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 누가 요청했나? 1억5천만원짜리 용역 미스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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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개발공사, 청주대교-상당공원 광장 조사용역 진행했는데... 정작 청주시는 "요청한 적 없다"
 지난 해 9월 충북개발공사가 나라장터를 통해 입찰 공고한 용역 과업내용서 표지
ⓒ 충북인뉴스

충북개발공사(사장 진상화, 아래 개발공사)가 사업시행 주체인 청주시(시장 이범석)의 요청을 받지 않았는데도 1억5000여만 원 상당의 '청주시 사직대로 보행친화공간 조성 사전타당성 조사 용역'을 진행해 논란이다. 요청 여부를 두고 충북개발공사와 청주시의 말이 서로 다른 상황이다. 

지난해 9월 개발공사는 나라장터를 통해 '청주시 사직대로(청주대교~상당공원) 보행친화공간 조성 사전 타당성 조사 용역'을 입찰공고했다. 공고에 첨부된 과업지시서에는 청주대교 사거리에서 상당공원 사거리까지를 보행친화공간으로 조성하고, 공원과 문화가 어우러지는 복합문화공간 기본구상을 제시하라고 돼 있다. 또 도로지화화에 대한 최적 대안과 비용을 산정해 달라고 했다.

입찰 결과에 따르면 긴급공고로 게재된 해당 용역입찰에서 1개 회사가 단독으로 응찰해 1차에선 유찰됐다. 이에 따라 해당업체와 수의계약으로 계약을 맺은 것으로 보인다.

내용 살펴보니... 청주대교~상당공원 도로폐쇄, 상당공원도 사실상 철거

용역 결과에는 청주시 서문대교에서 상당공원까지 약 700m 공간의 도로를 폐쇄한뒤 단계적으로 광장으로 조성한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파악됐다. 이렇게 되면 그동안 청주시 교통의 근간인 T자형 도로 연결 체계는 사라진다.

뿐만이 아니다. 상당공원 지하에 수백 대의 차량이 주차할 수 있는 주차장을 만드는 내용도 들어가 있다. 이렇게 되면 현재 공원에 남아있는 기념탑과 수목에 대한 철거가 불가피하다.

사업에 소요되는 예산은 대략 1000억 원으로 추정됐다. 하지만 여기에는 남사교~남궁병원 사거리 도로를 2차선에서 4차선으로 확장하는 데 필요한 토지와 건물 보상비는 제외됐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소요 예산은 더 클 것으로 보인다.

개발공사-청주시 엇갈리는 말... 누구 말이 맞나?

문제는 사업대상지 안에 들어가 있는 대현지하상가 등의 재산권이 청주시에 있다는 점이다. 사업의 결정과 시행주체도 청주시다. 따라서 청주시의 동의가 없이 사업 진행은 불가능하다. 이 점에 대해서는 개발공사도, 충북도도, 청주시도 동일한 입장이다.

그러나 취재 결과, 이번 용역은 사업의 결정권이 있는 청주시에 동의를 구하거나 청주시의 요청 없이 진행된 것으로 파악됐다.

청주시 관계자는 "우리는 개발공사에 이와 관련된 용역을 요청한 적이 전혀 없다"며 "시가 해야 할 일을 왜 상의도 없이 개발공사에서 용역을 했는지 모르겠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난 4월 충북도에서 용역보고회를 진행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반면 충북도 관계자는 "우리도 개발공사에 해당 용역을 요청한 적이 없다. 또 용역결과를 보고 받은 적도 없다"고 부인했다.

그런데 충북개발공사 진상화 사장은 "이번 용역은 충북도와 청주시가 공동으로 요청해 진행했다"면서 "요청을 받았으니까 했지, 우리가 맘대로 했겠냐?"고 반문했다.

정리하면 청주시는 요청한 적이 없다는 입장이고, 개발공사는 충북도와 청주시가 공동으로 요청했다는 것. 서로 말이 다른 상황이다.

1억5000만원 예산 허공에 날아가나?... 개발공사 입장은

만약 개발공사가 마련한 용역결과대로 청주대교~상당공원까지 도로가 폐쇄된다면 'T'자형 교통체계의 근간이 변하게 된다. 당연히 시민들과 공론화 과정을 거쳐야 할 사안이다. 하지만 엇갈리고 있는 개발공사와 충북도, 청주시의 입장을 종합하더라도 시민들을 위한 공론화 과정은 없었다.

또한 취재 결과, 개발공사의 용역 결과에 대해 청주시는 '검토대상이 아니다'라는 입장이다. 청주시 관계자는 "개발공사 내부에서 자체적으로 진행한 것에 대해 우리가 뭐라 할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렇게 되면 충북개발공사가 용역에 사용한 1억5000여만 원의 금액은 허공에 날아간다. 

이에 대해 진상화 개발공사사장은 "그래도 의미가 있다. 실행되지 않아도 기록으로 남고, 후대에 누가 이것을 사용하지 않겠냐"며 "예산낭비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충북인뉴스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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