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속 영장’ 성착취 피의자가 거리로…결국 피해자와 마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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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4.12.24. 오후 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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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두 달 동안 20대 여성을 상대로 성 착취와 폭행을 일삼은 혐의를 받는 40대 남성 박 모 씨. 지난달 울산 동부경찰서에 체포됐습니다.

경찰은 체포 36시간 안에 피해자와 주변인의 진술을 모아 구속 영장도 받아냈습니다. 그런데 구속 송치 당일 검찰에서 '불법 구금'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결국 유치장에 가둘 수 있는 최대한의 시일인 10일 뒤, 박씨는 풀려났습니다.

결국 피해 여성은 풀려난 피의자를 길에서 마주치기까지 했습니다. 구속 송치가 결정됐음에도 불구하고 박씨는 왜 거리로 나왔을까요?

■경찰, "유치장 잘못 표기"·검찰, '불법 구금 우려'…구속 송치 결정에도 구속 안 돼

"우리 직원이 집행할 때 한번 봐야 했는데, 그걸 못 본 게 좀 실수입니다."
-울산 동부경찰서 관계자

"(구금이) 적법하지 않은 게 되면 이 사람을 법원에서 처벌할 수 없는 경우가 생길 여지도 있지 않겠습니까?"
-울산지방검찰청 관계자

울산 동부경찰서에는 별도 유치장이 없습니다. 울산 북부경찰서와 함께 피의자를 가두어 놓습니다. 그런데 알 수 없는 이유로 울산 동부서는 박씨가 갇혀있는 유치장을 '울산 중부경찰서'로 자동 입력되게 해두었습니다.

전산상으로는 '중부경찰서 유치장'에 구금되어 있다는 내용이 검찰로 향했고, 경찰이 부랴부랴 '손으로' 직접 북부경찰서로 수정한 문서를 검찰에 보냈습니다.

하지만 검찰은 전산상 유치장과 실제 구금된 유치장은 다른 곳이라는 내용만 파악했고, 이대로면 '불법 구금'의 우려가 있다고 판단해 구속 송치 당일에 영장을 다시 돌려보냈습니다. 결국 열흘 만에 피의자는 거리로 나왔습니다.

경찰과 검찰은 모두 책임을 인정했습니다. 울산 동부경찰서 측은 "영장 발부를 집행할 때 한 번 더 확인해야 했는데 그걸 못 본 게 우리의 실수였다"고 사과의 뜻을 전했습니다. 울산지방검찰청 측은 "적법 절차를 준수하기 위해서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었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거리에 나온 피의자들을 다시 구속할 수는 없었습니다.

■두 번째 영장 청구는 '기각'…결국 거리에서 만난 피의자

"제 의지랑 상관없이 몸이 막 떨리고, 심장이 빨리 뛰고 컨트롤(조절)이 안 되니까, 경호원분들께서 막아서고 계셨고…"

-성 착취 피해 여성(음성 변조)

경찰은 부랴부랴 경호를 강화하고, 구속 영장을 다시 한번 신청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법원에서 제동을 걸었습니다. 도주 우려가 없고, 거주지가 일정하고, 출석 요구에 순순히 응했다며 두 번째 구속 영장 신청을 기각한 겁니다.

법대로, 원칙대로 이뤄진 집행이었을지라도, 결국 상처는 모두 피해 여성에게 돌아갔습니다. 이후 경찰은 피해 여성과 박씨에게 각각 통화기록을 제출하라고 요청했습니다.

그런데 경찰 말을 듣고 인근 통신사 전화국을 찾은 피해 여성은 거기서 박씨를 마주쳤습니다. 피해 여성의 몸은 얼어붙었고, 피의자는 "감옥 갈 준비 됐습니다"라며 경호 직원들을 상대로 웃었다고 합니다.

구속영장 기각 이후 24시간 경호를 운영했던 경찰과 민간 경호 팀은 이제는 인력 문제로 새벽 1시까지만 경호 업무를 진행합니다. 피해 여성은 "부모를 죽여버리겠다"고 말했던 박씨를 또 마주칠까 두려워 집 밖으로 나가는 것조차 꺼려진다고 말합니다.

결국, 어제(23일) 박씨는 검찰에 불구속 송치됐습니다. 울산경찰청은 최초 행정 착오를 범한 동부경찰서 직원을 상대로 경위를 조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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