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 붓는 대통령실 "일본, 수십 차례 사과... 피로감 많이 쌓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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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4.08.18. 오후 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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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효 1차장 '일본 마음이 중요' 발언 해명... "일본의 마음 움직여야 한다는 의미"
 김태효 국가안보실 제1차장이 지난 1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8.15 통일 독트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연합뉴스

"중요한 건 일본의 마음"이라는 김태효 국가안보실 제1차장의 발언이 물의를 빚자 대통령실이 진화에 나섰으나 불에 기름을 붓는 형국이다.

김 차장은 지난 16일 밤 'KBS 뉴스라인W'에 출연해 '우리 정부가 일본에 대해 할 말을 못 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과거사 문제에 대해 중요한 건 일본의 마음"이라며 "마음이 없는 사람을 억지로 다그쳐서 사과를 받아낼 때 그게 과연 진정한가"라고 말한 바 있다.

김 차장의 말은 마치 일본과의 과거사에 대한 우리의 사과 요구가 '억지'이며, 가해자인 일본이 마음에 없으면 사과를 받아내지 않아도 된다는 말로 풀이됐다.

더불어민주당은 "김태효 1차장이 윤석열 정권의 국가관이 친일 매국임을 자백했다"며 "윤 대통령이 왜 광복절 경축사에서 일본의 식민 지배를 한 번도 비판하지 않았는지 이제 알겠다"고 비난했다. 조국혁신당도 "중요한 것이 '대한민국 국민의 마음'이 아니라 '일본의 마음'이라고 주장하는 자는 대한민국 안보사령탑에 있을 자격이 없다"고 성토했다.

인터넷 게시판에도 "집에 강도가 들었는데 강도가 사과하기 싫다고 하면 끝인가", "공무원이 다른 나라의 이익을 우선시하니 매국노 맞음", "이런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이 우리나라 안보를 책임지는 자리에 있다니", "일본의 마음은 이해하면서 우리나라 정서와 마음은 이해 못하나", "철저히 물증을 남기는 게 중요한 국제 관계에서 마음이란 말이 통하나"는 등 비판 여론이 들끓었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18일 오후 기자들과 만나 "질문에 대답하는 과정에서 나온 일본의 마음을 잘 분석하는 것이 필요하다, 라는 언급은 앞뒤 맥락을 잘 이해하시면 충분히 공감이 가실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이어 "1965년 한일 국교 수립 이후에 수십 차례에 걸쳐서 일본 정부의 공식적인 과거 식민지 지배에 대한 사과가 있었다"면서 "그래서 그러한 사과가 피로감이 많이 쌓여 있고 또 한일 간에 우리가 필요한 과거사 문제는 윤석열 정부도 적극적으로 개진하면서 일본과 풀어가는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과거사에 대해서는 이미 여러 차례 사과했는데 얼마나 더 하라는 거냐'는 일본 정부나 극우의 입장과 비슷해 보인다.

또 "그러나 과거사 문제와 병행해서 새 시대를 열어가고 있는 한일 관계, 그리고 한미일 관계가 우리 대한민국 기업 그리고 국민에게 안겨다 주고 있는 여러 가지 혜택 그리고 기회 요인들을 함께 평가해야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면서 "작년 3월(한일정상회담에서 강제징용 피해자에게 우리 기업이 배상금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타협... 기자 주)에 12년 만에 한일관계 개선이 없었다면 캠프 데이비드도 없었을 것이고, 한일 간에 우리 기업과 국민이 새로 맞아 들인 기회 요인도 사실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석열 한국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2023년 8월 18일 미국 메릴랜드주 서먼턴 인근 캠프 데이비드에서 열린 한미일 3국 정상회담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맞이하기 위해 도착하고 있다.
ⓒ 로이터=연합뉴스

그는 "그런 면에서 일본이 우리를 존중하고 또 우리를 새롭게 부상하는 강력한 경쟁자로 여기면서 긴장하게 하고, 글로벌 질서에서 캠프 데이비드를 주도해 나가고,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한국이 여러 가지 적극적인 역할을 펴는 모습을 경외하게 만듦으로써 한일이 서로 공동 이익을 만들고 또 국제사회에서 일본의 보다 자발적인 한국에 대한 협력을 도출하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어 "그러한 일본의 마음을 우리가 움직일 수 있어야 된다, 이런 취지로 말씀을 드린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우리 청년들이 자신감을 가지고 일본을 대할 수 있도록, 그래서 우리의 혜택을 무시하지 말고 함께 평가하면서 자신감에 기반한 한일 관계를 구축한다, 이런 뜻으로 받아들여 주시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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