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 후 저수지는 쓰레기장, 냉장고 떠내려온 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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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4.07.24. 오후 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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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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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예산군 예당저수지서 최근 쓰레기 270톤 수거... "경악수준 생활쓰레기, 대책 세워야"
 충남 예산군 예당저수지. 물가로 흘러온 쓰레기의 모습.
ⓒ 이재환

소하천·저수지 쓰레기 불법 투기가 매우 심각한 수준이다.

매년 장마철, 수마가 할퀴고 간 뒤에는 호수와 수문 주변에도 쓰레기 더미가 산더미처럼 쌓인다. 작은 하천을 타고 떠내려온 각종 생활 쓰레기들은 수문이 있는 댐이나 저수지로 모여 마치 '쓰레기 집하장'을 방불케 한다. 최근 언론을 통해 충청권 대청댐의 쓰레기 문제와 논산 탑정호의 쓰레기 더미가 보도돼 시민들을 경악케 했다(관련 기사 : [영상] 폭우 이후 쓰레기로 뒤덮인 논산 관광지 탑정호 https://omn.kr/29inu ). 

환경단체뿐 아니라 저수지와 수문을 관리하는 한국농어촌공사 관계자들도 쓰레기  대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수문 관리자 사이에선 '쓰레기 되가져가기 캠페인이라도 부활시켜야 하는게 아니냐'는 하소연이 나온다.
 
지난 23일 <오마이뉴스>는 예산홍성환경운동연합 활동가들과 함께 충남 예산군 예당호(예당저수지)와 인근 수문 근처를 살펴봤다. 예당저수지는 충남 청양군과 예산 신양면, 홍성 장곡면 등에서 흘러온 물이 합수됐다가 모내기 철과 장마철 집중호우시 예당평야로 방류된다.
 
동행 취재를 제안한 김미선 예산홍성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은 "오늘은 생각보다 쓰레기가 많지 않다"면서도 "소하천에 생활 쓰레기가 많다. 마을 하천 둑에서 쓰레기를 버리고 태우기도 한다. 이 쓰레기들이 결국 폭우와 함께 저수지 수문으로 모여든다"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23일 예당저수지는 비교적 깨끗해 보였다. 일부 쓰레기들이 저수지 물가로 흘러와 있었지만 예상했던 것보다 많지는 않았다. 저수지 수문 쪽 상황도 비슷했다. 쓰레기가 '산더미'처럼 쌓여있진 않았다. 예당저수지를 관리하고 있는 한국농어촌공사 예산지사 대흥 관리소를 찾아 그 이유를 들을 수 있었다.
 
대흥 관리소 관계자는 "최근 폭우 때 저수지 수문 쪽으로 쓰레기가 많이 밀려왔는데 지난주 예당 저수지에서 조정 경기가 있었다"라며 "그 전에 쓰레기를 치웠다. 그나마 치워서 이 정도지, 그전엔 말도 못 할 정도로 쓰레기가 많았다"고 전했다.
 
예산군과 한국농어촌공사 예산군지사에 확인한 결과, 조정경기 직전 예당저수지로 쓸려온 쓰레기 '270톤'을 치웠다. 예산군은 해마다 한두 차례 예당저수지의 쓰레기를 치우고 있다. 예산군은 물론이고 한국농어촌공사도 예당저수지 쓰레기 문제로 골치를 앓고 있다. 
 
 충남 예산군 예당저수지 수문에 걸려 있는 쓰레기들
ⓒ 이재환

▲ 저수지 예당저수지 수문에 걸려 있는 쓰레기를 영상으로 담았다. ⓒ 이재환

 
대흥 관리소에 만난 또다른 관계자는 "소하천을 타고 흘러온 생활 쓰레기가 예당저수지 쓰레기의 주범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얼마 전 대청호 쓰레기 문제가 뉴스에 나오는 것을 봤다. 쓰레기 문제는 비단 저수지와 댐 뿐 아니라 사회적로도 큰 문제다. 근본적으로 쓰레기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물론 우리도 그 답을 모른다. 하지만 계도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예전에는 '쓰레기 되가져가기' 캠페인도 했다. 효과가 좋았던 것으로 안다. 요즘은 왜 그런 캠페인을 하지 않는지 모르겠다. 언론과 환경단체에서 나서줘야 한다."

댐으로 모여든 쓰레기는 밖으로 빠져 나갈 확률이 낮다고 한다. 그 때문에 해마다 장마철이면 수문 근처에 쓰레기가 모여들어 쓰레기 집하장처럼 되는 것. 

"냉장고도 떠내려 온다... 상당한 골칫거리"

기자는 취재 중 보다 자세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앞선 만난 관계자의 말이다.

"폭우에 쓸려 강으로 떠내려 온 쓰레기는 바다로 흘러가 해양오염을 일으키기도 한다. 그나마 수문이 아래에서 위로 올라가는 구조여서 쓰레기가 밖으로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설계돼 있다. 이는 어느 댐이나 마찬가지다. 논산 탑정호도 예당저수지와 같은 수문 방식이다. 폭우 때 탑정호로 유입된 쓰레기량이 많았던 것으로 안다. 비가 많이 오면 쓰레기 유입량도 그만큼 증가한다고 보면 된다.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댐에 그물을 설치하는 방법도 생각해 봤다. 그러나 자칫 그물이 찢어져 댐의 수문에 걸리기라도 하면 더 큰 사고를 유발할 수 있다. 어쨌든 (수문 관리자의 입장에서도) 쓰레기는 상당한 골칫거리다.

어떻게 해결해야 좋을지 우리도 고민이 많다. 문제는 쓰레기가 주로 소하천을 통해 쓰레기가 유입되고 있다는 점이다. 일상에서 나오는 쓰레기가 그만큼 많다. 심지어 냉장고 쓰레기도 떠내려 온다. 수문이 쓰레기 집하장 역할을 하는 것이다. 여기로 모인 쓰레기는 그나마 치울 수 있어서 다행이다. 물론 쓰레기를 치우지 않으면, 물에 고여 썩을 수도 있다. 환경적으로도 문제가 될 수 있다."
 

환경운동가들의 고민도 깊어 질 수밖에 없어 보였다. 김미선 활동가는 "물과 강은 모두 연결돼 있다"며 "쓰레기 발생량에 대한 고민도 중요하지만, 어떤 쓰레기들이 버려지고 있는지도 중요하다. 쓰레기의 종류를 알아야 처리 방안도 고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쓰레기를 치우는 데만 급급하다 보면 그 점을 놓칠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생활 쓰레기 혹은 농업용 쓰레기들이 하천을 타고 저수지로 몰려오는 것으로 보인다. 비가 오기 전에 재해방송뿐 아니라 예방 차원에서 지역 주민들이 쓰레기를 미리 치우는 것을 홍보할 필요가 있다"라고 조언했다.

김연화 활동가도 "쓰레기가 많지는 않았지만 예당저수지 수문을 보니 페트병이나 캔 등 충분히 재활용할 수 있는 쓰레기들이 있었다"라며 "쓰레기 '보증금 제도'를 이용해 수거하고, 재활용하는 방법도 고민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그렇게 하면 (캔 음료 등을) 먹고 길가에 버리는 일도 줄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현재 예당저수지처럼 수문 혹은 댐에 쓰레기가 걸려 빠져나가지 못하는 경우 장비를 동원해 치울 수밖에 없다. 쓰레기 처리에 만만치 않은 인력과 장비 등 비용이 투입되는 것을 감수하고 있는 실정이다.

예산군 "예당저수지서 쓰레기 270톤 수거, 추가로 더 치울 예정"
 
 지난 15일 충남 예산군은 장비를 동원해 예당저수지의 쓰레기를 수거했다.
ⓒ 예산군 제공

 
예산군 관계자는 24일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예당저수지 부유물 수거는 1년에 한두 차례 정도 진행한다. 올해는 조정 경기 대회 전에 270톤의 부유물 쓰레기를 치웠다"면서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이다. 비용은 4000만 원이 소요됐다. 향후 추가로 더 수거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수거된 쓰레기는 일단 현장에서 건조해서 수분이 빠진 뒤 대회리(예산군 쓰레기 처리장)로 옮긴다. 부표나 스티로폼 등의 폐기물은 처리 업체에 위탁해 처리하고 있다. 초목류의 경우 비료나 톱밥으로 재활용 처리를 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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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홍성 예산 등 내포지역에서 활동하는 오마이뉴스 시민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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