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밸류업에 '금융주'만 오를까? [취재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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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4.07.10. 오후 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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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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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정부가 '역동경제 로드맵'을 발표했습니다. 로드맵의 핵심 한 가지가 바로 '기업 밸류업'을 통한 자본시장 선진화입니다. 쉽게 말해서 밸류업 프로그램을 통해 국내 상장기업들로 하여금 배당이나 자사주 소각 같은 주주환원에 적극적으로 나서게 하고, 이를 통해 국내 증시가 저평가 받는 문제인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결하겠다는 것입니다.

지난 상반기도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여전했습니다. 미국과 일본 증시는 지난해에 이어 지난 상반기에도 두 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했고, 특히 타이완 증시는 30%에 육박하는 수익률을 거뒀습니다. 그러나 국내 증시는 고작 6% 오르는데 그쳤습니다.


해외 주식 투자가 낯설었던 과거에는 개미 투자자들이 '미워도 다시 한번' 국내 주식 투자에 매달릴 수밖에 없었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이제 국장은 끝'이라며 국내 증시를 떠난 개인 투자자들이 많아졌고, 그나마 남아있던 이들도 미국 나스닥 지수를 바라보면서 상대적인 박탈감에 후회하고 있습니다.

국내 증시에 대한 외면과 불만이 심각해지자 이대로 안 되겠다 싶은 정부가 올해 초 밸류업 프로그램을 본격적으로 논의하기 시작했고, 이후 여러 차례 의견 수렴을 거쳐 배당 세제지원 등이 포함된 정부 추진안을 발표하기에 이르렀죠. 그런데 조금 의아한 건 이 밸류업 정책이 어떤 특정 업종만을 위한 게 아닌데, 정책 수혜주로 떠오르는 건 금융주들뿐이라는 겁니다. 실제로 정부가 밸류업 정책을 단계적으로 발표할 때마다 금융주들 주가만 날개를 단 듯 쭉쭉 올라갔습니다.

먼저 밸류업 '대장주'로 꼽히는 KB금융의 주가는 지난 5일 종가 기준으로 올해에만 무려 59.69% 올랐습니다. 하나금융지주는 51.70% , 신한지주 25.19%, 기업은행 19.82%, 우리금융지주 14.52% 등으로 모두 두 자릿수 이상 큰 폭의 상승률을 기록했습니다. 이밖에 보험주와 증권주조차 모두 KOSPI를 웃도는 수익률을 내고 있습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그간 정부 관리하에 발이 묶이고 제자리걸음 했던 금융주들의 주주환원 성향이 밸류업 추진과 맞물리면서 그 상방이 확 뚫렸기 때문입니다.

주주에 대한 수익 환원은 크게 배당과 자사주 소각으로 나뉩니다. 두 비중을 합한 걸 총주주환원율(배당성향 자사주 소각율)이라고 하죠. 총주주환원율이 50%라면 순이익의 절반을 주주들에게 돌려준다는 뜻입니다. 과거 국내 은행들의 총주주환원율은 20% 대에 머물다가 재작년 30%를 훌쩍 넘더니 계속 우상향하고 있습니다.


과거 국내 금융사들은 배당을 많이 하면 외국인 주주들을 배불린다는 '국부유출' 비판 여론에 부딪히고, 또 금융당국이 부동산 PF 부실 위험에 대비해 충당금을 쌓으라고 일관되게 주문해왔기 때문에 적극적인 주주 환원에 나설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다가 기업 밸류업에 대한 필요성과 정책적 논의가 급부상하자, 금융사들이 이때다 싶어 호기롭게 주주 환원책을 내놓기 시작했습니다. 지난 5일까지 밸류업 하겠다고 자율공시를 낸 기업은 모두 10곳인데, 그중에서 금융사만 KB금융과 키움증권, 우리금융지주, 메리츠금융지주 등 4곳에 달합니다. 금융 업권에서는 너도 했으니 나도 해야겠다는 식의 또래 경쟁, 즉 '피어 프레셔(Peer Pressure)'가 확산하는 분위기여서 더 많은 금융사들이 밸류업에 동참할 전망입니다.


밸류업 정책 발표 이후 금융주들의 주주 친화 성향이 확 올라가면서 투자 매력이 자연스럽게 올라가게 되고 하반기 들어서 외국인과 기관 수급도 좋아졌습니다. 이제 주요 금융사들은 총주주환원율 목표치를 40~50%까지 올려 잡는 상황입니다. 전문가들은 국내 은행주 PBR이 1배를 넘었던 2010년 이후 낮은 주주환원 흐름에 계속 추락해서 2020년 0.3배까지 떨어졌던 추이를 고려한다면, 현재 밸류업 종목들의 주가 상방은 상당히 열려 있을 걸로 보고 있습니다.

여러 상황을 종합해 봤을 때 밸류업 금융주들의 상승세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입니다. 그러나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근본적으로 해결되려면 금융주 독주로만은 안 됩니다. 밸류업 열기가 더 많은 업종과 종목으로 확산해야 합니다. 많은 상장기업들이 앞다퉈 밸류업에 동참하고 주주환원 면에서 선의 경쟁하는 분위기가 조성된다면 한국 증시가 점차 매력적인 투자처로 떠오를 것이고, 코스피 지수 3천 회복은 성큼 가까워질 걸로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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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매일경제신문에서 첫 기자생활을 시작한 임태우 기자는 2011년 SBS로 둥지를 옮겼습니다. 임 기자는 이공계 출신으로 평소 글쓰기에 관심이 많고 호기심도 많아 기자라는 직업을 택했다고 합니다. 앞으로 살아있는 현장을 누비며 시청자들에게 재밌으면서도 영감을 던져주는 멋진 콘텐츠를 제공하겠다는 포부를 갖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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