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노조 "경영위기" 파업선언, 이재용 리더십 도마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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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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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만8000명 조합원 둔 전삼노 "6월 7일 연차사용, 24시간 농성시작"
▲ 삼성전자노조, 파업선언! 삼성전자노조가 2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에서 '본격 입장 선언 기자회견'을 열었다.
ⓒ 이정민

 
삼성전자 노동조합이 29일 파업을 선언했다. 1969년 삼성전자가 세워진 이후, 노조 파업은 처음이다. 최근 삼성전자 위기설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노조 파업까지 이어지면서 이재용 회장의 리더십이 다시 도마 위에 오르게 됐다.

삼성전자의 사내 최대 노조인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아래 전삼노)은 이날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노동자를 무시하는 사측의 태도에 더 이상 참을수 없다"면서 "이 순간부터 파업을 선언한다"고 밝혔다.

현재 삼성전자에는 모두 5개 노조가 있다. 이 가운데 반도체사업을 맡고있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을 중심으로 구성된 전삼노가 가장 큰 규모다. 현재 전삼노 조합원 수는 2만8000여 명이며 지난해 말부터 성과급에 대한 불만 등으로 조합원이 크게 증가했다. 작년 DS 부문에서만 14조8000억 원의 적자를 내, 초과이익성과급(OPI) 지급률은 0%였다. 

삼성전자 최대 노조 전삼노 "더이상 못 참겠다... 지금은 경영위기"
 
▲ 삼성전자노조, 파업선언! 삼성전자노조가 2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에서 '본격 입장 선언 기자회견'을 열었다.
ⓒ 이정민

 
전삼노는 회사 쪽과 올해 1월부터 교섭을 진행해왔다. 지난 28일에도 노사는 임금협상을 위한 본교섭을 이어 나갔다. 하지만 회사 쪽 인사 2명에 대해 노조 쪽에서 부적절한 인사라며, 교섭 배제를 주장했지만 회사 쪽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노조는 이미 회사 쪽의 임금인상안 등에 반발해 중앙노동위원위원회의 조정 중지 결정, 조합원 찬반투표 등을 거쳐 쟁의권을 확보한 상태다.

전삼노는 29일 기자회견을 통해 "회사는 지난 10년간 위기라고 외쳐왔다"면서 "하지만 노동자가 정당한 처우를 받지 못하는 위기가 더 크며, 노조 리스크라고 얘기하지만 지금은 경영 위기 사태"라고 주장했다.

노조는 파업 지침 1호로 오는 '6월 7일 단체 연차 사용' 카드를 꺼내 들었다. 2만8000여 명에 달하는 조합원이 한꺼번에 연차를 사용해, 공장 가동 등에 차질을 주겠다는 것. 또 이날부터 노조 집행부 등은 삼성 서초 사옥 앞에서 24시간 농성을 진행하기로 했다.

노조 관계자는 "2022년과 2023년에도 임금 교섭과정에서 사쪽의 일방적인 태도에 조정 신청을 통해 쟁의권을 가졌지만 파업까지는 하지 않았다"면서 "올해 들어서도 사쪽은 노골적으로 노조를 무시하는 행태를 이어오고 있다"고 파업의 정당성을 설명했다.

전삼노 쪽은 향후 파업 지침 2호, 3호 계획 등도 공개할 예정이라며, 총파업까지 염두에 둔 행보를 이어갈 방침이다.

삼성전자의 내우외환... 반도체 위기설에 노조 파업까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28일 서울 중구 한 호텔에서 열린 빈 자이드 알 나하얀 아랍에미리트(UAE) 대통령과의 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에 삼성전자는 공식적인 반응은 자제하면서, 실제 파업에 따른 영향 등 대책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특히 최근 DS 부문 최고경영자를 전영현 부회장으로 전격 교체하면서, 반도체 위기설에 적극 대응하는 과정에 노조 파업이라는 새로운 변수를 만나게 됐다.

한종희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은 지난 3월 주주총회에서 노조 파업 가능성에 대해 "노조가 파업할 경우 노동관계 법령이 허용하는 범위안에서 가용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경영 생산 차질을 최소화할 계획"이라고 말했었다.

회사 내부에서도 노조의 첫 파업에 따른 생산차질 등은 미비할 것으로 예상도 나온다. 파업 예정인 6월 7일이 현충일과 주말 사이에 낀 징검다리 휴일이어서, 이미 휴가를 내려던 직원이 많다는 것. 또 노조 집행부의 단체 연차 휴가 소진에 조합원이 얼마나 실제로 동참할 지도 미지수라는 것이다.

회사 관계자는 "반도체 업황이 여전히 불확실한 상황에서 노조의 파업 선언이 안타까운 측면도 있다"면서 "향후 파업에 따른 생산 차질 등을 면밀히 검토해, 최소화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재계 일부에서는 "삼성전자를 둘러싸고 내외부적으로 위기설이 여전한 상황에서 노조 파업에 따른 노사간 불확실성까지 겹치게 됐다"면서 "불법경영권 승계 2심 재판이 시작되는 이재용 회장 입장에선 노사문제까지 어떻게 해결해야할 지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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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많은 분들께 배우고, 듣고, 생각하는 고마운 시간입니다. 오마이뉴스에서 사회경제부장을 맡고 있는 김종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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