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위에 충전소?"… 무인기에 전파 쏴 충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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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중의 무인항공기에 무선으로 전력을 전송해 충전시키는 ‘무선 충전 장치’ 개념도. photo scenarieconomici.it


공중에서 연료가 떨어져도 착륙하지 않고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무인기는 없을까. 최근 이를 가능하게 하는 기술이 미국에서 등장했다. 무인 항공기에 전력을 실은 전파를 직접 쏴 충전시키는 방식이다. 비행 중인 무인기에 전력이 공급되면 더 멀리, 더 오래 날게 돼 장기 임무 능력이 높아진다. 대개 공중 충전이 가능한 무인기는 작전을 위해 특별히 설계된다.

위상 배열 안테나로 정확히 전파 발신

날개 달린 일반 비행기(고정익)는 장시간 비행이 가능하고 속도도 빠르다. 그러나 뜨고 내리려면 공항이 필요하고 자유롭게 방향을 바꾸기가 어렵다. 반면 헬리콥터(회전익)는 수직 이착륙은 물론 호버링(제자리 비행)도 가능해 어디서나 운용할 수 있지만 연료 소모가 커 장시간 비행이 어렵고 속도도 느리다. 이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등장한 것이 무인기 '드론'이다.

드론은 수직이착륙과 고속 비행이 가능하다. 주로 공중 촬영이나 화물 운반에 사용된다. 하지만 드론 또한 비행시간이 짧은 게 흠이다. 지상에서 충전하려면 착륙해야 한다. 이의 해결책으로 비행 중인 드론을 충전하는 시스템이 테스트 중에 있다. 미국 텍사스대 댈러스 캠퍼스 전기·컴퓨터공학과 이파나 마흐부브(Ifana Mahbub) 교수팀이 주인공이다.

연구팀이 개발하려는 기술은 공중의 무인항공기(UAV)에 무선으로 전력을 전송해 충전시키는 '무선 충전 장치'다. 원거리 무선 전력 전송 또는 파워 빔이라고 불리는 기술이다. 이 기술은 미 국방부 산하 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의 의뢰를 받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무선 충전 장치의 핵심은 전력을 실은 전파를 레이저처럼 무인기에 쏘는 것이다. 그러려면 무인기의 동력을 전기 모터로 바꿔야 한다. 전파를 쏘는 지점은 지상 또는 공중의 대형 비행기다. 무선 전력 전송 기술을 사용하면 무인기가 충전을 위해 착륙하지 않아도 된다.

기존에는 군용 주력 무인기에 석유를 연소해 동력을 생성하는 내연기관 엔진을 적용했다. 내연기관 무인기는 공중에 머무르는 기간이 최대 25시간으로 길지 않다. 소음, 진동, 열 감지, 배기가스에 의한 대기오염, 낮은 에너지 효율 등도 문제다. 이 때문에 최근엔 리튬전지가 쓰이고도 있지만 이 또한 에너지 밀도가 낮아 임무 수행 시간이 짧다는 한계가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연구팀의 첫 번째 목표는 원거리에 최대한 많은 전력을 전달하는 것이다. 또 원거리 파워 빔의 과제 중 하나인 전파가 도중에 산란되는 것을 방지하는 것도 중요하다. 일반적으로 전파를 별다른 장치 없이 발사하면 사방으로 퍼져 나간다. 따라서 빠르게 움직이는 작은 무인기를 정확히 조준해 전파를 쏠 장치가 필요하다.

연구팀은 그러한 장치로 '위상 배열 안테나'를 선택했다. 위상 배열이란 전파를 쏘는 발신 장치 '안테나'가 하나의 큰 판으로 되어 있지 않고 곤충의 겹눈처럼 여러 개의 작은 안테나로 배열된 형태를 말한다. 여러 개의 안테나를 가까이 배열해 전파를 발사하면 특정 방향에서 더 센 전파로 합쳐진다. 다른 방향에서는 전파가 약화되는 간섭효과가 일어난다.

이처럼 안테나 사이의 위상 차를 적당히 조절하면 원하는 방향으로 전파가 집중되도록 할 수 있다. 쉽게 말해 여러 개의 안테나를 배열하고 각 안테나의 위상을 개별적으로 조절해 빔(빛이나 전파의 흐름)을 원하는 방향으로 조종하는 기술이다. 각각의 작은 안테나가 위상을 조금씩 다르게 되도록 만들면 안테나가 정면을 향해도 전체적인 레이더 전파 빔은 옆으로 꺾여서 나가게 된다. 이 방식의 큰 장점은 안테나의 방향을 따로 돌릴 필요 없이 대략 120도 범위 내에서 자유자재로 방향 조절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마흐부브 교수는 "전파 신호는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갈 수 있다"며 "경로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장거리 전력 전송이 가능한 최적의 전파 파형을 설계하는 게 연구팀의 목표"라고 말한다. 이어 "위상 배열 안테나로 빔 방향 각도와 방사 세기를 실시간으로 조종해 무인기의 움직임을 추적, 오차 없이 전파가 올바른 방향으로 전송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공중에서 임무 중인 무인기에 지속적인 전력 공급이 가능해질 경우 배터리의 전력이 다 떨어져도 착륙할 필요가 없다. 사실상 무한대 비행이 가능한 기술인 셈이다. 이는 무인기의 활동 공백기를 최소화하기 때문에 결국 높은 임무 효율로 이어진다. 연구팀의 무선 전력 전송 기술은 향후 크게 각광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무선 충전 장치’의 핵심인 위상 배열 안테나를 살펴보고 있는 텍사스대 이파나 마흐부브 교수. photo news.utdallas.edu


전선에 달라붙어 충전하는 드론도

한편 공중에서 송전선을 활용해 드론에 직접 충전하는 시스템도 현재 실험 중이다. 지난 4월 서던 덴마크대의 비에트 두옹 호앙(Viet Duong Hoang) 교수팀은 공중에 둘러쳐진 가공 송전선을 사용해 전력을 충전하는 드론을 개발했다. 드론이 충전을 위해 지상으로 돌아오지 않고 비행할 수 있는 독창적인 기술이다.

연구팀이 시험 제작한 드론에는 도킹 메커니즘, 고급 센서, 인공지능(AI) 시스템, 전선과 연결하는 그리퍼(걸쇠)가 장착돼 있는 게 특징이다. 원리도 간단하다. 비행 중인 드론이 배터리를 충전해야 할 때마다 카메라와 밀리미터파 레이더 등의 센서로 가장 가까운 전선을 찾아내 접근한 다음, 그리퍼로 전선을 직접 잡아 유도 충전기를 통해 전기를 끌어오는 구조다. 이 과정에서 드론은 마치 전기 흡혈귀처럼 고전압 전선에서 전력을 공급받는다. 배터리가 가득 차면 그리퍼가 열리고 드론은 계속해서 비행할 수 있다.

연구팀은 실제로 시험 제작한 드론의 성능을 시연했다. 그 결과 드론은 약 300A(암페어)가 흐르는 전선에서 안정적으로 50W의 전력을 공급받았고, 최대 5번의 충전을 통해 2시간 이상 비행하는 성과를 보였다. 비록 짧은 시간이지만 착륙 없이 충전과 비행에 성공한 것이다.

연구팀이 송전선에서 배터리를 충전하는 자가충전 드론을 처음 선보인 것은 2022년이다. 이후 산꼭대기와 같은 험한 지형의 송전선에 드론이 잘 달라붙도록 모니터링하면서 그리퍼 시스템을 개선해 나갔다. 그리고 실제로 해당 기술을 시연한 것이다.

연구팀은 앞으로 드론의 충전 시스템을 계속 개량해 나가 충전 시간을 짧게 하면서 장시간 비행에도 끄떡없는 드론을 만들 계획이다. 호앙 교수팀의 기술도 드론의 비행시간을 무한정 연장할 수 있는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준다. 이를 통해 인간의 개입을 최소화한 장시간의 드론 배송 서비스가 탄생할 수 있게 될 거라는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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