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51%'→'0.036%' 검경의 포르쉐 음주운전 수치가 달랐던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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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4.07.24. 오후 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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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중 술에 취해 고가의 스포츠카를 몰다가 인명사고를 낸 50대 운전자에 대해 검·경이 각기 다른 혈중알코올농도를 적용한 이유가 밝혀졌습니다.

이 사건은 경찰의 미숙한 초동대처로 음주 측정이 사고 이후 2시간여 만에 이뤄진 데다, 가해 차량 운전자가 사후 음주를 하는 이른바 '술 타기' 수법을 썼기 때문에 셈법이 복잡했습니다.

오늘(24일) 전주지검과 전북경찰청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전주시 덕진구 여의동 호남제일문 사거리에서 음주 사고를 낸 A 씨에게 경찰은 혈중알코올농도 0.051%를 적용했습니다.

반면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사고 당시 A 씨의 음주 수치를 0.036%로 공소장에 기재했습니다.

분명 같은 사안인데 검경의 판단이 다른 이유는 무엇일까?

먼저 이 수치들을 이해하려면 시간 경과에 따라 운전자의 혈중알코올농도를 유추하는 위드마크(Widmark) 공식과 약간의 의학적 지식이 필요합니다.

통계적으로 위장의 포화 정도에 따라 10∼30%의 알코올은 체내에 흡수되지 않으므로, 술을 마시면 몸에 70∼90%의 알코올만이 흡수됩니다.

위드마크 공식은 추정치이기 때문에 피의자에게 가장 유리하게 적용해야 하는데, 이럴 경우 체내흡수율을 구간 최소치인 70%로 계산해야 음주 수치가 낮게 나옵니다.

반면 A 씨처럼 사고 이후 또 술을 마셨을 경우에는 측정된 수치에서 체내흡수율 90%를 적용해 계산한 수치를 빼야 피의자에게 유리합니다.

다소 복잡한 산식이 이 사건에서 등장한 이유는 사고 당시 출동한 경찰관이 A 씨의 음주 여부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A 씨는 구급차를 타고 병원에 간 후 경찰관이 동행하지 않은 사실을 확인하고 지인을 불러 편의점 2곳에서 캔맥주를 사 마셨습니다.

경찰은 사고 이후 2시간 23분 만에 A 씨를 불러 내 음주를 측정했는데 이때 혈중알코올농도는 0.103%였습니다.

A 씨가 사후 음주를 밝힌 만큼, 경찰은 사고 당시 음주 수치를 알아내기 위해 측정치에서 맥주 2캔 분량의 알코올을 제하는 계산을 해야 했습니다.

이때 경찰은 '피의자에게 가장 유리하게' 적용해야 한다는 공식을 간과하고 '체내흡수율 70%'로 계산해 A 씨가 마지막으로 운전대를 잡았을 때 혈중알코올농도는 0.051%라고 결론 냈습니다.

그러나 검찰은 추정치를 이런 식으로 높여 잡으면 향후 공소 유지에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보고 '체내흡수율 90%'로 계산해 A 씨의 음주 수치를 0.036%로 낮췄습니다.

검찰 관계자는 "사고 당시 측정한 음주 수치가 없었기 때문에 사후 측정값을 토대로 다시 계산할 수밖에 없었다"며 "체내흡수율 이외에도 운전자의 음주량, 체중, 성별 계수 등을 대입해 최종적인 수치를 냈다"고 밝혔습니다.

A 씨는 지난달 27일 오전 0시 45분 전주시 덕진구 여의동 호남제일문 사거리에서 술을 마신 채 포르쉐 차량을 몰다가 스파크 차량을 들이받아 운전 연습을 마치고 귀가하던 B(19) 씨를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습니다.

당시 포르쉐 차량의 속도는 무려 시속 159㎞였습니다.

사고 충격으로 스파크 차량이 뒤집히면서 조수석에 있던 B 씨의 동갑내기 친구도 머리 등을 크게 다쳐 중환자실에서 치료 중입니다.

전북경찰청은 당시 현장에 출동했던 파출소 직원 등 초동 대처를 제대로 하지 않은 경찰관 5명을 성실의무 위반 등으로 감찰 조사에 착수했습니다.

이들 경찰관은 음주운전이 의심되는 상황에서도 '채혈하겠다'는 A 씨의 말만 믿고 병원으로 보내 결과적으로 이번 사건 수사 전반에 혼선을 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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