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는 여전히 여성을 남성의 '아래'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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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여성 안수 앞장서는 복음주의교회 연합회 강호숙 공동대표
 복음주의교회연합회 강호숙 공동대표
ⓒ 지유석

해마다 9월이면 개신교 주요 교단은 교단총회를 열고 주요 의사결정을 내린다. 올해 국내 최대 보수교단인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교단(아래 예장합동, 김종혁 총회장)은 지난달 25일 제109회 총회에서 여성 사역자에게 강단에서 설교할 수 있는 권한인 '강도권'을 통과시켰다.

예장합동 교단에 몸담은 여성 목회자 지망생에게 '여성안수'는 숙원이나 다름없었다. 이런 면에서 여성강도권 통과는 분명 의미 있는 조치일 것이다.

하지만 복음주의교회연합회 강호숙 공동대표의 시각은 다르다. '여성강도사'라는 다분히 가부장적인 신조어를 내세워 남성과 여성을 구분하고 궁극적으로 여성 목회자 안수를 막으려는 시도라는 게 강 공동대표의 지적이다.

이에 기자는 보다 자세한 입장을 듣고자 지난 1일 오전 인터뷰를 청했고, 강 공동대표는 이에 응했다.

예장합동 교단 산하 총신대학교에서 '현대사회와 여성'을 강의했던 강 공동대표는 강의에서 배제당하는 수난을 겪었지만, 이에 굴하지 않고 저술·강연을 통해 여성 안수의 필요성을 역설해 왔다. 아래는 강 공동대표와 일문일답.

- 예장합동 교단이 지난 109회 총회에서 여성사역자에게 강도권과 강도사고시를 허락하는 안을 가결했다. (강도사는 개신교 교회에서 목사가 되기 전 준목사 단계의 사역자를 칭하는 말이다 - 글쓴이)

여성에게 강단에 서서 설교할 수 있는 권한을 줬으니 얼핏 진일보한 조치일 수 있겠다. 하지만 '목사' 직이 엄연히 존재함에도 '여성강도사'란 직을 따로 만든 건 석연찮다. 궁극적으로 "여성에게 설교할 권한은 허락하되 여성 목회자 임명은 안 된다"는 구분선을 설정한 것이라고 본다.

* 이와 관련 개신교계 활동단체인 '여성안수추진공동행동'도 논평을 통해 "지금까지 강도사는 목사 준비 과정과 같은 것이었는데, 이제는 목사 고시에 응시하는 남성 강도사와 남성과 같이 설교를 포함해서 교회 사역에 다 참여하지만, 목사만은 될 수 없는 여성 강도사로 나뉘게 된다"고 지적했다.

- 실제 총회가 결의한 내용을 살펴보면 여성이 당장 교회에서 설교할 것 같지는 않다. 적어도 법제화되기까지 최소한 3년이 소요될 것이라는 게 교단 안팎의 전망이다.

여성이 설교할 수 있을지는 '말 그대로' 가봐야 알 것이다. 우선 절차가 무척 까다롭다. 헌법개정위 같은 기구를 꾸리면 뭐하나? 의사결정은 흡사 여성 목회자 지망생에게 시혜를 베푸는 듯한 인상이 강한데. 안팎에서 여성 목회자를 임명하라는 압력이 커지니까 그저 명분 쌓기용으로 결의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본다. 분명한 건, 여성 목회자 임명이 남성 목회자 일색인 교단 지도부의 '허락'을 받아야 할 일은 아니라는 점이다.

* 이번 결의의 정식 명칭은 '여성 강도권·강도사고시 허락'안이다. 최종 법제화 과정은 이렇다. 먼저 헌법개정위원회를 꾸려 1년간 연구를 하고, 이후 헌법개정위가 내놓는 헌법 개정 내용이 내년도 제110회 총회에서 총대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얻어 통과되어야 한다. 여기에 전국 노회의 의견을 종합하고, 2026년 제111회 총회에서 노회 과반수 참석과 총대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최종적으로 헌법 개정이 확정된다. (글쓴이)

- 여성 목회자를 임명해야 한다니까 일각에선 '여성 목회자를 임명하는 교단으로 가면 될 것 아니냐'는, 다분히 비아냥섞인 반응도 보인다.

여성 목사를 임명하는 교단으로 가라고? 차라리 "우리 교회는 남녀 차별을 성경적이라고 믿는 합동 교단에 속한 교회다. 따라서 여성은 무조건 '임시직'이니까 이걸 양지하고 예수 믿으라"라는 안내서라도 첨부했어야 마땅하다.

무엇보다 예장합동 교단은 남성 중심이다. 하지만 교단 신학교는 여성에게도 남성과 똑같이 시험을 치르고, 박사학위까지 공부하도록 앞문을 열어 놓고선, 교단 안에서 소명과 전문성을 발휘하지 못하도록 뒷문을 막아버리는 행태로 일관했다. 그래서 이 같은 불공정과 차별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니까, 그제사 "우리 교단은 여성 목사 임명 반대가 정체성이야"라고 말한다. 이 같은 반응은 결국 신학적 헤게모니는 남성에게 있다는 의식의 표현에 지나지 않는다.

- 앞으로의 활동 계획이 궁금하다.

일단, 여성 목회자 임명을 관철하고자 하는 운동은 꾸준히 전개해 나갈 생각이다. 특히 구교형 한국복음주의교회연합 공동대표와 이광우 총신대 법인 이사, 김종미 교회개혁실천연대 공동대표 등 합동 교단 출신 목회자와 활동가들이 이 문제에 대해 활발히 목소리를 내주어서 힘이 난다.

하지만 여성 목회자 임명이 궁극의 목표는 아니다. 궁극적으로 남성 목회자와 여성 목회자의 동등한 파트너십 구축을 염두에 두고 있다.

예장합동 교단보다 약 25년 정도 앞서 여성 목회자를 임명했던 보수 장로교단인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예장통합) 교단만 해도 여전히 가부장적 분위기가 우세하다.

이는 교회가 '인간성 회복'과 '만인제사장설'을 외친 종교개혁을 해마다 기념하고 있지만, 여전히 하나님의 형상이자 파트너인 여성을 남성의 '아래'로 본다는 말이다. 게다가 통합교단 총회에서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여성 총대의원 비율은 2019년 기준 1.7% 수준에 그친다.

이런 분위기를 감안해 보면 여성 목회자 임명은 일단 파트너십 구축을 위한 첫 단추다. 남성 목회자와 여성 목회자가 동등한 파트너십이 구축되어야 목회 사역도 균형을 이룰 수 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미주 한인매체 <뉴스M>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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