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에 빠진 사람의 집에서 본 것... 믿어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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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를 위한 플랜 A] '벼락부자'와 '벼락거지'를 만드는 가상화폐 규제 완화 정책 대신 필요한 것"우리에게는 Planet B(제2의 지구)가 없기에, Plan B(플랜 B)또한 없다." 기후위기와 관련된 유명한 표어 중 하나입니다. 끊임없이 생산하고 끊임없이 성장할 것을 강요하는 사회 속에서 우리는 어떤 플랜 A를 선택해야 할까요? 유일하고 유한한 지구를 함께 살아가는 행성으로 만들기 위한 지구를 위한 플랜 A를 제안합니다. <기자말>

비트코인을 처음 산 날, 삽시간에 6만 원을 벌었다. 그건 하루 종일 내가 편의점 알바를 해서 버는 돈보다 많은 돈이었다. 20대 초반에 비트코인을 처음 접하고 벼락부자가 되는 일이 아주 가까워진 것 같았다. 그날부터 매일 틈만 날 때면 비트코인 거래소에 들어갔다.

비트코인은 주식과 달리 24시간 장이 열려있었다. 그래서 새벽에도 알람을 맞추어두고 일어나 비트코인 시세를 확인했다. 비트코인과 관련된 인터넷 커뮤니티의 게시글도 많이 읽었다. 등락은 있었지만, 비트코인 가격 그래프가 우상향하고 있었기에 돈을 벌 것을 의심치 않았다. 알바비로 받은 돈을 모조리 가상화폐를 사는 데 쓴 것도 그 이유였다. 그러자마자 대폭락의 장이 시작되었다.

비트코인이 폭락하기 시작할 때도 편의점에 있었다. 나의 시급보다 빨리 떨어지는 비트코인을 팔기 위해 부지런히 손가락을 움직였으나, 내 손가락을 움직이는 속도보다 비트코인 가격이 더 빨리 떨어지기 시작했다. 설상가상으로 손님들이 편의점에 몰렸다. 마포구청 코앞, 엄청나게 바쁜 편의점에서 일했던 탓이다. 벼락처럼 가격이 떨어지는 비트코인을 보다가, 물품 바코드를 찍다가, 결국 벼락처럼 손해를 보게 되었다.

그 시기, 나만 손해를 본 건 아니었다. 가상화폐 관련 커뮤니티에는 누군가 죽음을 암시하는 글을 올렸고, 누군가 집안의 가재도구를 부수고, 많은 사람들이 화를 냈다. 이런 일은 비트코인 시세가 급변할 때마다 이어졌다.

그 사이 나의 지인은 발 빠르게 가상화폐 채굴장을 만들었다. 지인의 손에 끌려간 곳에는 처참한 몰골을 한 채굴장이 있었다. 그는 나에게 가상화폐 채굴, 그러니까 가상화폐를 생산하는 행위는 컴퓨터 프로그램을 통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가상화폐 채굴을 위해 그는 수많은 컴퓨터 구비하고 그 컴퓨터에서 나온 열을 식혀야 했다. 그러기 위해 그는 벽지와 장판을 뜯고, 벽에 구멍을 냈다. 콘크리트가 그대로 노출된 벽과 바닥, 그 속을 채우는 수많은 컴퓨터, 벽에 뚫린 수많은 구멍과 귀를 어지럽게 만드는 환풍기 소리, 겨울임에도 뜨거운 실내까지. 그곳은 정말 다른 세상 같았다.

그 공간은 그가 생활을 유지하던 집의 일부였다. 그가 사랑했던 공간을 돈을 위해 모조리 뜯고, 구멍 내고, 훼손했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았다. 나는 그때 가상화폐 채굴이 여러모로 어마어마한 에너지가 있어야 하는 일이라는 이야기가 사실임을 깨달았다. 단지 전기뿐만이 아니라, 수많은 욕망이 가상화폐를 뜨겁게 만들고 있었다.

환경을 삼키는 가상화폐

 미국 텍사스의 비트코인 채굴 현장. 사진은 텍사스 록데일에 위치한 Bitdeer 시설의 항공 사진이다. Bitdeer은 대표적인 비트코인 채굴 기업이다.
ⓒ Greenpeace

가상자산에 대한 우호적 입장을 가진 트럼트 대통령 당선 이후 비트코인 1개의 가격은 한화로 1억 원을 훌쩍 넘고, 한때 약 1억 5000만 원 넘게 치솟았다. 그러나 최근 미국의 금리 인하 속도 조절이 예상되며 비트코인 가격이 하락세를 보이기도 했다. 가상자산은 주식 등 기존의 재테크 방식과 달리 특히 가격 변동성을 예측하기 어렵다는 특성을 가지고 있으나, 오히려 그 지점으로 인해 적은 시드머니로도 큰 이익을 얻을 수 있는 벼락부자의 길처럼 여겨졌다.

환경적인 관점에서, 현재의 가상화폐 채굴 과정은 좋지 못하다. 가상화폐는 보통 고성능 컴퓨터로 복잡한 수학 연산을 풀어내는 사람에게 보상으로 주어진다. 이를 위해 전문 채굴기와 높은 사양의 컴퓨터, 그래픽카드가 동원되고 막대한 전기가 소비된다. 채굴을 위한 전기 사용의 급증은 전력망 자체를 위협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미국에선 대규모 암호화폐 채굴 사업장의 전기 사용량 보고를 의무화하기로 결정했다.

2024년 비트코인 정책 연구소(BPI)의 분석에 따르면, 2023년 미국에서 비트코인 채굴로 사용된 전기는 약 121테라와트시(TWh)로, 핀란드 한 나라의 연간 전기 사용량(약 85 TWh)보다 높았다. 그린피스는 이러한 현실을 지적하며 "Change the Code, Not the Climate" 캠페인을 통해 비트코인 채굴을 작업 증명(PoW) 방식이 아닌 에너지가 덜 소요되는 방식으로 전환할 것을 촉구하거나, 채굴을 지원하는 기업을 비판하는 캠페인을 지속해 왔다.

아무리 재생에너지로 만든 전기가 많아진다고 해도, 에너지 수요가 끊임없이 증가하는 세상에서는 기후위기를 막을 수 없다. 밑 빠진 독에 물을 좀 더 부어본다고 독에 물을 채울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지구를 유지하기 위해 에너지 수요를 점점 줄여나가는 것은 필수이다. 무한한 팽창보다는 적정한 양의 생활이 뒷받침되어야 우리는 기후위기에 대응할 수 있다. 세계적으로 가상화폐가 끼치는 환경 문제에 대한 목소리가 점점 높아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럼에도 가상화폐는 한 가지의 투자 수단으로 인정받고, 누군가는 이 판에서 돈을 번다. 가상화폐 채굴이 미치는 환경적 영향을 아직도 사소한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다. 우리나라의 상황은 좀 더 복잡하다. 가상화폐 투자가 젊은 세대의 이익과 연관되어 있다고 여겨지기 때문이다. 그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젊은 세대의 사정을 고려해 보아야 한다.

벼락부자와 벼락거지의 경계선

 금융 대기업의 비트코인 투자로 인한 기후 영향을 조명하기 위해 그린피스가 미국에서 진행한 액션. 2022년 기준 전 세계 비트코인 채굴에 사용된 전력의 62%는 화석연료에서 나왔다.
ⓒ Demian Neufeld/Greenpeace

가상화폐 투자는 분명히 젊은 세대의 상대적 박탈감과 연결되어 있다. 부동산 투기로 돈을 벌고, 근로소득만으로 미래를 설계할 수 있었던 과거의 시대가 유효하지 않은 탓이다. 그 대신 개미처럼 일해도 개미만큼밖에 벌 수 없는 시대가 되어버렸다. 젊은 세대의 일부는 가상화폐 투자를 불확실한 미래의 마지막 동아줄처럼 여기게 되었다.

비트코인 신고가 달성이라는 뉴스 이후, 정치권에서도 가상자산 과세를 다시 논의하기 시작했다. 원래라면 2025년 1월에 가상자산 과세가 진행되어야 하지만, 지난해 12월 이를 유예하는 안이 국회에서 통과되었다.

가상자산 과세 유예가 결정되기 전까지 정치권에서는 가상자산 과세 유예와 과세 완화의 안을 두고 진통을 겪었다. 과세 자체를 미루느냐, 아니면 과세의 대상이 되는 집단 크기를 줄일 것이냐의 차이가 있는 안이었지만, 두 안 모두 젊은 세대의 현실을 근거로 주장을 전개했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었다. 젊은 세대의 박탈감과 가상화폐에 대한 열망을 정치권도 무시할 수 없었던 탓이다.

그러나 나는 가상화폐 때문에 누군가 죽고, 누군가 가재도구를 부수고, 누군가 사랑했던 공간을 스스로 폐허로 만들었다는 사실을 안다.

비트코인을 사지 않아 돈을 못 번 사람들이 갑자기 부자가 된 자신과 타인을 비교하며 자조적으로 쓰는 "벼락거지"라는 말까지 생겼다. 그런데 젊은 세대는 부자가 되고 싶어서 가상화폐를 사기도 하지만, 불안해서 가상 화폐를 사기도 한다. 근로소득으로는 영원히 먹고 살 수 없을 것이라는 두려움, 평생을 벌어도 집 한 채 살 수 없는 현실, 말라가는 국민연금과 대책 없는 노후를 생각할 때면 누구라도 불안할 수밖에 없다. 이건 도저히 가상화폐 세금 완화나 유예로 해결할 수 없다.

불안이 아니라 지속 가능성에 투자하자

 그린피스 벨기에에서 진행한 퍼포먼스. "최후의 만찬"을 패러디하며 EU가 향후 5년 동안 청년과 미래 세대의 권리와 이익을 보호하는 것을 정치적 우선사항으로 삼을 것을 촉구했다.
ⓒ Greenpeace

젊은 세대는 기후위기 시대에 가장 오래 살아남아야 하는 세대가 되었다. 이들은 부모보다 가난한 최초의 세대이기도 하다. 불안이 가깝고 평범함이 먼 시대일 때, 불확실한 것으로 사람들은 빨려 들어간다. 불확실한 것은 대게 현실의 문제를 심화시킨다. 그렇게 되면 먼 미래를 상상할 힘은 더욱 줄어든다. 현실을 지적하지 않은 채 가상화폐 과세 유예 혹은 완화가 젊은 세대를 위한 정책으로 제안되는 것이 다소 아쉽다.

지구가 우리 모두가 사는 집이라면, 불확실한 꿈을 위해 멋대로 훼손하고, 뜯고, 구멍을 내서는 안 될 일이다. 그러기 위해서 정치가 해야 하는 역할이 있다. 긴 미래를 상상하기 어려운 시대에 정치가 해야 할 역할은 긴 미래를 상상할 힘을 사회 구성원에게 쥐여주는 일이어야 한다.

나는 가상화폐 과세 유예가 환경에 미칠 악영향을 우려한다. 그러나 그 모든 것들보다 더 우려하는 것은 가상자산에 열광하는 젊은 세대들의 사정을 고려하지 않은 채, 가상자산에만 몰두하는 정책들이다. 더 나은 기후 정책을 고민하는 일, 젊은 세대 박탈감의 기저를 고려하는 일, 돈 없는 내일을 걱정하는 것이 아니라 돈 걱정 없는 내일을 만드는 일 등 다른 방식으로 더 건강하게 문제를 풀어내는 방법은 많다. 복지 예산을 확충하고, 예산 배정 자체를 사회 구성원의 행복과 기후위기 대응을 기조로 잡아볼 수도 있다.

가상화폐는 하나의 투자 수단을 넘어 젊은 세대의 불안정한 처지와 시스템의 오류를 보여주는 거울이 되었다. 이 순간, 우리가 질문해야 할 것은 "얼마나 잃을 것인가" 혹은 "얼마나 얻을 것인가"가 아니라 "무엇을"로 시작되는 질문이다.

전자가 숫자로 표현되는 객관식의 응답을 요한다면, 후자는 길게 작성해야 하는 서술형의 답변을 요하는 질문이다. 그 답변으로부터 "벼락부자" 혹은 "벼락거지" 바깥의 지속 가능한 세상이라는 정답을 얻을 수 있길 바란다. 불안이 아니라 지속 가능성에 투자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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