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핵을 오물풍선처럼 취급할까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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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4.07.20. 오후 1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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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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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존 에버라드 전 북한 주재 영국대사
인터뷰하는 존 에버라드 전 북한 주재 영국대사. photo 뉴시스


"썩은 토마토를 준비해 달라. 여기 계신 많은 분들을 화나게 할 수 있는 이야기를 하겠다. 통일이 될 수는 있다. 그런데 과연 '평화적 통일'이 가능할까."

지난 7월 9일 몽골 울란바토르의 한 호텔에서 열린 '몽골리아 포럼'의 기조연설을 시작하며 존 에버라드 전 북한 주재 영국대사가 한 말이다. 그는 "평화적 통일은 북한 정권이 자신들에게 이익이 된다고 결정할 때만 이룰 수 있다"며 "북한이 체제 전환을 하지 않으면 통일이 오히려 중국의 입지를 강화하는 것뿐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반도의 평화통일을 논의하는 자리에서 그는 왜 "지금은 한반도의 평화통일을 생각하기에 가장 안 좋은 시기"라는 쓴소리를 던졌을까. 이날 포럼이 끝난 뒤 에버라드 전 대사를 만났다. 2006년 2월부터 2008년 7월까지 영국 대사로 평양에 머물렀던 그는 2006년 북한의 첫 핵실험과 2007년 10·4 남북정상회담을 비롯해 2008년 금강산 관광객 피격 사건 등을 모두 경험했다.

- 북한 대사로 있던 시기와 지금의 북한은 어떤 차이가 있나. "당시 평양은 지금보다 덜 발달했으며 조용했다. 식당이나 커피숍이 적었고 지나가는 차도 많지 않았다. 하지만 당시 평양 주민들에게 커다란 낙관론이 존재한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반면 지금의 북한 주민들은 자신들의 미래를 상당히 걱정스러워하고 있다."

- 최근 북한이 남한에 오물풍선을 보내는 등의 도발을 이어가고 있는데. "오물풍선은 북한 정권의 취약성을 보여준다. 북한은 한국의 대북전단 살포에 오물풍선으로 맞대응했다. 이에 대해 한국이 어떻게 반응할지는 충분히 예측 가능하다. 오물풍선으로 북한 지도부의 유치함만 드러났다. 북한이 핵무기를 이런 방식으로 대할까봐 걱정된다. 충분히 생각하지 않고 핵무기 사용에 대해 쉽게 판단해버리면 재앙이 될 수 있다."

- 북한이 남한을 '적대적 교전국'으로 규정하고 통일과 민족 개념 지우기에 나서고 있다. "북한은 남한의 문화로 인해 정권이 흔들릴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우려한다. 김정은 정권은 많은 북한 젊은이들이 드라마 등 남한 방송을 본다는 것을 알고 있으며 이를 막고 싶어 한다. 남한과의 관계를 단절해 정권을 오랫동안 유지하겠다는 것이다. 남한을 도발하려면 정당한 이유가 있어야 하지 않나. 그래서 남한을 적으로 규정한 것이다. 북한은 아프리카와 유럽 등에서 대사관을 철수하는 등 자신의 세계를 축소하고 있다."

- 북한이 러시아와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조약'을 체결했다. 사실상 군사동맹이라는 평가도 나오는 등 국제사회가 주목하고 있는데. "이번 조약 체결은 김정은의 엄청난 성공이라고 볼 수 있다. 다만 국내적으로는 심각한 문제들에 직면해 있으면서 외교적으로는 큰 성공을 거뒀다는 것은 굉장히 대조적이다. 러시아 의회는 아직 조약을 비준하지 않았다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 러시아는 윤석열 대통령이 설정한 레드라인을 넘어서면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군사를 보낼 수 있다는 것을 안다. 조약 체결이 실질적으로 얼마나 위협이 될까."

- 이번 포럼에서 '평화적 통일'이 가능하겠느냐는 회의적 질문을 던졌는데. "한국에서 통일에 대한 합의가 이뤄졌다 하더라도 평화적 통일은 굉장히 어렵다. 북한 정권에 정치적 자살행위를 하라는 것과 다름없는데 어떻게 설득할 수 있겠나. 김정은 체제가 권력을 유지하고 현재의 노선을 유지하는 한 평화적 통일은 불가능하다. 북한의 혼란을 통한 통일 시나리오를 떠올릴 수 있지만 실제 북한에 혼란이 발생한다면 중국은 북한을 안정화시키겠다는 명목으로 군대를 파견할 수도 있다. 중국이 북한에 개입할 가능성을 생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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