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학자들 "윤석열의 '망상'을 탓하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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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5.01.08. 오후 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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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소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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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정회복을 위한 헌법학자회의 토론회] 헌법과 계엄법 개정 등 재발방지책 고심
 윤석열 대통령이 7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실에서 열린 '대국민담화 및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을 듣고 있다.
ⓒ 연합뉴스

이견이 없다. 윤석열 대통령의 12.3 내란 사태의 위헌·위법성을 두고 헌법학자들이 사실상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들은 헌법재판소가 이 점을 확인해줄 것이라고 전망함과 동시에, 분명한 재발방지책을 마련하기 위해서라도 이번 일을 윤 대통령 개인의 문제로 환원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헌정회복을 위한 헌법학자회의'가 8일 서울시 종로구 변호사회관 조영래홀에서 개최한 '12.3 비상계엄사태와 헌정회복을 위한 과제' 토론회에서 김선택 고려대학교 명예교수는 "12.3 사태를 판단함에 있어서 주의할 것이 있다"며 "대통령 본인이 비상계엄을 선포할 수밖에 없던 이유라고 내놓고 주장한 것에 현혹되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원인을 윤석열 개인의 심리상태, 예컨대 피해망상 같은 것에 돌려선 안 된다"며 "이 사건을 구조적, 비판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했다.

김 교수는 윤 대통령이 '독재' 면에선 유신쿠데타를, 군대를 동원했다는 점에선 5.16 군사쿠데타와 12.12 군사반란에 2017년 박근혜 탄행정국에서 만들어진 계엄실행계획까지 참조했다며 "정치적 반대파를 모조리 제거하고 자신이 원하는 왕국을 세우려고 했을 것"이라고 봤다. 하지만 이번 사태의 원인을 '윤석열의 망상'에서 찾고 끝낼 게 아니라 대통령을 통제할 장치 등이 부실했다는 점을 봐야 한다며 "무언가 시스템상의 근본적인 수선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권형둔 공주대 교수 역시 "현행 헌법은 견제(checks)는 가능하나 균형(balances)의 원리를 달성하기에는 미흡하다"며 "국회가 비상계엄을 견제하긴 했지만, 국민주권에 따라 민주주의와 법치주의의 실질적 내용까지 대통령에게 요구하는 제도적 보장책은 없다. (결국) 대통령 탄핵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헌법구조"라고 짚었다. 그는 향후 개헌 논의 때 국가기관 간, 국가기관 내에서도 견제와 균형이 이뤄지도록 이러한 관점을 헌법조문에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전종익 서울대 교수도 "12.3 사태를 겪고 나서는 언제든 '무능하면서도 권력욕이 센 최고지도자가 헌법상 주어진 비상적 권한을 행사해 권력을 강화하고자 할 수 있구나'란 생각을 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며 "제도적 장치를 어떻게 마련해야놔야 할까 고민"이라고 했다. 또 고위급 공무원들이 사실상 내란을 방조하도록 만든 엘리트 교육 시스템 등의 개선은 물론 이번에 사소한 가담행위를 했더라도 '과하다' 싶을 정도의 엄중하게 법적 책임을 묻고 처벌해야 한다고 했다.

김선택 "시스템상 근본 수선 필요"
전종익 "고위급 공무원들, 사소한 가담행위도 과하다 싶을 정도로 처벌해야"
임지봉 "아, 윤 대통령 쪽이 이제 탄핵심판 포기했구나, 느껴"

 윤석열 대통령이 3일 밤 긴급성명을 통해 비상계엄을 선포한 가운데 4일 새벽 계엄군이 헬기를 타고 국회에 도착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종수 연세대 교수는 비상계엄 선포에 관한 여러 가지 안전장치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그는 헌법이 비상계엄의 요건으로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비상사태'만 규정했으나 계엄법 2조 2항에 '사회질서가 극도로 교란되어 행정 및 사법 기능의 수행이 현저히 곤란한 경우'를 추가한 점을 지적하며 "삭제하는 게 고려돼야 한다"고 했다. 또 대통령이 선포 전 국회의 동의를 구하도록 하고, 국회 해제요구권이 즉시 실효성을 갖도록 국무회의 심의 등 불필요한 절차를 없애자고 했다.

이 교수는 설령 계엄법 2조를 그대로 유지하더라도 '거대 야당의 입법독재 때문에 계엄을 선포했다'는 윤 대통령 주장은 "타당한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또 "대통령이 어떻게 내란죄의 실행주체가 되냐는데, 헌법 84조는 대통령을 특정해서 내란 및 외환의 죄를 범할 수 있는 실행주체로 정하고 있는 유일무이한 조항"이라며 "이 사태의 본질은 친위쿠데타이고, 비상계엄이 야당 탄압을 위한 꽃놀이패로 주어진 것이 아니라는 규범적 언명이 확인되어야 한다"고 했다.

임지봉 서강대 교수는 윤 대통령 쪽 '무리수'를 꼬집었다. 그는 "탄핵심판은 형사재판이 아니다. 헌재도 탄핵심판이 징계절차라는 점을 누누이 강조해왔다"며 "윤 대통령은 법률대리인단을 잘못 선임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탄핵심판을 형법상 내란죄에 관한 심판으로 끌고 가려는데, 헌재가 여기에 집중하면 윤 대통령 변호인들은 형사재판에 적용되는 고도의 입증 책임을 끄집어낼 것"이라며 "헌재의 신속한 결정을 가로막는 것은 윤 대통령 변호인단"이라고 비판했다.

임 교수는 또 전날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쪽에서 윤 대통령 탄핵심판의 수명재판관, 이미선 재판관을 직권남용죄 등으로 경찰에 고발한 것을 두고 "이걸 보고 제가 느낀 건 '이분들이 이제 포기했구나'라는 것"이라고 평했다. 그는 "탄핵심판에서 기각 결정을 받는 건 자기들이 봐도 불가능하니까 완전히 포기했고, 끝까지 뭐라도 건드려서 탄핵심판을 지연시키는 데에만 올인했구나 이런 생각이 든다"며 오히려 탄핵심판 등에는 '악수'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헌정회복을 위한 헌법학자회의'는 12.3 사태에 따른 헌법 문제들과 향후 대안 등을 다루기 위해 긴급히 구성됐다. 김선택(고려대), 이헌환(아주대), 전광석(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등 헌법학자 100여명이 참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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