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상병 동료 생존 해병 "거부권 대통령, 임성근 꼼꼼하게 지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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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 전역 직후 임 전 사단장 고발한 A씨, 채상병 1주기 입장문 발표
 19일 오전 경북 예천군 호명면서 수색하던 해병장병 1명이 급류에 휩쓸려 실종된 가운데?해병대?전우들이 침울한 표정으로 구조 소식을 기다리고 있다.
ⓒ 연합뉴스

 
고 채상병과 함께 물살에 휩쓸렸다 생존한 해병 A씨가 고인이 된 동료의 1주기를 맞아 임성근 당시 1사단장의 기소, 특검 설치 등을 요구하며 "이제 제 이야기에 응답해야 할 사람들의 차례"라고 밝혔다. 지난해 10월 전역한 A씨는 임 사단장을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공수처에 고소한 바 있다.
 
A씨는 19일 오전 군인권센터를 통해 발표한 입장문을 통해 "1년이 지났지만 매번 같은 말을 하는 것 외에 제가 더 해드릴 수 있는 이야기가 남아있지 않다. 바뀐 것이 없기 때문"이라며 이같이 전했다.
 
이어 "전역 이후로 제가 겪었던 일을 언론에, 수사기관에, 시사프로그램에 여러 차례 있는 그대로 말씀드렸다. 두려운 마음이 없지 않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진실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해서 한 일"이라며 "하지만 그 이후로 상황은 늘 제자리 걸음이다. 아니 오히려 더 뒷걸음질 쳤다고 생각한다"라고 강조했다.
 
더해 "물속에 빠진 저를 구해주셨던 수색조장까지 검찰로 넘긴 경북경찰청은 끝끝내 임 사단장을 무혐의 처리했다. 꼼꼼하게도 지켜줬다. 특검법을 통과시켜달라는 호소문도 써봤지만 대통령은 아랑곳하지 않고 바로 거부권을 행사했다"라며 "저는 공수처에서 수사 중인 임 사단장 고소 사건의 처리 결과를 기다리고, 무엇 때문에 수사가 엉망이 됐는지 박정훈 대령님의 재판을 지켜보고, 특검이 생겨서 진실이 밝혀지고 진짜 책임져야 할 사람이 가려지길 바라고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내년 ○○이(채상병) 기일에는 아무 눈치 보지 않고 ○○이를 추모하고 제 솔직한 마음과 감정들을 이야기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라며 "아무쪼록 ○○이가 그때까지 하늘나라에서 잘 지내고 있기를 바란다"라고 덧붙였다.
 
아래 A씨가 쓴 입장문 전문이다.

"제 이야기에 응답해야 할 사람들의 차례"
 
 22일 경북 포항 해병대 1사단 체육관인 '김대식관'에서 열린 고 채수근 상병 영결식에서 해병대원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채 상병은 지난 19일 오전 9시께 예천 내성천에서 실종자를 수색하던 중 급류에 휩쓸려 숨졌다.
ⓒ 연합뉴스

  
○○이가 떠나고 1년이 지났습니다.
 
올해도 어김없이 전국 곳곳에 폭우가 쏟아지고 피해를 입으신 분들이 많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대민지원을 나가 수해 복구를 위해 고생하시는 군인들이 있을 것입니다. 수해를 입으신 분들의 조속한 회복과 복구 작업에 투입된 분들의 안전을 바랍니다.
 
남 일 같지 않은 광경들을 보며 1년 전 물속에서 빠져나오던 순간이 떠오르곤 합니다. 하루가 멀다하고 뉴스에서 ○○이의 이야기를 접할 때면 어쩌면 그게 나였다면, 그렇다면 나는 누굴 원망했을까, 혹시 구하지 못한 나의 책임은 아니었을까, 그런 생각들이 쉽게 지워지질 않습니다. 제게 ○○이의 일이 언제나 현재진행형일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미안한 마음으로 ○○이의 명복을 빕니다.
 
몇 달 전, ○○이 어머니를 뵙고 왔었습니다. 아픈 마음 내색 안 하시고 제 건강을 계속 챙겨주시던 어머니 모습에 마음이 많이 무거웠습니다. 그 뒤로 경찰에 아들의 희생에 관여한 지휘관들이 합당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탄원서를 제출하셨다는 뉴스도 보았습니다. 모두가 1년을 7월 19일에 갇혀 지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남들은 힘들다고 가지 않으려는 해병대를 자원해서 간 저희와, 그런 저희를 노심초사 걱정해 주시던 부모님들이 왜 이런 벌 아닌 벌을 받으며 살아야 하는지 여전히 이해가 되질 않습니다.
 
많은 분들께서 채 상병 1주기를 맞아 생존병사들의 입장을 궁금해하시며 인터뷰를 요청하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응하지 못해 죄송한 마음입니다.
 
전역 이후로 제가 겪었던 일을 언론에, 수사기관에, 시사프로그램에 여러차례 있는 그대로 말씀드렸습니다. 두려운 마음이 없지 않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진실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해서 한 일이었습니다. 그러는 과정에서 임성근 사단장으로부터 제가 북한 사이버공격과 같은 행태를 한다는 저격도 당해봤습니다. 그래도 제 용기가 세상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을 거라 믿었습니다.
 
하지만 그 이후로 상황은 늘 제자리 걸음입니다. 아니 오히려 더 뒷걸음질 쳤다고 생각합니다. 물속에 빠진 저를 구해주셨던 수색조장까지 검찰로 넘긴 경북경찰청은 끝끝내 임성근 사단장을 무혐의 처리했습니다. 꼼꼼하게도 지켜줬습니다. 저도 보고 듣는 것이 있어 예상했던 결과지만 허탈하고 화가 나는 건 어쩔 수 없었습니다. 특검법을 통과시켜달라는 호소문도 써봤지만 대통령은 아랑곳도 하지 않고 바로 거부권을 행사했습니다.
 
1년이 지났지만 매번 같은 말을 하는 것 외에 제가 더 해드릴 수 있는 이야기가 남아있지 않습니다. 바뀐 것이 없기 때문입니다.
 
저는 공수처에서 수사 중인 임성근 사단장 고소 사건의 처리 결과를 기다리고, 무엇 때문에 수사가 이렇게 엉망이 되었는지 박정훈 대령님의 재판을 지켜보고, 특검이 생겨서 수사 결과 진실이 밝혀지고 진짜 책임져야 할 사람이 가려지길 바라고 있을 것입니다. 이제부터는 제가 아니라 제 작은 용기로 전했던 이야기에 응답해야 할 사람들의 차례입니다.
 
내년 ○○이 기일에는 아무 눈치 보지 않고 ○○이를 추모하고, 제 솔직한 마음과 감정들을 이야기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아무쪼록 ○○이가 그때까지 하늘나라에서 잘 지내고 있기를 바랍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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