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연의 마지막 퇴근길 "해직 교사 복직, 후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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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4.08.29. 오후 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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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서울시교육청 직원과 시민·사회단체 '눈물의 배웅'... '대법원 규탄' 목소리도
 해직 교사를 특별 채용하도록 지시한 혐의로 대법원에서 집행유예 2년의 유죄 확정판결을 받고 교육감직을 상실한 조희연 교육감이 2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을 나서며 배웅 나온 학부모로부터 꽃다발을 건네받고 있다.
ⓒ 유성호

"해직 교사를 복직시킨 교육감이 해직됐네요. 이 기막힌 현실을 극복해 갑시다."

마지막 퇴근길에 나선 조희연 서울특별시 교육감이 자신을 배웅하러 나온 이들을 달랬다. 눈물을 흘리던 직원은 조 교육감을 향해 "그동안 애쓰셨다"고 했고, 조 교육감은 그런 직원들의 어깨를 토닥이며 "잘 지내라"고 답했다.

지난 2018년 해직 교사 5명을 특별채용했던 조 교육감은 29일 대법원 선고로 교육감직을 상실했다.

조희연 "해직 교사 복직 결정, 지금도 후회 없다"

대법원 3부(주심 오석준 대법관)는 이날 오전 11시 30분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와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조 교육감에게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교육자치법과 공직선거법에 따라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교육감은 당연퇴직 대상이 되기 때문에, 조 교육감은 이번 판결로 교육감직을 잃었다. (관련 기사 : 조희연, 집행유예 확정... 교육감직 상실

https://omn.kr/29z9t )

조 교육감은 선고 직후 서울시교육청 본관 1층 앞에서 입장을 밝혔다. 그는 "해직 교사를 복직시켰다는 이유로 교육감이 해직되는 이 기막힌 현실에 대해 회한이 어찌 없겠습니까만, 법원의 결정은 개인의 유불리와 관계없이 존중하고 따라야 마땅하다"며 "서울시 교육감으로 재직한 10년의 역사를 마무리한다"고 했다.

해직 교사 복직 결정에 대해서는 "교육에 대한 열정이 넘치는 선생님들이 계속 거리를 떠돌도록 할 수 없다는 시민사회와 교육계의 염원에 귀를 기울이는 것은 교육감의 책무였다"며 "당시 결정에 대해선 지금도 후회가 없다"고 말했다.

또 "2018년 복직된 교사들의 당초 해직 사유는 시민으로서의 '교사의 정치적 기본권' 문제와도 연관되어 있다"며 "그 복직은 서이초의 비극 이후 요구되는 교권을 더욱 두텁게 보장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믿는다"고 덧붙였다.

지난 10년의 성과도 언급했다. 조 교육감은 "시험 점수로 차별하고, 학생의 머리 모양을 단속하며, 체벌이 횡행하던 권위주의 학교 문화는 이제 사라졌다"며 "이는 결코 교육감 한 사람의 노력으로 이뤄진 일이 아니고, 많은 분의 땀과 눈물로 이뤄진 교육개혁 운동의 결과다. 제가 교육감직에서 물러난 뒤에도 혁신 교육의 불꽃은 계속 타오르리라 믿는다"고 전했다.

 해직 교사를 특별 채용하도록 지시한 혐의로 대법원에서 집행유예 2년의 유죄 확정판결을 받고 교육감직을 상실한 조희연 교육감이 2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을 떠나며 배웅 나온 직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 유성호

 해직 교사를 특별 채용하도록 지시한 혐의로 대법원에서 집행유예 2년의 유죄 확정판결을 받고 교육감직을 상실한 조희연 교육감이 2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을 떠나며 배웅 나온 직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 유성호

 해직 교사를 특별 채용하도록 지시한 혐의로 대법원에서 집행유예 2년의 유죄 확정판결을 받고 교육감직을 상실한 조희연 교육감이 2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에서 대법원 선고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날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김동아, 박홍근, 김준혁, 김남근, 박주민, 곽상언 의원이 서울시교육청을 찾아 조 교육감을 배웅했다.
ⓒ 유성호

입장 발표를 마친 조 교육감은 직원들과 작별 인사를 했다. 직원 수백 명은 그가 가는 길에 줄지어 서서 꽃을 건네고 눈물을 흘렸다. 서울시교육청 본관에서 정문까지는 불과 100m 거리였지만 한 명 한 명 악수를 하고 못 다한 인사를 나누느라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정문에 다다르니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서울교육지키기 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가 박수를 보냈다. 조 교육감은 마지막으로 서울시 교육청을 눈에 담았다. 청사를 향해 손을 흔들어 보이기도 했다. 낮 12시 31분, 조 교육감은 관용차가 아닌 낡은 은색 소나타에 올랐고 "수고하셨다"는 말과 함께 마지막 퇴근을 했다.

"명백한 사법 살인"

 서울교육지키기 공동대책위원회 관계자들이 2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해직 교사의 특별 채용은 적법하다며 조희연 교육감의 무죄를 주장하고 있다.
ⓒ 유성호

대법원 결정 이후 시민·사회단체에서는 규탄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이날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대법원 선고 소식을 접한 서울교육지키기 공대위는 기자회견을 열고 "(대법원이) 10월 보궐 선거 실시 시한을 이틀 남겨두고 교육감직 박탈 선고를 한 것은, 커지고 있는 윤석열 퇴진의 바람을 전환하기 위해 사법권을 남용한 것"이라며 "서울교육에 대한 정치적 탄압을 규탄한다"고 밝혔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강민정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김건희 여사의) 300만 원 디올 백은 무죄고, 정당한 인사권을 행사한 조 교육감은 유죄가 되는 이 상황이 너무나 분노스럽고 화가 난다"며 "(대법원 결정은) 서울 교육의 숨통을 끊는 것이고 명백한 사법 살인"이라고 일갈했다.

공대위에 참여하는 서울혁신교육학부모네트워크 임정원씨는 "해직 교사 복직 절차를 문제 삼아 85만 명의 서울시 학생과 7만 7000명의 교직원을 대표하는 교육감을 범죄자를 만드는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조 교육감은 우리 아이들의 학창 시절을 행복하게 해준 서울 교육의 수장이었다"며 "고마웠다,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고 말한 뒤 눈물을 보였다.

제18대 서울시 교육감을 역임했던 곽노현 징검다리교육공동체 이사장은 조 교육감 해직의 시발점이 됐던 특별채용과 관련 법의 모순을 지적했다. 곽 이사장은 "특별 채용은 대상이 있다. 그런데도 해직 교사 특별채용을 공개경쟁 방식으로 진행하라는 법(국가공무원법)이 잘못된 것"이라며 "이는 동그란 네모, 네모난 동그라미 같은 형용 모순"이라고 덧붙였다.

▲ 지자자 배웅 받으며 교육청 떠나는 조희연 교육감 ⓒ 유성호


 해직 교사를 특별 채용하도록 지시한 혐의로 대법원에서 집행유예 2년의 유죄 확정판결을 받고 교육감직을 상실한 조희연 교육감이 2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을 떠나며 배웅 나온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서울교육지키기 공동대책위원회 관계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 유성호

 해직 교사를 특별 채용하도록 지시한 혐의로 대법원에서 집행유예 2년의 유죄 확정판결을 받고 교육감직을 상실한 조희연 교육감이 2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을 떠나며 배웅 나온 서울교육지키기 공동대책위원회 관계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 유성호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서울지부 역시 논평을 내고 "조 교육감은 누구처럼 뇌물을 받은 것도, 자리를 약속한 것도, 횡령이나 배임을 한 것도 아니다. 지난 2008년 교육감 선거 과정에서 억울하게 해직된 분을 포함해 5명의 교사에 대한 특별채용을 한 것"이라며 "1만 명이 넘는 시민과 국회의원 109명이 '교육 현장의 역사적 상처를 씻고 화해와 공존을 실현하려는 노력'이라고 평가했던 그의 선의가 결국 짓밟히고 말았다"고 강조했다.

조 교육감은 지난 2018년 한아무개 비서실장과 함께 전교조 출신 해직 교사 5명의 채용을 내정한 채 특별채용을 지시한 혐의로 2021년 12월 기소됐다. 해직 교사 5명은 지난 2002년 대통령 선거에 출마한 특정 정당 후보에 대한 부정 게시물을 게재하거나 지난 2008년 서울시 교육감 선거에서 선거자금을 모금하는 등의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조 교육감이 교육감직을 상실함에 따라 오는 10월 16일 서울시 교육감 보궐선거를 치른다. 선거 전까지는 설세훈 부교육감이 교육감 권한을 대행한다. 지난 2014년 임기를 시작한 조 교육감은 서울시 교육감 최초로 3선에 성공했다. 대표적인 진보 성향 교육감으로서 서울형 혁신학교, 무상급식 확대, 학생인권조례 등을 시행했다.

 해직 교사를 특별 채용하도록 지시한 혐의로 대법원에서 집행유예 2년의 유죄 확정판결을 받고 교육감직을 상실한 조희연 교육감이 2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을 떠나며 청사 안에서 인사하는 직원들에게 손을 흔들며 답례 인사를 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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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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