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응급실 파행' 관련 대통령실 인식 직격…"현실 애써 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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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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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의학과 전문의 '절반 사직'한 순천향대천안병원 축소 운영 관련
앞서 대통령실 관계자 "우려할만한 사례 아냐…그 병원 한정된 상황"
의협 "정부, 의료사태 해결의지 全無…자기기만적 태도에 심각한 유감"
"무리한 정책, 지역·필수의료 망하는 지름길…전공의·의대생 요구 수용하라"
정부가 제시한 전공의들의 사직 처리 마감 시한인 15일 오전 서울 시내 한 대형병원 응급실 인근에서 한 의료 관계자가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권역응급의료센터인 충남 천안 순천향대 천안병원이 '전문의 집단 사직'으로 응급실 가동 파행을 빚은 가운데 이를 두고 "우려할 만한 사례는 아니"라고 밝힌 대통령실 관계자의 발언이 논란이다.
 
오는 21일까지 축소 운영에 들어간 이 병원 응급실이 완전히 '셧다운'된 것은 아니란 취지였지만, 국립중앙의료원(NMC) 등 비슷한 상황에 처한 병원들이 상당수란 점에서 현실과 동떨어진 인식이란 비판이 나온다.
 
대한의사협회(의협)는 17일 입장문을 통해 "국민 생명을 뒷전으로 생각하고 있는 대통령실의 처참한 민낯이 여실히 드러났다"며 "응급의료 붕괴에 대한 대통령실의 안일한 인식은 심히 우려할 케이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현재 권역응급의료센터, 대학병원 및 종합병원 응급실의 응급의학과 교수 및 전공의들은 격무에 시달리고 지쳐 24시간 응급의료를 제공하지 못하는 지경까지 내몰리고 있는 상황"이라며 "대통령실은 이 사태의 심각성을 전혀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앞서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전날 기자들과 만나 '전공의 사직 처리' 조치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순천향대천안병원 응급의료 파행 관련 질문을 받자 "그 병원에 한정된 상황이고, 셧다운 되는 것은 아닌 것으로 파악한다"고 답변했다.
 
"단계별로 정상화 플랜을 가지고 기능을 유지한 채로 추가 채용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에 그렇게 우려할 만한 사례는 아니다"라고도 밝혔다.
 
하지만 의협은 전날 하루 동안 응급실 운영이 전면 중단된 순천향대천안병원 사례가 비단 이 병원만의 문제가 아니란 점을 강조했다. '24시간 대응'이 원칙인 응급실이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의료공백 장기화로 인한 시스템 붕괴를 보여주고 있단 의미다.
 
이어 대통령실을 겨냥해 "'정신승리'적 발언으로 현실을 애써 부정하고, 의료사태 해결의지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 없다"며 "(대통령실 관계자의) 자기기만적 태도에 심각한 유감을 표한다"고 직격했다.
 
순천향대천안병원은 지난달 응급의학과 전문의 8명 중 4명이 사직 의사를 표하며 정상 운영이 불가능해진 상황이다. 의대 증원 발표 이후 병원 전공의 98명이 전원 이탈하면서 전문의들의 업무가 가중된 가운데 응급의학과 교수 초빙 관련 병원 측과 전문의들 간 의견 충돌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병원 측은 교수 채용 추진을 접고 기존 전문의들의 복귀를 설득 중이지만, 이들이 돌아오지 않을 경우 이날부터 21일까지 저녁 8시부터 익일 오전 8시까지 야간 운영을 중단해야 하는 상태다.
 
국립중앙의료원도 최근 응급실을 전담하는 응급의학과 전문의 1명이 사직서를 낸 것으로 파악됐다. 의료원은 즉시 충원을 위한 모집에 나섰지만, 지원율은 미미한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방 공공병원인 속초의료원도 응급실 전문의 5명 중 2명이 나가면서, 이달 한 달 간 응급실을 제한적으로 운영 중이다.
 
연합뉴스

의협은 이에 대해 "응급실은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꺼져가는 생명의 불씨는 살려내는 최전선"이라면서도, 그간 응급의학과가 법적 리스크, 높은 업무강도로 인해 '필수의료' 중에서도 손꼽히는 기피 과였음을 지적했다.
 
또한 "이번 정부의 '의료농단'으로 인해 응급의료현장의 어려움은 더욱더 심해진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응급실 의료진들은 불안해할 국민들을 위해 과중한 업무를 견디며 힘겹게 의료현장을 지켜왔다"며 "또 응급실이 붕괴되지 않도록 수차례 정부에게 응급의료를 위한 지원을 호소해 왔음에도, 정부는 전혀 귀 기울이지 않고 오직 의대정원 증원만을 위한 정책을 강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의협은 정부의 '비과학적 의대 증원 강행'으로 인해, 현장 곳곳에서 이미 수많은 부작용이 뒤따르고 있다고 언급했다. 반면 정부의 대응은 여전히 '땜질식 처방'에 머물러 있거나, '문제없다'며 현실을 외면하기에 급급하다고 비난했다.
 
이와 함께 "무리한 정책 추진의 결과는 지역·필수의료를 망하게 하는 지름길"이라며 "정부는 무책임한 태도를 멈추고, 지금이라도 전공의 및 의대생들이 바라는 바를 수용해 의료체계 정상화를 위해 힘쓰길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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