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로당은 싫고 갈 곳은 없고"…공원·지하철 전전하는 노년의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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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동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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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멘트 】
국민소득 5만 달러, 인구 5천만, 세계 5대 강국을 향한 MBN '555' 기획 이어갑니다.
5천만 국민 5명 중 1명 가까이가 65세 이상인 요즘, 준비된 노후를 맞는 이들은 몇이나 될까요?
그저 나이 들었을 뿐인데 할 일도, 갈 곳도 잃고 도심 곳곳에 풍경처럼 자리한 노년의 하루를 장동건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기자 】
공원 한편에 놓인 장기판 주변으로 노인들이 삼삼오오 모입니다.

적적한 하루를 보낼 곳이 딱히 떠오르지 않다 보니 매일같이 이곳에 출근 도장을 찍습니다.

▶ 인터뷰 : 탑골공원 방문 70대 노인
- "(일주일에) 4~5일 나와요. 동네 경로당은 나이가 어려서 아직 안 되죠. 75세 정도 되면 가봤자 만날 라면 끓여와라, 커피 물 타와라…."

지하철 역사 안의 계단과 찬 바닥이 편할 리 없지만 되는대로 앉아 시간을 보내는 어르신도 적지 않습니다.

▶ 인터뷰 : 종로3가역 방문 70대 노인
- "일부러 놀다 가는 거예요. 나는 말동무가 유일하게 이 사람 하나거든요."

연륜을 살려 뭐든 하고 싶어도 길을 찾기 쉽지 않습니다.

▶ 인터뷰 : 박광중 / 실버영화관 방문 80대 노인
- "노인 취업알선센터에 등록을 했어요. 나이가 많다고 '건강관리나 잘하십시오' 그런 얘기를 하더라고요. 한편으로는 서글픈 생각도 들고…."

▶ 스탠딩 : 장동건 / 기자
- "이곳은 서울 동대문구의 한 공원입니다. 근처에 시장과 도서관이 있어서 시간을 보내는 노인분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 인터뷰 : 우산각어린이공원 방문 70대 노인
- "격세지감이죠. 월남전도 갔다 오고 여긴 뭐 사우디도 갔다 오고…. 우리 덕에 그래도 지금 잘 먹고 사는 거다 그런 느낌은 있어요."

바쁘게 살다 보니 어느새 뭘 해야 할지 모르는 처지가 되는 건 이미 나이 든 이들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 인터뷰 : 김보현 / 직장인
- "공원에서 그냥 앉아 계시는 것밖에 할 수가 없으니까…. 어느덧 불현듯 딱 40 이렇게 50, 60 될 수 있다고 저도 생각을 하거든요."

▶ 인터뷰 : 이성민 / 대학생
- "퇴직하면 목표가 없어지는 거니까 갑자기 또 하루가 텅 비고 그러면 상실감도 들 것 같고…."

더 늦기 전에 전 세대를 아우르는 프로그램과 인프라가 구축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 인터뷰 : 허준수 / 숭실대 사회복지학부 교수
- "전반적으로 (사회)구조를 고령 친화적인 환경으로, 노인들만을 위한 어떤 기관, 시설, 여가 활동을 만드는 것보다도 세대통합적인 여가 활동을 하는 게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청년들의 퇴직 연금 가입을 확산할 수 있도록 기업에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중·장년층을 대상으로는 건강과 사회 참여 등 비재무적인 노후 준비 서비스도 확대해야 한다고 입을 모읍니다.

MBN뉴스 장동건입니다.

영상취재 : 김현석 기자·김현우 기자
영상편집 : 이우주
그 래 픽 : 백미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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