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완섭 환경부장관 후보자님, 우리는 칼날 앞에 서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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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보 재가동 중단을 위해 90여 일째 농성 중인 활동가가 김 후보자에게 보내는 편지
 김완섭 환경부 장관 후보자가 22일 오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남소연

 
김완섭 환경부장관 후보자님, 국회가 인사청문보고서를 채택했더군요. 기재부만 20년 근무하고, 장관 추천받아 나왔는데 처가 기업 이해충돌 의혹 등으로 꽤나 피곤하셨겠습니다. 축하를 드려야 하는데 축하드리기가 어려운 이유는, 김완섭 후보님이 과연 환경부 장관을 제대로 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너무 크기 때문입니다.  

"보는 완전 담수, 완전 개방 등 획일적으로 운영하기보다는 물관리 여건, 지역 의견 등을 종합고려하여 탄력적으로 운영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생각함."

사실 국무위원 후보 서면질의 답변서에 쓰인 김 후보님 답변을 보고 '제대로된 환경부 장관'에 대한 기대는 접고 말았습니다. 그 대답은 얼마 전 '국토부에서 넘어온 환경부 실무자'들을 만났을 때 들었던 내용과 너무나 비슷했습니다. 제가 만났던 환경부 관료들의 입장, 전 환경부 장관의 입장과 다를 바가 없었습니다. 새로운 환경부 장관 후보자이신데 말입니다. 

기재부 출신이라는 것을 고려해도, 새로운 장관으로서 자기만의 생각이나 다른 방향을 제시한 것이 아니고, 그저 하던 것을 하겠다니... 새로운 환경부 장관에게 국민들은 어떤 기대를 할 수 있을까요? 글쎄요, 어쩌면 김 후보님을 추천한 윤석열 대통령도 큰 기대를 하지 않고 '하던 거나 계속하라'고 보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지금의 대통령은 환경부를 국토부나 산업부 지원사격 하는 부서 정도로, 그리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듯하니까요.

차별점 없는 물관리 관점... 또 허수아비 장관인가

"그간 소극적이었던 댐 건설과 하천 준설 등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
"4대강 보를 댐, 하굿둑과 연계하여 탄력적으로 운영하겠다."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은 하도준설, 제방보강을 통해 홍수방어 효과가 나타났으며, 둑 높임 사업, 보 저수량 확보를 통해 수자원이 확보되었다."


김 후보께서 청문회 당시 국가 물관리 기본계획과 보 처리방안, 처리과정, 근거 없는 보 활용론에 대한 질문에 답하는 것을 들었는데 목소리가 영 시원치 않았습니다. 김 후보님, 보 활용론이 근거가 없다는 모든 증거는 환경부가 가지고 있습니다.
 
▲ 국가물관리기본계획 변경 공청회 일방적 물관리기본계획 변경에 항의하는 환경운동가들
ⓒ 녹색연합

 
환경부는 분명 금강 세종보, 공주보를 상시 개방하고 그 데이터를 기반으로 보 철거를 결정했었습니다. 감사원 결과도 기존의 개방 상태 데이터를 더 보완하라고 했지 보를 다시 활용하라고 한 적이 없지요.

보 처리방안 취소는 환경부 스스로가 자기 데이터를 부정하고 졸속으로 내린 결정이라고 봅니다. 환경부 직원들에게 한 마디 하셔야 합니다. 왜 과거의 근거를 모두 부정하고 이런 결과를 냈는지, 부정한 이유와 기준은 무엇인지 새 환경부 장관으로서 따져 물으셔야 합리적이고 상식적인 환경부로서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실 수 있을 겁니다.

미국과 일본의 환경부에선 기후위기가 심각해지면서 하천의 물그릇이나 직강화보다는 하천의 연속적인 흐름과 수생태계를 지키며 관리하는 방법으로 인식 변화가 나타났습니다. 이에 따라 물관리 체계방향을 수정해 가고 있지요.

환경부 직원들에게 물어보십시오. 환경부가 물관리 일원화를 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이뤄진 것을 부정할 수는 없을 겁니다. 댐 건설이나 하천 준설은 국토부 장관이 하는 말이지, 수생태계를 보전하고 강의 자연성 회복을 고려해야 할 환경부장관이 할 말은 아닙니다.
 
▲ 장마에 잠겨버린 세종보 장마철 홍수대응에 4대강 보는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한다.
ⓒ 대전충남녹색연합

 
홍수요? 하천마다 첩첩산중으로 쌓인 보가 공식적으로 3만 개이고 고정보들이 물길을 막아 수위도 상승합니다. 환경부가 2021년 발표한 '4대강 보의 홍수조절능력 실증평가' 보고서에 '4대강 보 홍수조절능력은 없으며 오히려 통수단면을 축소시켜 홍수위 일부 상승을 초래'한다고 환경부 스스로 내린 결론이기도 합니다.

올해만 해도 전국 지류 지천에서 하천준설을 진행했지만 결국 수해는 또 일어났지요. 우리나라 하천 특성상 준설구간은 한두 해 이내에 다시 퇴적됩니다. 매년 하천 수생태에 치명적인 충격을 주지만 준설을 반복하면서 이득을 얻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기후위기로 인한 재해는 해마다 늘어나는데 효과 없는 댐 건설, 하천 준설에 세금을 쓰겠다는 대답이라니, 이제 성의마저 없어보입니다.

김 후보께서는 대구시의 먹는 물을 110km 도수로를 깔아 안동댐 직하류에서 취수하겠다는 '낙동강 맑은물하이웨이' 사업 추진을 적극 돕겠다고 하셨지요. 그 말이 어떤 의미냐면, 낙동강 본류는 포기하겠다는 말입니다. 4대강 보 건설로 낙동강에 녹조가 창궐해서 '녹조 독 에어로졸'로 시민들의 호흡에 영향을 줘도, 2조를 넘게 들여 도수로를 만들어 대구시민들 조금 덜 나쁜 물을 먹이겠다는 말이라고 봅니다. 

맑은 물을 만들겠다며 수많은 국민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낙동강에 8개나 되는 보를 만들어놓고, 이제와 다른 데서 물 끌어온다는 것은 4대강사업이 결국 실패했다는 증거입니다. 2조를 들일 생각이면 차라리 빨리 취수구를 낮춰 낙동강 수문을 열고 본류를 개선하는 것이 환경부 장관이 낙동강을 지키고 문제를 해결하는 합리적 판단이겠지요.

환경부 장관은 생명의 가치를 우선하는 사람
 
▲ 멸종위기종 흰목물떼새 세종보 재가동을 예고했던 날, 알을 낳고 품고 있었다.
ⓒ 김병기

 
김 후보께서는 '환경적 가치와 개발의 가치가 충돌할 경우 어떤 가치를 우선시 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에 '환경과 경제가 상충한다는 이분법적 사고에서 벗어나 상생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답하셨지요.

그건 환경부 장관의 내놓을 답안지가 아닙니다. 환경을 보전하는 것과 경제성장이 상충되는 것은 '이분법적 사고'가 아니라 당면한 '지금의 현실'입니다. '환경부 장관'에게는 '우선 순위'의 문제인 겁니다. 환경부는 '돈'이 아니라 '생명의 눈'을 가져야 하는 부서입니다. 김 후보님은 생명에 대한 일을 다루고 그것을 잘 보전하기 위해 행정과 예산을 다루는 역할을 하셔야 할 분입니다. 

"기본적으로 동물을 단순한 소유물이 아닌 보호하고 존중해야 할 생명체로 인식, 접근해야 한다."

반려동물, 실험동물에 대한 김 후보님의 답변이었죠. 반려동물뿐 아니라 산과 강, 거기에 기대 사는 모든 생명에게도 살아갈 권리가 있지요. 산양의 목숨과 설악산 케이블카가 있다면, 김 후보님은 산양의 편에 서셔야 합니다. 반려동물과 산양이 다르다고 말하는 것이 '이분법적 사고'입니다.

케이블카를 놔도 된다는 설악산은 살아있습니다. 필요에 따라 탄력 운영으로 목을 졸랐다 풀겠다는 금강, 낙동강, 영산강, 한강 모두 살아있습니다. 그 곁에서 사는 무수한 생명의 눈을 바라본 후에 예산과 절차와 당위를 살피셔야 합니다. 김 후보께서는 환경부 장관으로서 생명을 우선순위에 두셔야 하지 않겠습니까? 

혹시 지난 2023년 4월에 열린 G7 기후·에너지·환경장관 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독일의 슈테피 렘케 환경부 장관이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출에 대해 항의한 일화를 알고 계십니까? 니시무라 야스토시 일본 경제산업상이 기자회견 자리에서 "처리수(오염수) 해양 방출에 대해 과학적 근거에 따른 일본의 투명성 있는 대처가 환영받는다"고 한 발언에 즉시 반발하며 독일은 탈원전이 완료됐으며 "오염수 방출에 대해 환영할 수 없다"고 단호히 말했었지요.

반면 한국의 환경부 장관은 어민들과 해양생태계에 가장 영향을 빠르게 받을 이 문제에 대해 반대는커녕 '모니터링 하며 지켜보겠다'는 맥없는 답변을 했지요. 구속력 없는 합의문에 의지해 결국 지켜보는 것 외에 아무 대응도 하지 않고 있는 것이 지금의 현실입니다. 김완섭 후보님은 어민들과 해양생태계를 위해 대통령이든, 일본이든 환경부 장관으로서 해야 할 말을 할 자신이 있어야 하실 겁니다. 
 
▲ 세종보 재가동 중단 요구 천막농성장 지난 4월 20일부터 90여 일째 농성 중이다.
ⓒ 대전충남녹색연합

 
김완섭 후보님, 혹시 금강에 와보셨습니까? 우리는 금강 세종보 상류 300미터 지점에 천막을 치고 90여 일째 농성을 하고 있습니다. 세종보는 철거가 결정되었지만 환경부 전 장관이 다시 고쳤고 담수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6년 개방되어 있던 이곳 금강은 멸종위기종 흰목물떼새와 수달, 수염풍뎅이가 발견되는 곳입니다.

장관님, 보 탄력 운영이 뭔지 아십니까? 환경부가 지켜야 할 멸종위기종들의 목구멍에 칼을 넣었다 뺐다 하는 일입니다. 물을 채워 경관을 좋게 하겠다는 인간의 철없는 욕심으로 '보호하고 존중해야 할 생명체'를 학살하는 일이죠. 우리는 당신 전에 있던 장관이 공주보 고마나루에서 생명을 학살하는 것을 막고자 물 속에서 9시간을 버티기도 했습니다.   

우리는 지금도 여기서, 진심을 다해 산과 강의 목구멍에 돈의 칼날이 겨눠지는 것을 몸으로 막으며 매일 서 있습니다. 하던 거나 하실 생각이라면 목숨 걸고 싸우고 있는 저희와 같은 전국의 환경운동가들과도 싸우셔야 하실 겁니다. 이야기를 다시 시작해보시겠다 하면 언제든 환영이니 현장으로 오세요. 그럼에도 계속 기업과 규제완화를 말하며 개발의 편에 설 거라면 괜히 환경부에 와서 맞지 않는 옷을 입지 말고, 맞는 옷을 찾으시길 바랍니다. 이 세상에 맞지 않는 옷 입고 서 있는 것은 하나 밖에 없습니다, 허수아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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