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첫 기후소송 일부 승소 "미래세대 보호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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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4.08.29. 오후 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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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대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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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보] 헌재, 탄소중립기본법 일부 조항 헌법불합치 판단... 2026년 2월 28일까지만 적용
 기후위기비상행동 등 시민단체 회원들이 29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개최한 기후 헌법소원 최종선고 관련 기자회견에서 한제아 양이 발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기사 보강 : 8월 29일 오후 5시]

아시아 첫 기후위기 소송 결과도 승소였다.

전 세계에서 기후소송이 잇따라 제기되고 최근에는 승소 소식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도 이러한 흐름에 이름을 올리게 됐다. 앞서 2021년 독일연방헌법재판소, 2024년 유럽인권재판소 등에서 기후소송이 승소했다.

다만, 헌법재판소(헌재)는 정부의 국가온실가스 감축 목표치가 적절한지에 대한 판단을 내리지는 않았다. 향후 문제가 된 법률이 개정되는 과정에서 기후 위기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기 위한 감축 목표치를 두고 치열한 사회적 논의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헌재, 탄소중립기본법 8조 1항 헌법불합치 결정
2050년 탄소중립 목표인데, 2031~2049년 목표치 부재

 이종석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헌법재판관들이 29일 오후 헌법소원·위헌법률 심판이 열린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심판정에 입장하고 있다.
ⓒ 연합뉴스

헌재는 29일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2031~2049년 국가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담지 않은 탄소중립·녹색성장기본법'(탄소중립기본법) 제8조 제1항이 헌법에 합치되지 아니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해당 법률 조항은 2026년 2월 28일을 시한으로 개정될 때까지 적용된다.

헌재가 해당 조항의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첫 번째 이유는 과소보호금지원칙 위반이다.

탄소중립기본법 제8조 제1항은 2030년까지의 국가온실가스 감축 목표만 규정하고 있다. 문제는 같은 법 제7조 제1항은 "정부는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목표로 하여 탄소중립 사회로 이행하고 환경과 경제의 조화로운 발전을 도모하는 것을 국가 비전으로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는 점이다.

헌재는 "2031년부터 2049년까지 19년간의 감축 목표에 관해서는 어떤 형태의 정량적인 기준도 제시하지 않았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2050년 탄소중립의 목표 시점에 이르기까지 점진적이고 지속적인 감축을 실효적으로 담보할 수 있는 장치가 없으므로, 이는 미래에 과중한 부담을 이전하는 방식으로 감축 목표를 규율한 것으로, 기후위기라는 위험 상황에 상응하는 보호조치로서 필요한 최소한의 성격을 갖추지 못했다"라고 강조했다.

헌법불합치 결정의 두 번째 이유는 법률유보원칙 위반이다. 헌재는 "위험 상황으로서의 기후 위기의 성격상 미래의 부담을 가중시키지 않기 위해서는 가장 의욕적으로 감축 목표를 정하고 진전시켜야 한다"면서 "중장기적인 온실가스 감축 목표와 감축 경로를 계획하는 것은 매우 높은 수준의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므로, 2031년 이후의 기간에 대해서도 그 대강의 내용은 법률에 직접 규정되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른바 미래세대는 기후위기의 영향에 더 크게 노출될 것임에도 현재의 민주적 정치과정에 참여하는 것은 제약되어 있다"면서 "이러한 점에서 중장기적인 온실가스 감축 계획에 대하여 입법자에게는 더욱 구체적인 입법의 의무와 책임이 있다"라고 밝혔다.

헌재는 결국 과소보호금지원칙과 법률유보원칙 위반을 이유로 "탄소중립기본법 제8조 제1항은 기본권 보호 의무를 위반했으므로 청구인들의 환경권을 침해한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다만, 해당 법률 조항의 효력으로 바로 상실시킬 경우 그나마 존재하는 중간 목표마저 사라진다는 이유로 2026년 2월 28일까지만 적용하는 내용의 헌법불합치 결정이 내려졌다.

윤석열 정부 감축 목표 위헌 여부는 기각
위헌 5명 : 기각 4명... 6명 찬성해야 위헌

윤석열 정부가 지난해 4월 내놓은 '제1차 국가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의 부문별·연도별 감축 목표의 경우, 5(위헌) 대 4(기각) 의견으로 기각 결정이 나왔다. 위헌 판단에 이르기 위해서는 재판관 6명의 찬성이 필요하다.

위헌 의견을 낸 5명의 재판관(김기영·문형배·이미선·정정미·정형식)은 기준연도는 총배출량으로, 목표연도는 순배출량으로 배출량 목표치를 달리한 것을 두고 "기후위기를 완화하는 보호조치의 수준을 낮추는 것"이라면서 "과소보호금지원칙·법률우위원칙 위반에 따라 기본권 보호 의무를 위반해 청구인들의 환경권을 침해한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종석 헌재 소장과 이은애·이영진·김형두 재판관은 배출량이 반드시 순배출량을 의미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면서 기각 의견을 냈다.

 정부가 2031년 이후 온실가스 감축량을 아예 설정하지 않은 것은 국민의 기본권을 충분히 보호하지 못해 헌법에 어긋난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정부의 기후 위기 대응이 부족하면 국민의 기본권 침해로 이어질 수 있다고 인정한 것으로, 아시아에서 최초로 나온 결정이다. 헌법재판소는 29일 청소년·시민단체·영유아 등이 제기한 헌법소원 4건에서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탄소중립기본법 8조 1항에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이날 오후 아기기후소송의 청구인 한제아 학생(오른쪽)이 헌법재판소를 나서고 있다.
ⓒ 연합뉴스

이번 기후소송은 지난 2020년 3월 청소년기후행동 활동가들의 헌법소원 심판청구에 이어 청구된 시민·아기 기후소송(헌법소원)이 함께 묶인 것이다. 당시 청구인들은 정부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가 담긴 저탄소 녹색성장 기본법과 그 시행령의 위헌 여부를 따져 물었다.

하지만 해당 법률은 탄소중립기본법으로 대체되면서 폐지됐다. 헌재는 이를 이유로, 폐지된 저탄소 녹색성장 기본법 관련한 청구는 모두 각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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