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를 하면 정말 박근혜처럼 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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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取중眞담] '박근혜의 길' 벗어나기 위해 선택한 '기술적 사과'의 함정[取중眞담]은 <오마이뉴스> 상근기자들이 취재과정에서 겪은 후일담이나 비화, 에피소드 등을 자유롭게 쓰는 코너입니다. <편집자말>

▲ 윤석열 대통령, 6·25전쟁 74주년 행사 국기에 경례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25일 대구 엑스코에서 열린 '6·25전쟁 제74주년 행사'에 참석해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 연합뉴스

 
김건희 여사는 사과를 하고 싶었지만 주변에서 '한 번 사과를 하면 앞으로 계속 사과해야 하고, 그러다 보면 결국 정권이 위험해질 수 있다'면서 극구 말렸다고 한다. 이들은 대통령이었던 박근혜씨가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를 사과했지만 결국 탄핵당해 파면된 일을 사례로 들었다고 한다.
 
박근혜 당시 대통령은 2016년 10월 26일, 11월 4일, 11월 29일 세차례에 걸쳐 대국민담화를 발표하며 국정농단 사태를 사과했다 그러나 사과를 하면 할수록 광장의 촛불은 커져만 갔다. 언뜻 보면 '사과하면 끝장'이라는 경고가 맞는 것 같다.
 
사과를 정말 하고 싶은데, 그러면 상황을 더 악화시킬 수 있다고 하니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을까? 지난 20일 검사들이 대통령경호처 소관 청사로 '출석'해 이뤄진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사건, 명품가방 수수사건 조사에서 김건희 여사는 '국민에게 죄송하다'고 말했다고 법률대리인이 전했다.
 
지난 4월 총선 결과를 두고 윤석열 대통령이 참모들과 회의를 하면서 사과를 했다고 전해진 것과 비슷한 장면이다. 어쨌든 윤 대통령 부부 주변에는 '사과를 하면 더 어려워진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아 보인다.

진실도 진정성도 없어서 촛불을 키웠다
 
▲ 김건희 여사의 '빈 자리'  윤석열 대통령의 배우자 김건희 여사가 2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즉각 발의 요청에 관한 청원 관련 2차 청문회에 불출석해 자리가 비어 있다. 왼쪽은 최재영 목사.
ⓒ 남소연

 
사과를 하면 정말 박근혜씨처럼 되는 걸까. 대통령일 당시 박근혜씨의 사과는 진솔하지도 않았고, 그 내용이 사과 뒤에 밝혀진 사실과도 맞지 않아서 시민의 분노를 거듭 키웠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1차 사과에서 박근혜 당시 대통령은 "일부 연설문이나 홍보물의 표현 등에서 (최순실의) 도움을 받은 적이 있다"고 했지만, 이후 발견된 태블릿PC에서는 공무상 비밀 내용을 담은 문건 47개가 발견됐다. 대통령의 연설문뿐 아니라 대통령실 인사, 장·차관 인사, 외교 관련 내용들이 발견돼 사과의 진정성을 의심케 했다.
 
2차 사과는 검찰 조사를 수용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검찰 조사가 즉각 이뤄지진 않았고 이듬해 3월 대통령직에서 파면된 이후에야 박근혜씨는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3차 사과는 자신의 진퇴 문제를 국회에 일임한다는 것이었지만, 여당에 '임기단축'이라는 대안을 제시해 이미 가시화된 탄핵 절차를 막기 위한 꼼수로밖에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박근혜 당시 대통령의 사과는 거듭될수록 시민의 분노를 배가시켰다. 당장 사태를 진정시키는 데에만 사과의 목적을 뒀을 뿐, 그 안에는 진실도 진정성도 없었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이 참모들 앞에서 사과를 하고 그걸 기자들에게 전달하는 방식이나, 김 여사가 검사 앞에서 사과를 하고 그걸 법률대리인이 전하는 방식은 '박근혜식 사과 실패'를 미연에 방지한 '기술적인 사과'다. 사과의 내용을 두고 일어날 논란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면서도 언론에는 '대국민사과를 했다'고 보도되는, 투입량보다 산출량이 훨씬 많은 '경제적인 사과'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이들이 '박근혜의 길'에서 벗어났다고 할 수 있을까?
 
보통의 인간관계에서도 무엇을 잘못했다는 시인과, 앞으로는 어떻게 하겠다는 다짐을 빼고 그저 사과 의사만을 밝히는 이들이 있다. 일상을 사는 우리들은 그런 사과라도 꼬치꼬치 따지지 않고 대부분 받아들인다. 하지만 시원하게 사과받지 못해 찜찜한 마음 한 구석에는 상대방에 대한 불신이 싹튼다. 상대방에 대한 기대 자체를 접는 경우도 많다.

그런 일이 반복되면 어떤가. 보통은 사과의 기회조차 주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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