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과 호수가 같은 색이 되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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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 흡스골의 화려한 오지 체험
▲ 흡스골 해돋이  호수에서 해가 떠오르고 있다
ⓒ 정명조

흡스골 가는 길은 쉽지 않았다. 칭기즈칸 공항에서 하루에 한 번 운항하는 비행기를 타고 므릉 공항에 1시간 만에 도착했다. 므릉 공항에서 흡스골 가는 버스에 올랐다. 2시간 반 정도 걸릴 것이라고 했다.
 
▲ 에긴강  흡스골 호수에서 흘러나오는 유일한 강이다. 이 강물이 바이칼호에 이른다
ⓒ 정명조

흡스골 가는 도중에 에긴강 줄기가 보이는 곳에서 쉬었다. 흡스골 호수에서 빠져나오는 유일한 강이다. 이 강이 오르혼강과 셀렝게강에 흘러 들어가 바이칼호까지 이어진다. 강줄기를 따라 푸른 초원에서 염소와 양들이 한가롭게 풀을 뜯고 있었다.

포장도로를 한 시간 반 정도 달렸다. 염소와 양 떼가 가끔 길을 막았다. 비포장도로에 접어들자, 사정이 달라졌다. 움푹 파인 곳이 많아 버스가 속도를 내지 못했다. 울퉁불퉁한 길을 곡예 운전했다. 산을 넘고 흡스골 호수가 보였다. 숙소까지는 호숫가로 난 길을 따라 35km를 더 들어가야 한다고 했다. 길을 따라 여행객이 머무는 게르가 줄을 이었다.

깊숙이 들어갈수록 버스가 가다 서기를 반복했다. 버스 기사가 내려 바퀴를 확인했다. 가이드가 내려 운전사에게 가야 할 방향을 손짓으로 알려주기도 했다. 마지막 2km를 남겨두고 버스가 멈췄다. 버스 기사가 내려서 앞뒤로 왔다 갔다 했다. 뾰족한 방법이 없는 듯 시간이 길어졌다.
 
▲ 걸어 가는 사람들  사람들 걸어가는 속도로 버스가 가고 있다
ⓒ 정명조

밖은 30도를 넘는 땡볕이었다. 에어컨을 켰지만, 성능이 좋지 않아 버스 안은 찜통이 되었다. 한두 사람이 버스에서 내렸다. 걸어가는 것이 빠르겠다며 모두 내려서 걸어가기 시작했다. 버스도 사람들 무게를 덜어내서인지 천천히 움직였다. 가이드가 숙소에 전화를 걸어 도움을 요청했다. 한참 가다 보니 승합차가 왔다. 사람들은 승합차에 나눠 타고 숙소에 도착했다.

버스도 짐을 싣고 도착했다. 게르에 들어가니 장작 난로에 불기운이 있었다. 새벽 6시에 울란바토르 호텔을 나와 13시간 만에 숙소에 짐을 풀었다. 비가 오기 시작했다. 천장에서 비가 샜다. 난로 연통을 타고 빗물이 들어왔다. 난로 주위에 빗물이 흥건히 고였다.
 
▲ 동틀 무렵  새벽 동쪽 호수 쪽 하늘이 밝아온다
ⓒ 정명조

우여곡절에도 게르에서 보낸 밤은 운치가 있었다. 초저녁에 피운 장작 난로 덕분에 방 기온도 적당했다. 새벽에 일어나 화장실에 가기 위해 밖으로 나오니 호수 쪽에서 동이 트고 있었다. 그믐달이 호수 위에 걸려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냈다.

체험 마당
 
▲ 숙소의 아침  하늘은 맑고 주위는 조용했다
ⓒ 정명조

 
▲ 말 떼  숙소 근방에서 말들이 풀을 뜯고 있다. 말은 다른 가축에 견주어 쓸모는 없으나 사회적 지위를 나타내기 때문에 많이 기른다고 했다.
ⓒ 정명조

새벽 공기가 차가웠다. 옷을 단단히 챙겨 입었다. 하늘이 맑았다. 말 떼도 한가롭게 풀을 뜯었다. 그제야 몽골에 온 것 같은 실감이 났다. 숙소를 한 바퀴 돌아본 뒤 호숫가를 산책했다. 바다 같은 호수가 속살을 드러냈다. 수정처럼 맑은 물이 아침 햇살을 받아 반짝거렸다.
 
▲ 흡스골 숲  호수 주위에 시베리아 낙엽송이 울창하다.
ⓒ 정명조

 
▲ 야생화 탐방  야생화가 핀 곳은 나무울타리가 쳐졌다.
ⓒ 정명조

아침을 먹고 야생화를 보러 갔다. 아기자기한 꽃들이 막 피어나고 있었다. 동물들이 들어가지 못하게 나무 울타리가 쳐졌다. 야생화가 보존되는 이유다. 다른 곳과는 달리 숲도 울창했다. 시베리아 낙엽송이 하늘을 찔렀다. 백 년 넘음직한 나무들도 있었다.
 
▲ 흡스골 호수  하늘과 호수는 물론 멀리 보이는 산조차도 파랗게 보인다.
ⓒ 정명조

 
▲ 바위배꼽섬  호수 배꼽 부분에 있다. 물속이 유리구슬처럼 맑고 투명하다.
ⓒ 정명조

 
▲ 숙소 뒷산  호수에서 바라보는 숙소 쪽 뒷산도 파랗다.
ⓒ 정명조

보트를 타고 호수를 달렸다. 어디까지 호수고 어디서부터 하늘인지 온통 파랗다. 호수 바닥이 훤히 보였다. 물고기가 있다고는 하나 한 마리도 보이지 않았다. 멀리 보이는 하뜽후이(바위배꼽)섬을 한 바퀴 돌았다. 호수의 배꼽 부분에 있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수많은 갈매기가 살고 있다. 산란기라서 더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섬 가까이 다가가자 큰 소리를 내며 보트 주위를 시위하듯 맴돌았다.
 
▲ 승마 체험  말을 타고 호수 가장자리를 돌았다.
ⓒ 정명조

승마 체험도 했다. 말을 타고 호수 가장자리를 돌았다. 가이드의 우려 섞인 말에 몇몇 사람이 말 타는 것을 포기했다. 알려준 대로 말 앞으로 돌아 왼쪽에서 말에 올라 안장에 앉았다. 말이 걷기 시작하자 종아리에 힘이 들어갔다. 안내하는 말에 무릎이 자주 부딪쳤다. 어느 정도 지나자 금세 익숙해졌다. 염소와 양, 소, 말, 야크 무리를 만났지만 자연스럽게 지나갔다. 달려보고 싶은 충동이 일었으나 안내하는 사람을 설득할 수 없었다.
 
▲ 캠프파이어  불길이 치솟아 불티가 하늘로 날아올랐다.
ⓒ 정명조

모든 체험이 끝나고 숙소에 들어오자, 하늘에 먹구름이 몰려왔다. 저녁밥을 먹을 때 번개와 천둥이 치며 불이 나갔다. 비바람이 몰아쳤다. 별빛 산책은 포기했다. 밤늦게 비가 잦아들자, 캠프파이어 한다는 연락이 왔다.

불더미가 만들어지고 빠른 음악이 흘러나왔다. 사람들이 몸을 흔들었다. 불길이 치솟으며 불티가 공중으로 날아올랐다. 은하수 대신 불티가 밤하늘을 수놓았다. 불길이 사그라져도 사람들이 자리를 뜨지 않았다.

해돋이
 
▲ 새벽 정경  호수 쪽이 밝아지고 있다.
ⓒ 정명조

   
▲ 해돋이  호수에서 해가 뜨고 있다.
ⓒ 정명조

 
▲ 해 뜨기 직전  하늘도 호수도 붉게 물들었다.
ⓒ 정명조

마지막 날 아침에도 일찍 잠에서 깼다. 동쪽 하늘이 붉게 물들기 시작했다. 서둘러 호숫가로 나갔다. 호수 위로 해가 나오고 있었다. 하늘도 호수도 온통 빨간 빛이었다. 잊지 못할 장면이 연출되었다.

지난밤에 나간 불은 게르를 떠날 때까지 들어오지 않았다. 어둠 속에서 짐을 쌌다. 여행 가방을 먼저 버스로 실어 보냈다. 컵라면을 국물 삼아 볶음밥을 먹었다. 승합차를 타고 한 시간 반을 달려 흡스골 호수를 벗어났다. 멀미가 심한 사람이 앞자리로 자리를 옮겼다. 비포장길이 끝나는 곳에 가방을 실은 버스가 기다리고 있었다.

오지 체험은 끝났다. 버스에서 내려서 걸어가고, 게르에 비가 새서 수건으로 바닥을 닦고, 불이 나가서 핸드폰 손전등을 이용했다. 그러나 야생 파 뿌리로 양념장을 만들어 상추쌈하고, 양고기의 느끼한 맛을 잡으려 김치와 깻잎을 곁들이고, 열무김치 비빔밥으로 입맛을 돋우고, 잔치국수로 배를 채우고, 카페에 앉아 생음악으로 이장희의 노래를 들었다.

비록 흡스골에서 은하수를 보지 못했지만 화려한 오지 체험이었다. 몽골 대초원의 호수 흡스골의 경이로움을 느낀 여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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