 공시의무화'…밸류업 도움될까

입력
기사원문
장성주 기자
본문 요약봇
성별
말하기 속도

이동 통신망을 이용하여 음성을 재생하면 별도의 데이터 통화료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자사주, '백기사'에 처분 등 대주주 경영권 방어용 지적
5% 이상 자사주 등 보유 의무화 도입…시행 시기는 미정
"공시 내용만 구체화, 자유로운 자사주 처분은 여전"
자사주 소각 규모 늘었지만, 5% 이상 보유 기업은 '미지근'
"소각이 진짜 주주환원…소각 의무나 인센티브 필요"
연합뉴스

대주주의 경영권 방어 수단이라는 비판을 받는 자사주에 대한 공시 의무가 도입될 예정이다. 금융당국이 추진하는 밸류업 프로그램을 뒷받침할 제도지만, 주주환원의 핵심인 '자사주 소각'에 대한 내용이 빠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1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지난 16일 주권상장법인 자기주식 제도개선을 위한 시행령과 규정 개정안에 대한 의견을 수렴했다.
 
개정안의 주요 내용은 자사주 보유 비중이 발행 주식수의 5% 이상인 경우와 자사주를 처분할 때 주식가치 희석효과 등 주요사항의 의무 공시다. 인적분할 때 자기주식에 대한 신주 배정을 제한하는 등도 포함된다. 다만 시행 시기는 미정이다.
 
상장사가 자사주를 대주주의 지배권 강화에 사용하면서 일반주주 가치를 훼손한다는 지적에 따른 대응 방안으로 풀이된다. 자본시장연구원 황현영‧정수민 연구위원은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자기주식 제도의 개선과제' 보고서를 통해 이 같은 문제를 꼬집었다. 
 
자사주는 의결권이 제한되지만, 주주총회에서 중요한 의사결정을 앞두고 대주주에게 우호적인 제3자에게 자사주를 처분해 '백기사'로 등장하는 경우가 존재한다. 또 두 상장사가 서로의 자사주를 교환해 우호 관계를 만들고 지배권을 강화하는 방법도 있다.
 
구체적으로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이 합병할 당시 삼성물산이 보유하던 자사주 5.76% 전량을 KCC에 매각했고, KCC가 해당 합병을 찬성한 사례를 꼽았다. 또 2022년 KT와 현대자동차‧현대모비스가 서로 자사주를 매각했고, 같은해 고려아연과 LG화학, 한화가 자사주 매각으로 상호주를 보유한 예도 소개했다.
 
하지만 금융당국의 이번 개정안도 자사주에 대한 공시 내용을 강화한 것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두 연구위원은 "공시 내용이 지금보다 구체적일 뿐 여전히 이사회가 자사주를 자유롭게 처분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차이가 없다"고 밝혔다.
 
또 주주환원을 위한 자사주 소각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난해 자사주 소각을 공시한 96개 상장기업의 소각 규모는 5조 2천억원이다. 한화투자증권이 지난 15일까지 집계한 자사주 소각 공시 상장사는 93개로 규모는 7조 8천억원이다. 
 
다만 자사주 규모가 큰 상장사의 소각에 소극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2022년 말 기준으로 국내 상장기업 중 자사주를 5% 넘게 보유한 기업은 전체 2483개 중 470개(19%)다. 이 가운데 올해 4월까지 자사주를 소각한 기업은 8.1%에 불과하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자사주 매입은 배당과 함께 주주환원의 대표적 활동으로 알려졌지만, 소각하지 않으면 일반주주에게 이익이 돌아가지 않는다"면서 "최근 자발적인 자사주 소각이 늘고 있지만, 적극적인 주주환원을 위해선 제한적인 소각 의무를 두거나 소각에 따른 인센티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CBS노컷뉴스는 여러분의 제보로 함께 세상을 바꿉니다. 각종 비리와 부당대우, 사건사고와 미담 등 모든 얘깃거리를 알려주세요.
  • 이메일 : [email protected]
  • 카카오톡 : @노컷뉴스
  • 사이트 : https://url.kr/b71afn

기자 프로필

이 기사는 언론사에서 경제 섹션으로 분류했습니다.
기사 섹션 분류 안내

기사의 섹션 정보는 해당 언론사의 분류를 따르고 있습니다. 언론사는 개별 기사를 2개 이상 섹션으로 중복 분류할 수 있습니다.

닫기
이 기사를 추천합니다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