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도가 연주하는 바다오르간이 있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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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로마와 중세 유적이 곳곳에 있는 크로아티아 자다르6월 26일부터 7월 4일까지 발칸반도를 여행한 후 씁니다. <기자말>

 성 도나타 성당 모습. 자다르를 소개하는 안내 책자의 표지 모델로 등장하는 건축물이다.
ⓒ 오문수

   
"여기가 로마지 발칸국가야?"

일행과 함께 관광버스를 타고 크로아티아 자다르에 도착해 시가지를 둘러본 필자의 첫 느낌이다. 해안가에 정박한 멋진 요트와 선박, 도시를 둘러싼 성채, 아름다운 대성당과 포룸, 대리석이 깔린 좁은 도로들과 높이 솟은 건물들이 로마 도시들에 견주어 결코 손색이 없었기 때문이다. 달마티아 지방의 주도인 자다르는 3000년의 역사를 가진 고도이다.
 
 성 아나스타샤 대성당 모습. 자다르의 중심가로 바닥에 깔린 대리석 도로가 너무나 반질반질해 조심해야할 정도이다
ⓒ 오문수

  
 16세기 베네치아인들은 오스만투르크의 공격에 대비해 식수를 확보하기 위한 저수지를 만들고 5개의 우물을 팠다. 광장에는 5개의 우물이 일렬로 서있다
ⓒ 오문수

 
중세 시대에는 슬라브의 상업과 문화의 중심지였으며 14세기 말 크로아티아 최초의 대학이 설립되었다. 프랑스 식민지 시절에는 모국어로 된 최초의 신문까지 발행했다. 19세기 후반에는 달마티아 지역의 문화국가 재건 운동의 중심지가 되어 '지식인의 도시'로도 불렸다.
 
자다르의 대표적 건축물인 '성 도나타 성당'과 '포름'
 
성벽에 둘러싸인 요새도시 자다르의 구시가는 중앙을 가르는 '시로카 대로'를 중심으로 대성당과 포룸, 나로드니 광장, 5개의 우물 등이 관광객들의 눈길을 끈다. 대로와 연결된 골목골목에는 아기자기한 기념품점과 상점, 레스토랑 등이 늘어서 있다.

포룸은 고대 로마 도시 특유의 시민광장으로 시장이나 집회 장소로 사용된 장소다, 자다르의 포룸은 AD1~3세기에 로마 황제 아우구스투스가 세웠다. 면적이 90m X 45m로 아드리아해의 동부 해안에서 가장 큰 로마시대 광장이지만 제2차 세계대전 때 폭격으로 손상되고 말았다.
 
 1840년까지 형을 선고받은 죄수들이 사슬에 묶여 수치심을 느끼는 데 사용한 '수치심 기둥'이다. 곳곳에 총탄 자국이 보인다.
ⓒ 오문수

 
  
 성벽 위에서 바라본 자다르 모습
ⓒ 오문수

 
이후 1964년에 시작한 복구작업이 아직도 진행 중이다. 포룸의 한쪽 구석에는 1840년까지 형을 선고받은 죄수들이 사슬에 매여 수치심을 느끼는 데 사용한 '수치심 기둥'이 남아있는데 기둥에는 파편 자국이 선명하다.
 
'성 도나타 성당'은 자다르를 소개하는 안내 책자의 표지 모델로 등장하는 건축물이다. 9세기에 도나타 주교에 의해 세워진 이 성당은 달마티아 지방에서 보기 드문 비잔틴 건축양식 건물로 원래는 삼위일체 성당이라고 불렀다.
 
외관은 원통형 모양이며 내부는 이중공간으로 되어 있고 벽에는 별다른 장식이 없으며 제단은 소박하다. 1797년부터 성당으로 사용하지 않았지만 내부의 울림효과가 좋아 지금은 연주회장으로 사용하고 있다.
 
자연의 소리를 연주하는 자다르 '바다오르간'


구시가지를 돌아본 후 해변으로 나가면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세상에서 하나뿐인 '바다오르간'이 있다. 바다오르간은 해변을 따라 만든 75m의 산책로에 넓고 길게 계단식으로 만들어져 있다.

계단 하단에 35개의 파이프가 작은 구멍 안에 설치되어 있다. 파도의 크기, 속도, 바람의 세기에 따라 바닷물이 공기를 밀어내며 구멍 사이로 소리를 내는데 고래 울음소리처럼 들리기도 하고 파이프 오르간 소리처럼 들리기도 한다. 
  
 자다르 해변에는 바다가 연주하는 바다오르간이 있다. 35개의 파이프가 설치된 작은 구멍 안으로 파도가 밀려오면 파도의 크기, 속도, 바람의 세기에 따라 바닷물이 공기를 밀어내며 구멍 사이로 소리를 낸다. 사람들이 바다가 연주하는 자연의 소리를 들으며 계단에 앉아있는 모습
ⓒ 오문수

     
 여수 신북항방파제에 설치된 바다오르간 모습으로 자다르가 고향이라고 한다. 기사를 쓰기 위해 어제 촬영했다. 뒤에는 광양항을 오가는 배들이 정박해 있다.
ⓒ 오문수

   
바다오르간은 건축가 '니콜라 바시치'가 2005년에 만든 작품이다. 섬마을에서 자란 그는 파도가 칠 때 절벽에서 들려오는 소리와 파도에 부딪히는 뱃소리 등을 듣고 자랐는데 이 소리들이 바다오르간을 만들게 한 원동력이 되었다고 한다. 바다오르간은 2006년 유럽에서 '도시의 공공장소 상'을 받았다.
 
파도가 연주하는 노래 소리가 신기한 관광객들은 계단에 앉아 자연의 음악에 귀 기울이고 있었다. 필자가 '몇 년 전'까지만이라고 말한 이유가 있다. 5년 전 여수 '신북항방파제'에도 바다오르간을 설치했기 때문이다.
 
여수신북항방파제에 설치된 바다오르간의 원조는 자다르지만 여수신북항 바다오르간 소리가 훨씬 아름답다. 이유가 있다. 자다르 바다오르간은 파도가 한쪽에서만 몰려오지만 여수 바다오르간은 양쪽에서 파도가 몰아치고 있기 때문에 훨씬 더 아름다운 소리를 낸다.
  
 바다오르간 바로 옆에 설치된 '태양의 인사' 원형광장에서 하늘을 향해 뛰어 올랐다. 해를 본따 만든 22m의 대형 원형 광장에 태양열 전지판과 LED를 통해 햇빛을 저장해 두었다가 해가 지면 형형색색으로 변하는 색 때문에 나이트클럽을 연상케 한다
ⓒ 오문수

 
바다오르간 옆에는 니콜라 바시치의 또 다른 작품이 있다. 이른바 '태양의 인사'이다. 해를 본따 만든 22m의 대형 원형 광장에는 태양열 전지판과 LED가 조합해 한낮에 햇빛을 저장해 두었다가 해가 지면 아름다운 장관을 연출한다. 밤이 되면 형형색색으로 변하는 색 때문에 바다 위 나이트클럽을 연상케한다.

덧붙이는 글 | 여수넷통뉴스에도 송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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