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현 민낯 드러낸 '입틀막' 당사자 "한계 깨고 함께 나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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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 인터뷰] 신민기 "새해 소망? 광장에 나온 이들의 목소리 반영하는 정치 만들어야"
 한국과학기술원(KAIST) 학위수여식 도중 '입틀막' 강제 퇴장의 당사자인 신민기씨가 12월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오마이뉴스> 사무실에서 만나 12.3 윤석열 내란 사태에 대해 "탄핵 이후를 이야기는 하는 것도 중요하다"라며 "우리 안의 한계를 깨고 연대하는 사회로 나아가자"라고 말했다.
ⓒ 유성호

2024년 2월, 한 시민의 입을 물리적으로 틀어막은 대통령이 비상 계엄을 선포하고 정부를 비판하는 모든 시민의 입을 틀어막겠다고 나서기까지 10개월이 걸렸다.

그 사이 카이스트 졸업식장에서 벌어진 '입틀막' 사건의 책임자인 대통령 경호처장은 국방부 장관으로 자리를 바꾼 후 12.3 윤석열 내란 사태를 주도한 인물이 됐다. 카이스트 입틀막 사건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민낯을 그대로 보여줬다.

당시 카이스트 석사 졸업생으로 졸업식장에 와서 입이 틀어막히는 폭력을 겪은 신민기씨가 바라본 이번 내란 사태는 어떨까. 신씨는 "계엄령이 선포되고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계엄에 핵심적인 인물이라는 것을 알았을 때, 내가 겪은 시민의 권리를 탄압하는 하나의 사건이 국민 전체로 확대된 거나 다름없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비상 계엄 이후 수차례 윤석열 탄핵 집회에 나갔다.

해가 바뀌기 전인 지난 12월 27일 오후 5시 서울 광화문 <오마이뉴스> 사무실에서 신씨를 만났다. 그는 정의당 대전시당 부위원장이자 시민으로서 계엄 직후부터 집이 있는 대전과 직장이 있는 서울의 집회에 참석하고 있다.

지난 12월 6일에는 카이스트 동문 시국선언에도 이름을 보탰다. 그에게 2024년을 보내는 심정과 2025년의 소망을 물었다.

은둔 청년에게 벌어진 '입틀막' 폭력

▲ 김용현 민낯 드러낸 '입틀막' 당사자 신민기 "한계 깨고 나아가자" ⓒ 유성호


- 비상 계엄이 선포되던 날에는 무얼하고 있었나.

"그날은 집에서 내가 좋아하는 게임의 새 버전이 업데이트 된 날이어서 게임을 하고 있었다. 그러다 SNS에 비상 계엄이 선포됐다는 글이 올라왔길래 처음에는 누가 가짜 계정이나 가짜 뉴스 사이트를 만들어서 올렸나 생각했는데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가만히 있으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 "

- 내란 사태를 주도한 이가 2024년 2월 카이스트 '입틀막' 사건의 책임자인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당시 대통령 경호처장)이다. 어떤 생각이 들었나.

"졸업식 당일은 김용현 경호처장의 존재를 체감하지는 못했다. 이후 법과 절차에 따른 소란 행위자를 제압한 것이라는 입장이 나오고, 국방부 장관 청문회에서 경호처 프로토콜(규약)은 문재인 정부 때랑 달라진 것이 없다고 적반하장식 설명을 하는 모습을 보면서 저 사람은 절대로 공직에 앉아서는 안 되는 사람이라고 느꼈다.

'입틀막' 사건은 표현의 자유, 신체의 자유를 억압한 일이었는데, 이런 일을 가볍게 생각하는 인물이 국방부 장관 자리에 앉는다면 자유에 대한 탄압이 당연시된다고 생각해 당시 기자회견도 하면서 문제제기 했다.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계엄의 핵심적인 인물이라는 것을 알았을 때 내가 겪은 일이 국민 전체로 확대된 거나 다름없다고 생각했다."

- 김용현 전 장관이 내란 사태로 '출국금지' 되던 날, 페이스북에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다음으로 기쁜 소식'이라고 평가했던데.

"과거 김용현 경호처장이 국방부장관 후보자로 내정됐다는 보도를 보고 머릿속이 새하얘졌다. 내가 예비군이라 사건이 터지면 국방부장관의 지휘를 따라야 한다고 생각해서 더 그랬던 것 같다. 동시에 어쩔 수 없다고 낙담하기도 했다.

그런데 내란 피의자로 김용현이 조사받는다고 생각하자 졸업식 날 '업무방해' 혐의로 경찰서에 끌려가 조사받았던 내 모습이 겹쳐 보였다. 자신이 한 부당한 행위에 대해 책임지고 벌받기를 바라는 마음이 들었고 어느 정도 후련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2024년 2월 16일 대전 유성구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열린 2024년 학위수여식에서 한 졸업생이 윤석열 대통령이 축사를 할 때 R&D 예산과 관련해 자리에서 일어나 대통령을 향해 항의를 하던 중 제지를 당하고 있다. 사진에서 입틀막 당한 졸업생이 바로 신민기씨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 연합뉴스

- 카이스트 졸업식 '입틀막' 사건 당시 윤석열 정부의 R&D 예산 삭감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지금은 상황이 어떤가?

"학교에 남은 동문들은 예산 삭감으로 인해 실제로 월급이 삭감되고 연구실 운영비가 줄어들다 보니 장비를 운용할 수 없어 계획했던 연구가 취소됐다. 연구만으로는 월세 등을 감당할 수 없게 되면서 부업이나 아르바이트를 하는 식으로 생계를 유지하기도 하고, 연구자 부부의 남편이 예산 삭감으로 해고되면서 부인은 학업을 멈추고 일자리를 찾아나서는 경우도 생겼다. 이공계 학생들 중에 보수적인 이들도 많다고 알고 있는데 R&D 예산 삭감으로 정부에 엄청나게 실망했고, 그 여파가 회복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 비상 계엄 이후 카이스트 교수들이 성명을 내고 "지난 2월 이곳 학문의 전당에서 표현의 자유가 억압되고 민주적 가치가 훼손되었음에도 침묵했다. 이 같은 횡포가 온 국민을 향하는 지금 우리는 반성하며 목소리를 낸다"고 밝혔다.

"감정이 북받쳐 올라 한참 울었다. 사건이 있고서 정당이나 시민단체에서는 부당한 일이라고 이야기했지만 사실 카이스트 공동체 내에서는 이 사건을 정치적 기회로 삼는 것 아니냐며 의심하는 목소리도 있었고, (이런 논란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고 넘어간 상태였다. 공동체 내에서는 내가 했던 행동에 대해서 인정받지 못했다는 감정이 있었기 때문에 의미가 더 컸던 것 같다."

- 졸업식 이전에는 '그냥 쉬는' 은둔청년이었다고 최근 SNS에 밝혔는데.

"AI 연구로 2023년 8월 석사 졸업을 하고서 취업하려는 의지가 없었다. 나 스스로도 '왜 이렇게 의욕이 없지? 나에게 문제가 있나? 아니면 내 의지의 문제인가'를 고민했는데 나중에 돌이켜 생각해 보니 좀 두려웠던 것 같다. 지금의 청년들은 두 번째 기회가 없고, 첫 직장이 정해지면 그 직장이 평생의 처우를 결정한다는 글을 보면서 취업 시장에 뛰어들면 기회가 단 한 번 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도전하기 싫었고, 그냥 이대로 있고 싶었다.

물론 (남들이 보기에는) 좋은 스펙을 가졌다고도 볼 수 있지만 일생일대의 도전을 해야 한다는 중압감 때문인지 경제활동을 하지 않고 집에서 그냥 쉬면서 친구들이랑 연락하고 게임하면서 몇 달을 살았다. 그러다 정의당 대전시당에 계신 분들이 그냥 집에서 쉬는 것보다는 파트타임으로 사무 일을 도와주면 어떻겠느냐고 제안주셔서 대변인 자리를 수락했다. 그 일은 실제 사회에 적응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됐다."

- '그냥 쉬는' 청년으로 살다가 엄청난 폭력에 마주하고 삶이 많이 달라졌다.

"이전부터 성폭력 피해자들의 수기를 읽으면서 피해를 겪은 사람은 어떻게 살아야 되는지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진 적이 있다. 피해자들이 예전과 같은 일상을 살기 위해서는 정의가 구현돼야 하는거구나 생각했다. 내가 생각하는 정의를 실현해야 이 사건으로 벌어진 일들이 회복될 수 있기 때문에 목소리를 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기자회견이나 인터뷰를 준비할 수 있었다."

- 무엇이 회복인가?

"가장 우선적으로는 경호처의 강압적인 행위들, 그리고 이후에 체포와 감금 행위가 처벌받기를 바랐고, 그 다음으로는 책임자의 사과도 바랐다. 그리고 사건의 시초가 됐던 R&D 예산 삭감으로 인해 피해 본 이들이 회복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누군가를 대통령으로 뽑는 것만으로는 문제 해결되지 않는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학위수여식 도중 ‘입틀막’ 강제 퇴장의 당사자인 신민기씨는 "카이스트 입틀막 사건은 한 사람의 입을 막은 사건이기도 하지만, 이는 윤석열 정권이 시민의 자유 정도는 간단하게 탄압할 수 있는 대상으로 보는 사건이었다"라고 설명했다.
ⓒ 유성호

- 2024년 여러가지 일을 겪으면서, 새해를 마주하는 감회가 남다를 것 같다.

"윤석열 정권이 종말에 다다르면서 그간 있었던 일을 돌아보는 형식으로 카이스트 입틀막 사건도 언급됐던 것 같다. 한 사람의 입을 막은 사건이기도 하지만 이는 윤석열 정권이 시민의 자유 정도는 간단하게 탄압할 수 있는 대상으로 보는 사건이었다고 생각한다."

- 2025년에는 한국 사회가 어떻게 나아가야 한다고 보나.

"우리가 주역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던 사람들, 예를 들면 평범한 시민들, 광장에서 목소리를 냈는데도 받아들여지지 않던 여성, 성소수자, 장애인, 농민들의 에너지가 앞으로 정치에 반영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나처럼 게임을 좋아하는 오타구 남성들도 '뭔가 하고 싶다'면서 뛰어드는 걸 보면서 우리가 우리 안의 한계를 깨고 연대하는 사회로 나아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에너지랑 기회를 잘 이어나갔으면 좋겠다는 점에선 희망을 가질 수 있는 것 같다.

그런데 최근 '우리가 (윤석열을) 탄핵시키는 것도 힘드니, 이 주제에서 벗어나면 안 된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졸업했던 날부터 지금까지 청년의 한 사람으로서 '미래는 어떻게 살아야 하지? 내가 중년이 되고 장년이 됐을 때는 도대체 어떤 희망을 가지고 살아야 하지'라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한국이 계속 성장하는 국가로 갈 수 있을지 불분명한 상황에서 탄핵 국면까지 와서 '미래는 생각하지 말고 탄핵에 대해서만 집중해'라고 말한다면 그것이 오히려 사람들에게 희망을 빼앗는 일이다.

탄핵 이후를 이야기하는 것이 중요하다. 탄핵 이후에 우리에게 어떤 희망과 대안이 있는지 말하고, 그 대안이 각자 다를지라도 그 상을 머릿속으로 그려야 탄핵을 위한 동기부여가 되고 그 다음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선거로 뽑은 대통령이 선거 결과를 부정하지 않았나. 윤석열 대통령은 법치주의를 내세워 권력을 잡았는데, 그 권력으로 계엄을 했다. 윤석열은 '나는 지지율 상관없이 간다'고 했는데, 그렇게 국민 눈치를 보지 않고 잘못된 정치를 하는 대통령을 제어할 방법이 아무것도 없다는 점에서 많은 사람들은 무력감을 느꼈다. 그래서 국민의 뜻이 좀 더 정치에 반영될 수 있는 개헌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 새해 소망이 있다면?

"이제 단순히 누군가를 대통령으로 뽑는 것만으로는 안 된다는 걸 깨닫는 계기가 됐다고 본다. 광장에 나와서 싸운 이들의 목소리가 지워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지금 광장에 나온 많은 분들은 기성 정치가 대변해주지 않았던 사람들이다. 특히 청년 여성, 한 번도 정치의 주체로 호명되지 못했던 이들이고, 성소수자들 역시 마찬가지다.

다음으로는 구조적으로 광장에 나올 수 없었던 이들의 목소리도 반영돼야 한다. 집회 도중에 일하고 있는 배달 오토바이와 버스를 봤다. 쉬기 어려운 플랫폼 노동자와한국어가 미숙한 이주민, 기후위기로 인해 피해를 보는 이들도 있다. 그런 목소리는 광장에서 표현되지 않는다. 내년에는 이런 목소리들이 담기는 정치가 실현되는 한 해가 됐으면 좋겠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학위수여식 도중 ‘입틀막’ 강제 퇴장의 당사자인 신민기씨가 12월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오마이뉴스> 사무실에서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 유성호

신씨는 <오마이뉴스>와 인터뷰를 마치고 이날 긴급하게 열린 광화문 집회에 참석했다. 그는 이날 무대에 올라 이렇게 말했다.

"윤석열은 불법 계엄 당일에, 전화로 지시를 내리면서 국회의원들 끌어내라고 했다고 합니다. 그날의 경호처가 아직도 윤석열을 지키고 있다고 합니다. 여러분, 사실 저는 무섭습니다. 우리가 이 일을 겪은 뒤에도, 이런 폭력이 당연해질까 봐, 다시 반복될까 봐 두렵습니다.

하지만 여러분, 우리는 시민의 힘으로 내란을 막아냈습니다. 여러분, 우리는 멈출 수 없습니다. 윤석열을 끌어내리고, 그 자리에 우리가 바라는 새로운 세상을 열기까지 우리는 결코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오늘 모이신 모든 분들, 내일 광장에서 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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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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