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왓슈] 시간이 멈춘 골목, 낙원동 이야기
해장국 3천 원, 영화표 2천 원.
최고의 가성비를 자랑하는 낙원동 상가에는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도 있는데요.
'갓성비' 낙원동 속 사람 사는 이야기.
강영관 기자가 들어봤습니다.
[기자]
[김은주 / 추억을 파는 극장 대표 : 탑골공원에 가보니 어르신들이 너무 무료하게 계셨고, 그들은 결국 저희 어머니, 아버지, 저희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세대였고, 한 번 망하더라도 어르신들을 위한 극장을 만들어봐도 재미있겠다. 호기롭게 시작한 게 실버영화관의 시작이었죠.]
2009년, 서울 종로 허리우드 극장 자리에 둥지를 튼 실버영화관.
관람료가 2천 원이네요.
[김은주 / 추억을 파는 극장 대표 : 설문을 해보니까 2천 원이면 좋겠다고 했는데, 결국 2천 원 받고 나서 3천 원, 4천 원 계속 올려 가느냐, 아니면 유지를 해야 하느냐. 결국 유지였거든요. 이거는 좀 머리에 셈을 하지 말고, 가슴으로 갈 수 있는 극장.]
조용하기만 한 극장은 어느새 공연장이 됐습니다.
[김은주 / 추억을 파는 극장 대표 : 김 대표, 우리 세대가 아니니까 기억 못 하겠지만, 그거 아나? 우린 어렸을 때 극장에서 쇼를 봤어. 쇼를 한 번 하면 난리가 나.]
[이대옥 / 서울 신사동 : 일주일에 쇼 구경을 두 번씩 하는 거지. 그러니까 무지하게 행복한 거지. 극장 없었으면 벌써 죽었지 싶어 나는. 왜냐하면 취미가 없잖아. 술 끊고 뭘 할 게 있나. 이것 때문에 내가 매일 와요. 매일 나오는 거야 집에서.]
[이일봉 / 서울 망우동 : 아주 오래된 물건들을 감회 깊게 볼 수 있고.]
[김은주 / 추억을 파는 극장 대표 : 내가 늙는 건 결국 내게 정해진 정확한 미래다. 우리 극장이 없으면 어르신들의 품격은 어디서 찾을까. 나이 드는 삶, 노년의 삶을 위해 우리 극장은 품격있게 가는 거다.]
서울 낙원동에 자리 잡은 한 이발관.
이곳은 어르신들의 사랑방이 됐습니다.
[정미경 / 이발관 사장 : 경기도, 천안, 또 서산에서도 오시고 그래요. 오늘 아침에도 제가 서산 분 이발을 해드렸거든요.]
"특별히 기억에 남는 어르신 계세요?"
[정미경 / 이발관 사장 : 저 뒤에 국화꽃 있죠? 저분이 82세거든요. 시들면 가져오시고 시들면 가져오시고.]
"오랫동안 다니셨는데 왜 자주 오세요?"
[김정배 / 서울 오류동 : 서비스가 좋고 가격 적당하고, 이것저것 다 제하고도 본전을 뽑고 남으니까요.]
운영에 어려움은 없을까요?
[정미경 / 이발관 사장 : 이제 물가도 오르고 그러다 보니 어쩔 수 없이 (가격이) 올라가기는 하는데 그래도 유지하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
이곳은 60년 전통을 자랑하는 국밥집인데요.
어르신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습니다.
어서 오세요. 싸고 맛있지? 그래. 어휴
식당 한쪽에 앳된 학생도 보이네요.
"어디 사세요?"
[김선명 / 울산시 울주군 : 울산이요. 요즘 물가에 맞지 않는 3천 원 국밥이라고 해서, 낭만 있잖아요.]
"왜 이곳을 찾아오시나요?"
[강두원 / 서울 중화동 : 만 원짜리 한 장 들고 오면 계란프라이, 소주 한 병, 해장국 모든 게 해결되는 가게다 보니.]
[윤상용 / 경기도 부천시 : 노인도 사람인데. 그렇죠? 지금 우리가 경제활동을 못 해서 그렇지, 왕년에는 그래도 좀 하던 사람들이야. 그런데 지금 그게(경제활동) 마음대로 안 되니 자식들에게 손 벌리기도 그렇고. 좋잖아, 이런 곳이 있으면.]
따듯한 국밥 한 그릇, 사랑방 같은 이발관, 추억을 소환하는 극장.
카드 대신 손때묻은 지폐 몇 장이 오가는 곳.
오늘도 이곳에서는 품격이 쌓입니다.
제작 : 강영관[[email protected]], 이승창[[email protected]]
AD : 박채민 내레이션 : 나연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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