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박에 줄무늬가 있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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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나가키 히데히로의 <식물의 발칙한 사생활>을 읽고서2차 장마가 지나간 틈을 내서 텃밭에 풀을 맸다. 참깨도 쑥쑥 자라고 있고 고구마 순도 쭉쭉 뻗어가는데 그 속에 숨어 있는 김을 맨 것이다. 그런데 고구마 순 사이에 작은 구멍이 눈에 들어온다. 유심히 살펴보니 그곳에 개미 떼가 서식하고 있다.
 
왜 하필 그곳에 개미 떼가 사는 걸까? 특별한 먹잇감도 없을 텐데 말이다. 나는 고구마가 자라는 데 방해가 될까 싶어 그 구멍을 파헤쳤다. 그랬더니 자기들의 안식처가 파괴된 것을 알았는지 개미 떼들이 피난길에 오른다.
 
"누에콩이나 벚나무, 예덕나무, 감제풀, 고구마 등 누구나 아는 친근한 식물도 잘 살펴보면 잎겨드랑이 부분에 꿀샘이 있어 개미가 모인다. 종류는 달라도 어떤 식물이든 개미를 고용하려고 안간힘을 쓴다."(40쪽)
 
이나가키 히데히로의 <식물의 발칙한 사생활>에 나오는 내용이다. 이 책을 읽지 않았다면 개미가 식물들에게 그토록 귀한 대접을 받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 개미를 경호원으로 고용한 식물들이 그만큼 많다고 하니 놀랍다. 그만큼 개미는 해충을 몰아내기도 하고 씨앗도 옮기는 데 충실하단다.
 
그렇다면 개미는 진딧물도 기꺼이 쫓아내야 하지 않을까? 하지만 식물의 즙을 빨아먹는 진딧물은 개미가 못 쫓아 낸다고 한다. 이유가 뭘까? 진딧물은 식물이 만드는 꿀보다 더 달콤한 감로를 엉덩이에서 분비하면서 개미를 유혹하기 때문이란다. 그러니 식물의 해충인 진딧물 앞에서는 개미가 오히려 경호원을 자처한단다.

  
▲ 책겉표지 이나가키 히데히로의 〈식물의 발칙한 사생활〉
ⓒ 문예춘추사

 
이 책을 쓴 히데히로는 일본의 대표적인 식물학자이자 농학박사다. 그는 농업을 연구하면서 잡초나 곤충에 관한 저술과 강연도 겸하고 있다. 그는 여태껏 지켜보고  연구한 식물들이 어떻게 생존전략을 구사하고 있는지, 또 인간에게 어떤 이로움과 교훈을 주고 있는지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100세 시대를 내다보며 건강 프로그램이 많이 등장한다. 거기에 빼놓지 않는 게 폴리페놀과 각종 비타민이다. 대부분 식물에서 유래한 항산화 물질이다. 그것들은 노화 방지와 피부미용에 탁월한 것들로 소문이 나 있다. 식물에서 유래한 천연성분이니 그 자체만으로도 믿는 신뢰하는 것들이다.
 
그런데 식물은 본래부터 인간에게 이로움을 주고자 그런 성분을 만들어낸 걸까? 이 책은 전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려준다. 오히려 식물은 병원균과 싸우면서 자신을 보호하고 정화하기 위해서 그런 물질들을 생성하고 있었다.
 
일단 병원균이 식물을 향해 침투하면 식물은 세포벽을 봉쇄하지만 기공에 침투하면 항균물질로 병원균과 전면전을 치른다고 한다. 이길 수 없으면 식물세포는 자폭한다고 한다. 그런 격전 이후 지뢰밭이 남은 것처럼 대량의 활성산소가 남는데 그 독성을 해소하고자 폴리페놀과 비타민 같은 항산화 물질을 방출한다고 한다. 인간은 그런 물질로 노화 방지나 피부미용에 이용하는 것이다.
"수박의 독특한 줄무늬 역시 새나 동물 눈에 띄기 쉽게 발달한 것이다. 그렇게까지 해서라도 수박은 먹히려 한다. 그러고보면 씨를 삼키지 않고 용기에 뱉어버리는 인간은 아주 밉살스런 존재다."(78쪽)
 
여름철에 많이 먹는 수박에 관한 이야기다. 아프리카가 원산지인 수박은 그곳 사람들에게 수분 보급원으로 귀한 대접을 받는다고 한다. 그런데 수박에 독특한 줄무늬가 있는 것은 새나 동물에게 쉽게 눈에 띄도록 하기 위함이란다. 그래야 쉽게 먹힐 수 있고, 그를 통해 씨앗도 손쉽게 옮길 수 있기 때문이란다. 수박의 줄무늬는 수박  나름의 생존전략인 셈이다.
 
그 밖에도 이 책은 식물 줄기에 무수하게 달린 잎이 몇 도씩 차이가 있는지, 곤충이 좋아하는 꽃 색깔이 왜 다른지 알려준다. 숲속의 피톤치드도 곤충이나 병원균이 다가오지 못하게 내 품는 독성물질인데 인간은 그것의 자극을 받아 몸이 활성화된다는 것도 알게 한다. 멜론과 수박을 함께 넣어두면 수박이 상하는 이유도, 사과와 감자를 함께 넣어두면 감자의 싹이 나지 않는 생활의 지혜까지도 일깨워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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