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중 방지법'이 명예훼손?…"이름 빼라" 팬들 항의 [사실은]
음주 운전하다가 사고를 낸 뒤에 아예 술을 더 마셔서 경찰의 음주측정을 방해하는 범죄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이걸 막기 위한 이른바 '김호중 방지법'이 국회에 발의됐는데, 가수 김호중 씨 팬들이 심각한 명예훼손이라며 반대하고 나섰습니다.
정말 그런 것인지 팩트체크 '사실은' 코너에서 안상우 기자가 따져봤습니다.
<기자>
최근 '김호중 방지법'을 발의한 국민의힘 박성훈 의원실.
법안에 반대한다는 항의 전화가 매일 쏟아지고, '당원을 그만두겠다'는 등 협박성 댓글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박준하/비서관 : '우리 가수 이름을 왜 넣냐?'가 대부분 민원인들의 말씀이시고요. 실명이 들어간 그 자체가 인격 살인이다….]
실제로 대부분은 법 내용보다는 법안명을 문제 삼으면서 '인격 모욕이다.', '명예훼손 아니냐?'며 반대하고 있습니다.
과연 그럴까요.
우선 이 법안의 진짜 이름은 '도로교통법 일부개정법률안'으로 편의상 '김호중 방지법'이라 부르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렇게 부르는 게 명예훼손이 될까요.
현직 변호사 5명에게 물었더니, 4명은 명예훼손이 아니라고 답했습니다.
이름을 언급한 것만으로는 구체적인 사실 또는 거짓으로 누군가의 명예를 훼손하거나 모욕을 준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것입니다.
변호사 1명만 명예훼손에 해당할 수 있다고 봤는데, 이마저도 공익성이 있기 때문에 처벌의 대상은 되지 않는다고 답했습니다.
[이승태/변호사 : '김호중법' 이것만으로는 고의가 있다고 보기도 어렵고, 모욕감을 불러일으키게 할 수 있는 말은 아닌 거죠.]
이처럼 특정 사건 관련자의 이름을 딴 '실명법안'은 낙인 효과, 2차 가해 등의 우려에도 법안에 대한 이해와 관심을 높이는 입법 수단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실제로 지난 21대 국회에서 일반 법안의 처리율은 35% 수준에 그쳤지만, 실명법안은 절반이 본회의를 통과했습니다.
다만 미국은 피해자나 법안을 발의한 사람의 이름을 넣거나 활용하는 반면에, 우리나라의 경우 21대 국회에 발의된 실명법안 4건 중 3건꼴로 가해자나 법 적용 대상자의 이름을 따서 만든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신동찬/미국 변호사 : 미국의 경우에는 잘 보지는 못한 것 같고요. '우리가 이런 법을 만들었어. 그러니까 이 문제는 해결됐어.'라는 걸 보여주기 위해서 '누구누구 방지법' 식으로 관행이 생긴 게 아닐까….]
다만 낙인효과 등의 우려가 있는 만큼 실명 대신 'n번방 방지법', '술타기 방지법'처럼 차단할 범행에 초점을 두는 게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영상취재 : 최대웅·이용한, 영상편집 : 이재성, 디자인 : 강경림·이준호·홍지월, 작가 : 김효진, 인턴 : 노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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