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MZ여자들] 재개발이 되면 좋은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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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현황을 바라보는 모순적인 마음도서관 치유 글쓰기 프로그램에서 만나 시민기자가 된 그룹입니다. 20대(Z), 30대(M), 40대(X)까지 총 6명의 여성들로 이뤄진 그룹 'XMZ 여자들'은 세대간의 어긋남과 연결 그리고 공감을 목표로 사소하지만 멈칫하게 만드는 순간을 글로 씁니다. <편집자말>

재개발 현장과 가까운 곳에서 거주하다 보면 종종 궁금하지 않은 것들을 알게 될 때가 있다. 이를테면 공사를 시작하는 시간이나 끝나는 시간이라던가, 아파트를 짓기 위한 과정과 필요한 중장비 같은 것들 말이다. 전부 매일 아침 공사 소리에 눈을 뜨고 집밖을 나설 때 보이는 것들을 눈에 담으며 알게 된 것들이다.

얼마 전부터는 집을 나설 때면 공사장 외벽 너머로 우뚝 솟은 타워크레인이 보였다.  카페를 다녀오는 길에 생긴 모델하우스에는 목표치 달성을 축하하는 현수막도 걸렸다.  재개발이 한창 진행 중인 이곳에서 아파트, 부동산, 분양 등등 멀기만 했던 단어들을 자주 마주하게 되었다. 
 
 부동산
ⓒ Pixabay

때문에 전에는 관심도 없었던 부동산 관련 소식들이 자주 눈에 띄었다. 언제부터인가 꾸준히 보였던 부실공사나 전세사기를 포함한 온갖 이슈들을 눈여겨 보고 있었다. 그 중 가장 눈에 띄었던 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김포 장릉 근처에 아파트를 지은 건설사가 끝내 승소를 했다는 기사였다(관련기사 : '왕릉뷰 아파트' 공사 중지 명령에 반발한 건설사, 2심도 모두 승소 2023.11.3).

사람들의 의견은 둘로 나뉘었다. 문화유산의 가치를 훼손하는 일이라 하는 사람들도, 해피엔딩이라며 좋은 선례가 될 거라 말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예상하지 못한 결과와 사람들의 반응이 둘로 나뉜 것까지 전부 충격이었다.

무언가를 얻기 위해서는 포기해야 하는 것이 있다지만 그게 문화유산이었어야 할 이유가 있었을까. 어른들의 복잡한 사정이려나, 아니면 아파트가 그정도로 중요한 걸까. 그런 의문을 가지게 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무렵 길가에서 낯선 현수막을 보게 되었다.

'신속통합기획'이라는 생소한 단어가 포함된 문구가 눈길을 끌었다. 재개발 설명회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었지만 이미 적혀 있는 일시가 한참 지난 뒤였기에 그건 중요한 정보가 아니었다.

그래도 우리 동네에 무슨 일이 일어나는 건지는 알아야 할 것 같아 집에 도착하자마자 인터넷에 방금 본 단어를 검색했다. 신속통합기획, 서울시에서 신속한 사업추진을 지원하는 공공지원계획이라고 한다.

낡고 오래된 주택과 지역을 정비하는 다양한 사업을 하고 있다고. 요약하자면 재개발과 재건축에 필요한 절차를 줄여 사업기간을 단축하는 기획이었다. 그러니까 그 현수막은, 이곳에 또 재개발을 하겠다는 소식을 전하고 있던 것이다. 

 "또?"

여러 블로그에 친절하게 설명되어 있는 글을 읽은 후 할 수 있는 말은 그것 뿐이었다. 그리고 동시에 여전히 아파트 단지가 들어설 땅을 파내고 있는 근처에 재개발 현장이 떠올랐다. 재개발 동의와 진행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고 했던 곳이다. 그와 비슷하게 아직 남아있는 주택가도 재개발을 한다는 이야기를 여러 번 전해듣기는 했었다. 이렇게 성큼 코앞으로 다가올 줄은 몰랐지만.

관련 소식을 여럿 찾아보면서 기쁘지도 좋지도 않은 묘한 감정이 들었다. 어찌됐든 이곳에서 자라며 봐왔던 추억 가득한 장소들이 사라질 거라는 소식이 반갑기만 할 리는 없었다. 더하여 주민들을 위한다는 말 뒤에 이루어지는 재개발은 주민이라는 범주에 자가(自家)나 돈이 없는 사람들은 포함하지 않았고 그들이 그런 사정까지 봐줄 리는 만무해보였다.

집과 돈이 있는 사람들에게는 기회가,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막막함을 주는 소식이었다. 재개발을 하는데 그곳에 살던 주민이 쫓겨날 수도 있다니 그럼 대체 누구를 위한 재개발인 걸까.

집주인인 할머니와 할아버지는 집으로 날아오는 재개발 동의서 때문에 모를 수가 없었다고 한다.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공시지가와 실거래가, 평당 가격 같은 머리 아픈 단어들을 이해함과 동시에 생각하기를 포기했다. 있지도, 없지도 않은 중도의 사람들은 뭐가 더 좋은 건지 계산기를 두드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것만 알 수 있었다. 한 마디로 머리 아픈 일이 가득하다는 뜻이었다.

이제는 정이 들어버린 익숙한 주택가를 노후화 된 곳이라 부르는 것도, 20년 가까이 머무른 이 동네를 떠나야한다는 것도 싫었다. 하지만 현실을 알아갈수록 한가하게 추억을 말할 때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관련 내용을 다루던 포스팅 글에는 희망적인 이야기뿐이었는데 정작 여기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현실은 마냥 그렇지도 않았다.

덕분에 모르고 살았을 부동산 관련 지식만 늘었다. 인구는 점차 감소하는 추세라던데 아파트는 왜 그렇게 지어대고 또 원하는 건지. 여전히 소시민은 이해하기 어려운 일들 투성이다. 아직 알아가야 할 것들이 너무나 많다.

group XMZ여자들 : https://omn.kr/group/XMZ2023
그룹 'XMZ 여자들'은 세대간의 어긋남과 연결 그리고 공감을 목표로 사소하지만 멈칫하게 만드는 순간을 글로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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