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협회 못잖은 걱정거리” 경고에도…“갈 데까지 가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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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4.07.12. 오후 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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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예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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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전과 정책 선거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나경원)
"경쟁해도 우리는 원팀이 돼야되는 것을 명심하겠습니다." (원희룡)
"당의 위기를 어떻게 타개할 것인가에 주안점 두겠습니다."(윤상현)
"민생 토론 이어가겠습니다. 네거티브와 비방 하지 않겠습니다." (한동훈)

딱 일주일 전인 지난 5일 4명의 국민의힘 대표 후보들이 공정한 경선을 약속하며 다짐한 말입니다. '공정 경쟁, 정책 검증' 이 서약은 권역별 합동연설회와 2번의 TV 토론회를 거치며 의미가 퇴색하고 있습니다. 당초 흥행 기대감을 안겨줬던 국민의힘 전당대회가 '자해 전대' '진흙탕 싸움' 이란 혹평을 면치 못하고 있습니다.

■ 당 지도부 "국민 제일 많은 걱정이 대한축구협회와 국민의힘 전당대회"

국민의힘 전당대회가 반환점을 돈 오늘(12일) 오늘, 급기야 당 지도부가 공식적으로 경고를 날렸습니다.

추경호 원내대표는 오늘 원내대책회의에서 민주당의 '경제 망치는 당론 입법', '무리한 탄핵 추진' 비판 발언에 이어 세번째로 전당대회 상황을 지적하며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냈습니다.

추 원내대표는 "요즘 국민들께 제일 많이 걱정을 끼치는 게 대한축구협회와 국민의힘 전당대회라는 말이 들린다"며 "후보 뿐 아니라 주변인, 캠프 실무진도 갈등을 부추기는 게 아니냐는 얘기가 많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남은 전대 기간 '자폭 자해 전당대회' 지적이 사라져야 한다"고 당부했습니다.

당 선관위는 한동훈·원희룡 후보간 비방전에 대해 '주의 및 시정명령' 공문을 발송하며 첫 공식 제재에 나섰습니다. 갈등이 더 커질 경우 주의·시정 명령에 그치지 않고 윤리위원회에 회부해 연설회 참여 등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고 선관위 관계자는 설명했습니다.

■ '김건희 문자' 논란으로 촉발된 난타전…철 지난 색깔론까지

앞서 1차 TV 토론에서는 이른바 '한동훈-김건희 문자 논란'을 두고 한 후보에 대한 난타전이 이어졌습니다. "정치적 판단이 미숙"(나경원 후보), "피의자가 그렇게 말을 바꾸면 구속영장 바로 때려버린다"(윤상현 후보)는 표현까지 나왔습니다.

당시 의혹을 선제적으로 제기한 원희룡 국민의힘 후보는 정작 "선관위에 약속을 했기 때문에 협조하겠다"며 말을 아꼈는데, 어제(11일) 2차 TV토론에서는 다시 공세모드로 전환하며 이른바 '원·한 갈등'에 더욱 불을 붙였습니다.

어제 양 캠프는 하루에만 서로를 겨냥하는 입장문을 어제 하루에만 6건 냈고, TV 토론에서는 "거짓말부터 배운 초보 정치인" "노상방뇨" 등 한층 더 거칠어진 표현이 나왔습니다.

2차 TV 토론의 최대 쟁점은 원 후보가 제기한 한 후보의 '사천(私薦) 의혹'이었습니다.

원 후보는 언론 보도를 근거로 "이모 전 서기관, 강모 변호사, 현재 비례 의원들도 계신다"며 "중간에 비례대표 명단이 바뀌기도 했는데, 이분들이 들어간 기준과 절차에 대해 아무도 아는 사람이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한 후보는 본인의 SNS를 통해 "마치 노상방뇨하듯 오물 뿌리고 도망가는 거짓 마타도어 구태 정치"라며 의혹을 반박한 뒤, TV 토론에선 "김의겸 씨는 녹음이라도 틀었는데 원 후보는 김 씨보다 더 못한 것 같다"고 맞받으며 표현 수위를 높였습니다.

'댓글팀' 의혹에 대해선 원 후보가 "맨날 수사만 하다 취조당하니까 당황스럽냐", 한 후보가 "사실이면 고발하지 그러느냐"고 되받으며 감정이 고조되더니, 색깔론까지 불이 붙었습니다.

원: 김어준 또는 유인태 이런 분들이 한동훈 후보에 대해서 열렬히 지지하고, 여기에 대해서 비판하는 사람들을 거의 집단 왕따하듯이 공격을 하고 있습니다.

한: 아니, 김어준이 저를 지지한다고요??

원: 강남좌파인가, 이런 문제가 제기되는 경우가 있거든요.

한: 원희룡 후보야말로 운동권 출신 아니었습니까? 그렇죠? 저는 운동권이었던 적이 없는데요.

당 선관위가 거듭 흑색선전 등에 대해선 제재하겠다고 경고했지만, 투표일이 다가올수록 전방위적인 의혹제기와 공방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습니다.

■ 계속되는 '한동훈 때리기'… 효과는 '글쎄'

계속되는 '한동훈 때리기' 전략은 현재까지 영향력이 미미한 거로 보입니다.

어제(11일) 발표된 전국지표조사(NBS)에서 국민의힘 차기 당 대표 적합도로 한동훈 후보 27%, 나경원 후보 10%, 원희룡 후보 7%, 윤상현 후보 2%로 나타났습니다.

같은 조사에서 국민의힘 지지층 응답자(304명) 가운데선 55%가 한동훈 후보가 차기 당 대표로 적합하다고 답했고, 나경원 후보는 12%, 원희룡 후보는 10%, 윤상현 후보는 1%를 기록했습니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 8~10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전화 면접 방식으로 진행, 표본오차 95%, 신뢰수준 ±3.1%)

전당대회 경선 일정은 아직 5일 더 남았습니다. 다음주 2번의 권역 합동연설회와 18일 KBS TV토론회를 포함한 4번의 방송토론회가 예정돼 있는 만큼 아직 결과를 속단하긴이릅니다. 특히 이번 당 대표 선거에는 '당심'을 반영하는 당원 선거인단 투표가 80%, '민심' 일반 여론조사는 20% 반영됩니다.

■ 당 지도부 '엄중 경고'에도…한동훈 "불복"·원희룡 "검증 계속"

당 지도부의 엄중 경고에도 후보들의 비방전은 당장 가라앉지 않을 거라는 게 다수의 전망입니다.

선관위 공식 제재와 추경호 원내대표의 경고성 발언 이후에 KBS가 각 캠프를 취재해봤습니다. 당 안팎의 우려를 반영해 정책 검증, 공정 경쟁으로 전략을 바꾸지 않을까 싶어섭니다. 하지만 한동훈, 원희룡 후보측은 일단 "현재의 전략 기조에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갈 데까지 가보겠다'는 얘기로 들립니다.

한동훈 후보측은 당 선관위의 시정요구에 대해 불복 신청할 예정이고 원희룡 캠프에서는 '후보 검증' 차원에서 계속 공세 모드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입니다.

한동훈 캠프 관계자는 KBS와의 통화에서 "최대한 무대응으로 가려고 해도 완전한 허위·흑색선전에 대해서는 대응을 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습니다.

원희룡 캠프 관계자도 "(1차 토론 이후) 맞고 아무 대응도 못 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어서 공세모드로 전환했다"며 "최선을 다해서 인물 검증을 하겠다"고 말했습니다.

나경원·윤상현 캠프에서는 원희룡·한동훈 후보의 계속되는 공방으로 당원과 국민들이 느끼는 피로감이 커질 경우 '대안 후보'로서 이미지를 노림과 동시에, 현실적으로 후보 단일화 시점에 대한 고민도 읽힙니다.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이제 11일 남았습니다. 추경호 원내대표는 오늘 원내대책회의에서 "선거보다 선거 이후가 더 중요하다"며 "갈 데까지 가보자는 식의 막말과 진흙탕 싸움이라는 혹평을 듣지 않도록 선당후사 정신으로 상호 비방을 자제해달라"고 당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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