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내면 도망치는 게 현명?...'음주측정 거부' 잇따라
최근 술을 마신 정황이 있는데도 교통사고를 낸 뒤 음주측정을 거부하거나 도주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만취 상태에서 음주운전 단속에 걸리는 것보다 측정을 거부하는 게 처벌이 더 약하기 때문인데요.
관련 대책 마련이 시급해 보입니다.
권준수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새벽 1시가 넘은 시각,
흰색 SUV 차량이 인도 위로 올라와, 상가 건물을 들이박았습니다.
1층 옷가게는 유리창이 산산조각이 나 있는데, 사고 충격이 컸는지 차량 앞부분도 크게 찌그러져 있습니다.
사람이 다니고 있었다면 크게 다쳤을 것으로 보입니다.
경찰은 음주운전을 의심했지만, 이 SUV 차량을 몬 40대 여성 A 씨는 현장에서 음주측정을 거부했습니다.
[경찰 관계자 : 이유도 얘기를 안 하고 저기 뭐 측정을 거부하니까. 강제로 할 수가 없잖아요. 술 냄새도 났고 뭐 그런 상황이에요.]
음주측정을 거부하는 걸 넘어 경찰을 뿌리치고 도망간 경우도 있습니다.
지난 14일 새벽 2시 50분쯤엔 서울 신사동에 있는 골목길에서 승용차 한 대가 주차돼있던 차량의 사이드미러를 부러트렸습니다.
사고를 낸 건 유명 헬스 트레이너로 알려진 30대 남성 B 씨였습니다.
경찰은 이 골목에서 사고를 낸 B 씨가 술을 마신 정황을 파악했지만,
B 씨는 음주측정을 거부한 뒤, 차를 두고 달아났습니다.
이후 택시를 타고 15㎞ 넘는 거리를 도주한 B 씨는 다시 경찰에 체포됐는데,
이때도 음주측정을 재차 거부하고 또다시 달아나려 했습니다.
이런 사례가 잇따르는 건 다름 아닌 더 약한 처벌을 받기 위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혈중알코올농도가 0.2% 이상, 즉 만취 상태일 경우엔 징역은 2년에서 5년, 벌금은 천만 원에서 2천만 원까지 나옵니다.
그러나 음주측정을 거부할 땐 징역은 최소 1년이고, 벌금은 5백만 원부터 시작하다 보니 악용의 소지가 생긴 겁니다.
이에 지난 5월 트로트 가수 김호중 씨의 '음주 뺑소니' 사고 이후로 부작용이 나타났단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최종인 / 교통사고 전문 변호사 : 음주측정을 거부하는 게 더 유리하다고 될 수 있는 거잖아요. 음주측정을 거부했을 때는 혈중알코올농도가 가장 무거울 때와 동일하게 처벌하거나, 아니면 그 이상으로 처벌하는 게 맞다고 생각하죠.]
잘못하면 다른 사람의 생명을 앗아갈 수도 있는 음주운전,
그러나 걸려도 도망치면 된다는 식의 그릇된 생각이 만연해지고 있는 터라 강력한 처벌이 시급해 보입니다.
YTN 권준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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