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 끝이 보인다…美 금리인하 가능성 높이는 신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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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춘욱의 경제와 투자] 국제 상품 가격 안정, 이민자 대거 유입으로 임금 상승 압력 약화

미국 6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020년 5월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뉴시스]
7월 11일(현지 시간) 미국 노동부가 발표한 6월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기 대비 3% 상승에 그쳤다. 특히 월간 상승률이 2020년 5월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0.1%)를 기록하는 등 인플레이션 위험이 한풀 꺾인 것으로 나타났다. 2022년 6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9.1%에 이르렀던 것을 감안하면 놀라운 변화가 아닐 수 없다.

6월 미국 소비자물가, 4년 만에 전월 대비 -0.1%
인플레이션이 진정세로 접어든 데는 여러 요인이 영향을 미쳤지만, 가장 직접적 원인을 고른다면 국제 상품 가격 하락을 들 수 있다. ‘그래프1’은 국제유가와 식량 가격의 관계를 보여주는데, 매우 밀접한 연관을 맺고 있음이 확인된다. 이런 현상이 나타난 이유는 바이오연료에 대한 보조금 지급 때문이다.

바이오연료는 콩이나 옥수수 등 녹말(전분) 작물에서 포도당을 얻은 뒤 이를 발효시켜 만든 에너지원을 말한다. 바이오 에탄올은 휘발유를 대신해 사용되고 주로 옥수수로 만든다. 바이오 디젤은 콩기름이나 유채기름 등 식물성 기름이 원료이며 경유를 대체하거나 혼합된다.

다만, 바이오연료는 연비가 좋지 않아 국제유가가 쌀 때는 최저 수준으로 혼입하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원유 가격이 상승하면 바이오연료 사용량이 급격히 증가한다. 미국과 유럽연합은 10%, 인도는 7.5% 상한까지 바이오연료 혼입 비율이 높아지는 것이다.

결국 2022년부터 시작된 강력한 곡물 가격 상승 및 하락 현상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산 곡물 수확량 감소 우려뿐 아니라, 원유 가격 급등이 불러온 현상임을 알 수 있다. 다행히 지난해 10월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발발 이후 석유 생산 차질에 대한 불안이 높지 않은 만큼 앞으로도 곡물 가격은 인플레이션 감퇴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AI 혁명發 생산성 향상, 이민자 증가
에너지 및 곡물 가격 상승보다 더 무서운 인플레이션 요인은 바로 단위노동비용이다. 단위노동비용은 근로자의 체감 인건비라고 볼 수 있다. 즉 근로자의 임금 대비 생산성 수준을 측정한 것인데, 이 비용이 올라가면 기업의 비용 구조 악화로 이어진다.

기업들은 단위노동비용이 상승할 때 두 가지 선택지 앞에 서게 된다. 첫 번째는 가격 인상인데, 이는 새로운 경쟁자를 불러들일 위험이 있다. 두 번째 선택지는 마진을 축소해 버티는 것인데, 이때 주주들이 수익성 악화를 참지 못하고 경영자를 교체할지도 모른다. 따라서 단위노동비용 상승 초기에는 마진 악화를 감내하며 견디지만, 장기화될 경우에는 결국 제품 가격 인상에 나설 수밖에 없다. 1970년대 발생했던 강력한 인플레이션도 단위노동비용의 끝없는 상승 때문에 생긴 현상이었다.

그렇다면 최근 미국 단위노동비용 상승률은 왜 계속해서 줄어드는 것일까. 무엇보다 인공지능(AI) 혁명으로 경제 전반의 생산성 향상이 지속되는 데다, 이민자가 대거 유입되면서 임금 상승 압력이 약화된 데 원인이 있다. 실제로 2023년 한 해에만 미국 남서 국경 지역에서 체포된 불법 입국자가 240만 명을 넘어설 정도다. 코로나19 팬데믹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가 풀린 데다,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가 상대적으로 이민에 우호적 태도를 취하면서 이민 폭발 현상을 일으킨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중동 지역의 새로운 지정학적 위기 같은 외부 충격이 발생하지 않는 한, 미국 인플레이션은 점차 완화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의 금리인하 가능성을 높이면서 달러 강세를 누그러뜨리는 계기로 작용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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