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연하다 징역 27년 선고되자 울먹였다…‘건물주 살인’ 살인교사의 결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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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4.07.10. 오전 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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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예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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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12일, 서울 영등포구의 한 건물 옥상에서 80대 건물주가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건물주를 살해한 인물은 인근 모텔에서 주차관리인으로 일하던 30대 김 모 씨.

지적장애인인 김 씨는 범행 후 7시간 동안 인근에서 머물다 도주했습니다. 이후 강원도 강릉시에서 검거된 김 씨는 “피해자가 자신을 무시해 범행을 저질렀다”는 취지로 경찰에 진술했습니다.

■삭제된 CCTV 영상…공범의 소행?

김 씨의 단독 범행으로 보이던 이 사건. 뭔가 이상한 점이 있었습니다. 인근 모텔 업주가 김 씨의 도주 경로가 담긴 CCTV 영상을 삭제하는 등 ‘증거 인멸’을 한 정황이 포착된 겁니다.

모텔 업주의 정체는 40대 조 모 씨. 경찰은 곧바로 조 씨를 긴급체포해 조사하기 시작했습니다.

조 씨는 어째서 살인범 김 씨의 도주를 돕고, 증거 인멸까지 시도했던 걸까요?

■ 사건의 전말…‘가스라이팅’이 시작이었다

사건의 전말은 이렇습니다.

모텔 업주인 조 씨는 2020년 7월, 지적장애인인 김 씨를 주차관리원으로 고용합니다. 이때부터 범행 시점까지 약 3년 4개월간 조 씨는 김 씨를 ‘가스라이팅’합니다.

검찰에 따르면 조 씨는 가족에게 버림받고 떠돌던 김 씨를 데려와 “나는 네 아빠, 형으로서 너를 위하는 사람”이라며 심리적으로 지배했습니다. 주차 관리원으로 고용하면서 임금도 주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조 씨는 지적장애인인 김 씨의 장애인 수당까지 속여 뺏었습니다. 김 씨에게 숙박비 명목으로 돈을 받아낸 건데, 정작 김 씨는 모텔 객실이 아닌 주차장 임시 건물에서 살았습니다.

■ 가스라이팅에서 살인 교사까지…치밀했던 조 씨의 계획

숨진 피해자와 조 씨는 영등포 지역 재개발을 두고 오랜 기간 갈등을 빚어 왔습니다.

검찰 측 공소사실에 따르면 조 씨는 범행 약 5개월 전부터 김 씨에게 범행을 준비시켰습니다. 피해자의 동선을 보고하게 했고, 방수 신발 커버와 복면, 범행 도구를 구매하도록 했습니다.

지난해 9월부터는 김 씨에게 무전기를 사용하는 법을 가르치고, 흉기 사용을 연습시켰습니다. 범행 사흘 전인 11월 9일에는 피해자 소유 건물의 CCTV 방향을 돌리게 했다는 게 검찰 조사 결과입니다.

■ “시종일관 태연한 표정”…징역 27년 선고

살인 교사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조 씨.

1심 법원은 어제(9일) 조 씨에게 징역 27년을 선고했습니다.

“피고인은 김 씨의 지적장애를 악용해서 모텔 등에서 일 시키면서도 임금을 전혀 지급하지 않았고. 얼마 되지 않는 장애인 수당 등 김 씨의 돈을 월세 명목으로 편취했다. 더 나아가 김 씨를 이용해 본인의 이익을 위해 살인 범행하도록 한 것이다.

피고인을 징역 27년에 처한다.”

- 서울남부지법 제15형사부

재판부는 조 씨의 혐의 대부분을 유죄로 판단했습니다. 조 씨가 김 씨의 지적장애를 이용해 살인을 교사했고, 김 씨를 아무런 대가 없이 고용하는 등 근로기준법과 최저임금법을 위반했다고 판단했습니다.

“피고인이 김 씨에게 피해자에 대한 험담과 이간질로 반감을 품게 해 살해 범행을 확정적으로 결의하게 했고, 이후 증거를 인멸하고 피고인의 가담 정황을 없애려고 한 사실을 인정한다.”

- 서울남부지법 제15형사부

재판부는 조 씨에게 중형을 선고하기 전 이렇게 말했습니다.

“사람의 생명은 존엄한 인간 존재의 근원이고, 한 번 잃으면 돌릴 수 없기에 소중하다”

조 씨는 감정적·경제적 갈등을 이유로 무고한 생명을 해쳤습니다. 그리고 자신을 믿은 김 씨를 살인범으로 내몰았습니다. 물론 직접 범행을 저지른 김 씨 역시 절대 용서받을 수 없을 겁니다. 김 씨는 지난달 1심에서 징역 15년형을 선고받았습니다.

“피고인은 수사 과정에서 거짓말을 했고, 이 법정에서도 태연한 표정을 하며 납득 어려운 주장을 했다. 피해자는 극심한 고통 속에서 생을 마감했고, 유족은 치유할 수 없는 상처를 입었다.”
- 서울남부지법 제15형사부

‘시종일관 태연’하던 조 씨…

조 씨는 징역 27년이 선고되자 울먹이며 법정을 떠났습니다.

(영상편집:김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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