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찰 출석하는 박종준 경호처장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체포영장 집행을 저지한 박종준 대통령 경호처장이 10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국가수사본부로 출석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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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경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체포 영장 집행을 막아선 혐의로 경찰의 소환 요구를 받아 온 박종준 대통령경호처장이 마지막 3차 출석 요구 시한인 10일 오전 10시 경찰에 전격 출석했다. 박 처장은 "현직 대통령 신분에 걸맞은 수사 절차가 진행돼야 한다"면서도 "(경호처와 경찰 간) 물리적인 충돌이나 유혈 사태가 일어나선 안 된다"고 했다.
경찰에서는 "사실상 백기 투항한 것"이라며 당장 박 처장에 대한 긴급 체포 가능성도 거론된다. 다만 일각에선 대통령에 대한 2차 체포 영장 집행이 임박한 상황에서 윤 대통령 측이 경찰 출신으로 상대적으로 합리적인 태도를 보여온 박 처장 대신 보다 강경파인 실세 "2인자" 김성훈 경호처 차장을 경호처장 직무대행으로 내세우려 한 것 아니냐는 시각도 제기된다.
"자진 출석" 박종준 "최상목에 여러 차례 전화했는데… 답 못 들어"
▲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8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페트르 피알라 체코 총리와 통화를 하고, 양국 관계 발전 방안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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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앞서 두 차례 경찰의 출석 요구에 불응했던 박 처장은 이날 오전 10시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출석했다. 그는 취재진과 만나 "현재 정부기관끼리 충돌하고 대치하는 상황에 대해 국민들께서 걱정이 크실 것으로 알고 있다"고 운을 뗐다. 박 처장은 이어 "유혈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그동안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여러 차례 전화를 드려 정부기관 간의 중재를 건의 드렸고, 또 대통령 변호인단에게도 제3의 대안을 요청한 바 있다"라며 "그러나 그에 맞는 답을 얻지 못했다"고 말했다.
현직 경호처장이 경호처의 경호 대상이 되는 최 대통령 권한대행의 문제를 이례적으로 공개 언급한 것이다. 현재 내란죄 혐의를 받는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 영장 집행을 육탄으로 막고 있는 경호처에 명령을 내려 물리적 충돌 사태를 막을 수 있는 건 최상목 대행이 유일하다.
그 뒤 박 처장은 윤 대통령 체포 영장 집행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박 처장은 "현재와 같은 체포영장 집행 방식의 절차는 아니라고 생각한다"라며 "우리나라 국격에 맞게, 대통령에게 적정한 수사 절차가 진행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박 처장의 경호처는 이미 지난 3일 경찰과 공수처의 1차 윤 대통령 체포 영장 집행을 경호처 인원을 동원해 물리적으로 막아선 바 있다.
박 처장은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와 관련한)경찰 소환 조사에는 처음부터 응하기로 마음을 먹었고, 다만 변호인단의 준비가 다소 늦어져서 오늘 응하게 됐다"라며 "경찰이 친정인 제가 경찰의 소환을 거부하고 수사를 받지 않는다면, 국민 누가 경찰의 수사를 받겠나"라고 했다. 박 처장은 "수사기관으로서의 경찰의 위상을 존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도 했다.
다만 박 처장은 "특수공무집행방해혐의를 인정하나"라는 질문에는 "구체적인 내용은 수사과정에서 상세히 소명하겠다"고 답을 피했다. "(경호처가 윤 대통령에 대한)체포 영장 집행에는 계속 협조하지 않을 계획인가"라는 질문에는 "그러한 내용들을 지금 이 자리에서 말씀 드리는 것은 적정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경찰 내부 "경호처 동요 심화될 것"... "강경파에 경호처 맡긴 것" 해석도
▲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받는 윤석열 대통령 체포영장이 재발부된 가운데, 8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출입문 안쪽을 버스 바리케이드로 막고, 바닥은 윤형철조망이 설치, 출입문은 쇠사슬로 묶여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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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초 박 처장이 이날도 출석에 불응할 경우, 경찰은 박 처장에 대한 체포 영장을 발부받아 집행하려 했던 상황이다. 앞서 윤 대통령 역시 수사기관의 3차 출석 요구까지 거부하면서 체포 영장이 떨어졌다. 경찰 내부에서는 전날 박 처장이 변호인을 선임한 점을 두고 3차 출석 가능성이 점쳐지기도 했으나, 박 처장의 자진 출석이 예상보다 빠르고 수월하게 이뤄졌다는 반응이다.
경찰 관계자는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사실상 두 손 들고 투항한 것"이라며 "박 처장이 경찰 출신이었던 만큼 그간 경호처와 경찰 사이에서 압박을 크게 받았던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한 전직 총경은 "경호처 내 강경파들이 더 적극적인 대치를 주문할 때 그간 박 처장이 누그러뜨리는 역할을 했다는 얘기가 많다"라며 "박 처장 입장에선 "할 만큼 했다"고 생각하고 대통령 체포 문제에서 손을 떼겠다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또 다른 현직 경찰관은 "경호처장이 경호 구역을 버리고 제 발로 순순히 경찰 조사에 임하는 모습이 연출된 만큼, 경호처 내부 동요도 커질 것"이라고 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박 처장의 이탈이 의도된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어떻게든 체포 영장 집행을 막아보겠다는 윤 대통령 입장에서 경찰 출신의 온순한 성향으로 알려진 박 처장보다는 경호처 "실세"로 불리는 김성훈 경호처 차장이나 이광우 경호처 경호본부장 등이 더 믿을 만하다고 본 것 아니냐는 것이다.
박 처장은 지난 2010~2011년 경찰청 차장까지 지낸 인사로, 지난해 9월 대통령 경호처장에 임명됐다. 경호처 실세 강경파로 지목되는 김성훈 차장이나 이광우 본부장은 경호처 "늘공" 출신으로, 김건희 여사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과 가까운 "김건희·김용현 라인"으로 거명된다.
실제 윤석열 대통령 측 윤갑근 변호사는 박 처장 자진 출석 소식이 전해진 뒤 곧장 기자단에 공지를 보내 "금일 박종준 경호처장이 경찰에 출석하여 조사를 받고 있다"라며 "경호처장이 경호구역 밖에 있으므로 경호처장이 조사를 마치고 복귀 시까지 규정에 따라 경호차장이 직무를 대행하게 된다"고 밝혔다.
이에 경찰 관계자는 "경호처와 관련한 직무 대행 체계 전환을 왜 직무정지 된 대통령 변호인이 언급하나"라며 "미리 짜여진 계획에 의해 박 처장이 밀려난 것 아닌가 하는 인상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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