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당국, 수미 테리 '긴급 체포'…"10년 이상 징역형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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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4.07.18. 오전 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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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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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의 어설픈 정보활동, 미 당국에 '탈탈' 털렸다
최근 사임한 정 박 국무부 부차관보도 연루 됐을까
수미 테리가 국정원 직원과 함께 차량으로 이동하는 모습. 미 뉴욕 남부지검 공소장 사진 캡처
미 중앙정보국(CIA) 대북 분석관을 지냈던 수미 테리(53·한국명 김수미) 미국외교협회 선임연구원이 17일(현지시간) 미 당국에 의해 긴급 체포됐다.
 
수미 테리는 외국대리인등록법(FARA) 위반 혐의로 전날 연방 검찰에 기소된 데 이어, 이날 체포되면서 미 당국이 이번 사안을 매우 심각하게 보고 있다는 방증이 되고 있다.

테리 연구원은 약 10년에 걸쳐 미국의 비공개 정보를 한국 정부에 넘기는 대가로 고가의 가방·의류, 거액의 현금 등을 제공받은 혐의 등을 받고 있다.
 
미 법무부는 이날 "테리는 미국 정부 업무를 떠난 후 10년 이상 동안 외국대리인등록법을 어긴 채 미국의 비공개 정보를 한국 정보관에게 넘기는 등 한국 정부를 위해 일해왔다"며 "이런 행위의 대가로 한국정부는 테리에게 사치품, 고가의 저녁 식사, 거액의 현금 등을 제공했다"고 밝혔다.
 
또한 법무부는 "테리가 미 정부기관 퇴직 후 학술기관과 싱크탱크에서 일하면서 한국문제와 관련한 컨퍼런스를 주최하고 다양한 미디어에 출연해 한국에 우호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문제에 대해 발언했다"며 "그는 미국 정부의 한국 정책과 관련해 최소 3차례 의회에서 증언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뉴욕타임스(NYT)는 "의회 증언 전에 수미 테리가 자신은 외국 정부를 위해 일하는 것이 아니라고 서명까지 했다"고 보도했다. 
 
특히 미국은 구체적인 예를 들며 테리가 2022년 6월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과의 비공개 회의에서 나온 미국 정부의 대북 정책 관련 비공개 메모를 한국 정부에 전달한 것을 문제 삼았다.
 
당시 국무부 청사에서 약 1시간 동안 진행된 소규모 회의엔 블링컨 장관을 비롯한 고위 국무부 관료들과 함께 테리를 포함한 다섯 명의 한반도 전문가가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의는 솔직한 대화를 나누기 위해 외부 유출이 불가능한 '오프더레코드'를 전제로 이뤄졌지만 테리는 회의 직후 손으로 작성한 회의 내용을 한국 정부에 넘겼다.
 
앞서 연방 검찰은 테리를 기소하면서 "당시 국무부 비공개 회의가 끝난 직후 국정원 요원이 대사관 번호판이 달린 차량에 테리를 태운 뒤 그가 작성한 두 페이지 메모를 촬영했다"고 밝힌 바 있다. 
 
미 법무부는 이런 정보 제공의 대가로 테리가 한국정부측으로부터 받은 금품 내역 등을 낱낱이 열거했고, 테리가 유죄 판결을 받을 경우 최대 10년 이상의 징역형에 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날 수미 테리에 대한 기소에 이어 긴급체포까지 이뤄진 상황에서 미 법무부가 이처럼 한국정부의 첩보 활동을 매우 상세히 밝힌 것은 동맹 관계와는 별도로 비공식 루트를 통한 한국의 정보활동에 대해 경고를 한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이에 대해 수미 테리의 변호인은 "미 당국의 이러한 주장은 근거가 없으며 독립적으로 수년간 미국에 봉사한 학자이자 분석가의 경력을 왜곡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테리 연구원은 2001~2008년 CIA 동아시아 분석가로 근무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국가정보위원회 등에서 일했다. 
 
한편 수미 테리가 기소·체포된 가운데, 미 국무부에서 한반도 정책을 총괄했던 정 박 국무부 부차관보가 최근 사임한 것도 이번 사건과 관련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이번 사건의 공소장에는 지난 2021년 수미 테리가 국정원 요원과 저녁을 먹으면서 "한국 업무도 담당하는 국무부 고위당국자와 테리의 친밀한 관계에 대해 논의했다"는 내용이 들어있다. 
 
물론 여기에는 정 박을 명시되지는 않았지만, 정황상 정 박 전 국무부 부차관보를 거론한 것이라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법무부가 특히 문제 삼고 있는 테리의 2022년 6월 '비공개 회의' 유출 때, 정 박은 현직이었고 당시 회의에 간여했을 가능성이 높은 상태이다. 
 
정 박 전 부차관보는 지난 5일 돌연 사임했고, 외교가에서는 당분간 미국 정보의 북한 문제는 '개점 휴업' 상태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다.
 
일각에서는 정 박이 블링컨 국무부 장관의 비공식 발언이 유출된 것에 대해 책임지고 사임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내놓고 있다. 
 
다만 이번 사건에 정 박 전 부차관보까지 연루됐을 경우, 미 정부의 대북 정책 컨트롤타워 공백과 관련해 한국정부의 어설픈 정보활동에 대한 비판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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