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 꿈꾸던 여대생이 남기고 간 600만원…"후배들에게 전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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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4.07.10. 오후 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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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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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요약
알바로 번 돈 600만 원, 교사 꿈꾸는 후배에게…
대장암으로 세상 뜬 대구대 학생의 '마지막 바람'
교내 샌드위치 가게에서 아르바이트 하며 번 돈 기탁
대구대, 사범대학 인근 벤치에 수현씨 뜻과 이름 새겨
대구대학교 생물교육과 故 차수현 학생 사진. 수현씨는 교사의 꿈을 놓지 않고 열심히 살다 생을 마감해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대구대 제공

교사를 꿈꾸다 대장암으로 세상을 뜬 대구대학교 생물교육과 차수현 학생이 아르바이트로 모은 돈 600만 원을 사범대학 후배들을 위해 장학금으로 기탁해 보는 이들의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대구대는 "지난 6월 중순 대구대를 방문한 수현 학생의 아버지 차민수씨가 딸이 교내 샌드위치 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어렵게 모은 돈을 교사의 꿈을 대신 이뤄 줄 후배들에게 써 달라며 대학 발전기금을 전달해 왔다"고 10일 밝혔다.
 
수현 학생은 지난 2021년 교사가 되기 위해 대구대 사범대학 생물교육과에 입학했다. 그러나 호사다마일까? 교사의 꿈을 꾼 것도 잠시 입학 직후에 받은 건강 검진에서 암 판정을 받았다.(선종성 용종증)
 
수현씨 아버지 차민수 씨는 "수현이가 저와 같은 병 진단을 받았을 때 하늘이 무너져 내리는 기분이었다"면서 "딸에게 이런 몹쓸 병을 물려준 게 아닌가 싶어 너무 괴로워서 그 당시에는 눈물이 마를 날이 없었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수현씨는 수술보다는 자연치유 쪽을 택했다. 그는 아픈 몸으로 교사의 꿈을 이루기 위해 3년간 한 학기도 쉬지 않고 열심히 공부했다고 한다. 같은 학과 교수님의 연구실에서 활동했고, 교내 샌드위치 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아름다운 꿈을 버리지 않았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지난해 말 갑자기 병세가 악화되기 시작해 다시 진단을 받은 결과 크리스마스 즈음 대장암 4기 진단이 나오고 말았다. 4학년 때 하는 교생 실습을 하리라 굳게 마음 먹고 있었지만, 아픈 몸으로 실습을 감당하긴 무리였다. 결국 지난 6월 초 22세의 꽃다운 나이에 이생에서의 삶을 마감했다.

미지막을 예감한 수현씨는 알바로 모은 돈을 아버지에게 꺼내놓으며 "제가 이루지 못한 꿈을 후배들이 대신 이룰 수 있도록 돕는데 쓰면 좋겠다"고 말했다.

수현씨 아버지는 딸의 뜻을 전달하면서 "교사가 되기 위해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들을 보고 있으면 모두 딸처럼 느껴진다. 딸의 소중한 뜻이 담긴 이 돈이 교사의 길로 나아가고 있는 후배들에게 작게나마 응원이 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수현씨를 지도한 문동오 교수는 "지금 대학생들에게 대학은 우리들의 천국인지, 또 내일은 사랑이 있는지 궁금했던 적이 있었는데, 수현이를 만나고 나서야 사랑과 행복이 넘치는 천국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며 수현씨와 함께했던 시간들을 추억했다.
 
대구대는 차수현 학생이 교사가 되고자 했던 꿈을 캠퍼스에 간직하기 위해 평소 생활했던 사범대학 건물과 아르바이트를 했던 가게 근처에 있는 벤치에 '수현 학생 이름과 추모 문구'를 새겨 그의 소중한 꿈을 기리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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