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테오젠 주가 급등, 머크 면역항암제 피하주사 기술력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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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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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들어 주가 3배 수준으로 상승하며 코스닥 시가총액 2위 등극

1월 9만8500원으로 출발한 주가는 6월 27일 장중 한때 29만8500원을 찍었다(그래프 참조). 7월 3일 종가 기준 25만8500원으로 조정받고 있기는 하지만, 시가총액 13조7389억 원으로 코스닥시장 2위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엄민용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이 기업의 현 시가총액에 대해 “굉장히 저렴한 가격으로 보고 있다”면서 “향후 40조~50조 원 이상 갈 수 있는 기업”이라고 공개적으로 밝히기도 했다.

‌바이오 플랫폼 기업 알테오젠이 올해 들어 거침없이 질주하고 있다. 이런 기업가치 상승 배경에는 글로벌 매출 1위 의약품 키트루다가 있다. 미국 빅파마 머크(MSD)의 면역항암제 키트루다는 지난해 매출 250억 달러(약 34조5000억 원)를 기록하며, 2위를 차지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백신 코미나티(153억 달러·약 21조 원)와 3위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휴미라(144억 달러·약 19조9500억 원)를 크게 앞섰다.

글로벌 매출 1위 키트루다에 독점 기술 수출
글로벌 매출 1위 의약품 키트루다. [머크 제공]
면역항암제는 1세대 화학항암제, 2세대 표적항암제에 이은 새로운 방식의 항암제다. 기존 항암제는 암세포를 직접 공격하지만, 면역항암제는 암 환자의 면역력을 키워 암과 싸우게 한다. 키트루다의 이런 새로운 치료 방식은 폐암을 시작으로 두경부암, 요로상피암, 식도암, 자궁내막암, 위암, 소장암 등 수십 가지 암종에 치료 효과를 내면서 시장을 확대해가고 있다. 2020년 144억 달러였던 매출이 2021년 172억 달러, 2022년 209억 달러, 지난해 250억 달러로 급성장한 이유다.

하지만 이렇게 잘나가는 키트루다도 고민을 안고 있다. 한국에서는 2028년 6월, 미국에서는 2029년 11월, 유럽에서는 2031년 1월 특허가 만료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이에 국내를 비롯한 전 세계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품) 개발사들이 키트루다의 거대 시장을 노리고 있으며, 머크도 적극적으로 특허 방어에 나섰다. 무엇보다 머크는 핵심 특허인 물질특허 외에도 제형 개선을 통한 전면적인 특허 연장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키트루다는 혈관에 약물을 투여하는 정맥주사(IV) 제형으로만 출시된다. 이 때문에 투약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단점이 있다. 머크는 이 제형을 피하주사(SC) 제형으로 바꾸려 하고 있다. 피하주사는 피부와 근육 사이에 존재하는 피하조직에 약물을 주사하는 방식으로, 정맥주사보다 체내 흡수 속도는 느리지만 투약 시간이 5분 이내로 짧다는 장점을 지닌다. 만약 이 시도가 성공하면 신규 특허로 인정되기 때문에 2036년까지 특허로 보호받을 가능성도 커진다.

그러면서 머크가 손을 내민 곳이 바로 국내 바이오 플랫폼 기업 알테오젠이다. 현재 전 세계에서 이 기술력을 가진 곳은 미국 할로자임과 알테오젠 두 기업뿐이다. 2008년 설립된 알테오젠은 처음부터 신약이 아닌 바이오베터(제형을 바꾸거나 효능을 높이는 플랫폼 비즈니스) 개발에 주력했다. 그리고 2018년 7월 세계에서 두 번째로 IV를 SC 제형으로 바꾸는 ‘인간 히알루로니다제(ALT-B4)’ 플랫폼 기술을 확보했다. 해당 기술의 특허 기간은 2040년까지다.

알테오젠과 머크가 ALT-B4 기술 수출 계약을 처음 체결한 것은 2020년 6월이다. 당시 계약은 비독점 방식이었다. 플랫폼 기술은 계약 상대가 한곳에 한정되지 않고 여러 번 기술 수출이 가능하다. 하지만 올해 2월 양사의 ALT-B4 기술 수출 계약은 비독점에서 독점으로 변경됐다. 이는 머크의 요청에 의한 것으로, ALT-B4 독점 계약을 통해 수많은 글로벌 제약사가 알테오젠 플랫폼을 통해 키트루다SC 바이오시밀러를 출시할 가능성을 선제적으로 차단한 셈이다. 머크는 알테오젠의 기술을 활용한 피하주사 제형의 임상을 올해 안에 마치고 내년 제품을 내놓을 예정이다.

알테오젠은 이번 독점 계약에 따라 계약금 2000만 달러(약 276억3600만 원)와 함께 키트루다SC 품목 허가 및 특허 연장, 누적 순매출 등에 따라 4억2000만 달러(약 5803억 5600만 원)의 추가 마일스톤(단계별 지급료)을 받기로 했다. 또 최종 마일스톤 대금 수취 이후에는 키트루다SC 판매 금액(순매출)에 따라 일정 비율의 로열티를 받는 조건도 추가됐다. 앞선 계약 과정에서 확보한 마일스톤을 더하면 1조4000억 원 규모다.

5월 미국에서 열린 임상종양학회(ASCO)에서 머크 측이 키트루다와 모더나의 메신저리보핵산(mRNA) 백신을 함께 사용한 임상 2b상 결과를 발표하면서 “키트루다가 획득한 모든 적응증을 SC 제형으로 전환할 수 있다”고 언급해 알테오젠 주가 상승에 날개를 달았다. 또한 비슷한 시기 머크가 알테오젠의 기술 없이 자체 개발 중이던 키트루다SC 저용량 임상 3상을 실패한 점도 알테오젠의 기술력을 부각하는 계기가 됐다.

박순재 대표 주식 부호 9위에 올라
증권가에서는 알테오젠 주가가 더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한다. 하현수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빅파마부터 빅바이오테크까지 파이프라인을 확대하고 있는 ADC(항체-약물 접합체)도 SC 제형화를 목표로 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알테오젠 기업가치는 계단식으로 상승할 것”이라고 말했다.

알테오젠은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매출 349억 원, 영업이익 173억 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지난해 동기보다 3배 넘게 늘고, 흑자 전환에도 성공했다. 기업가치 상승에 힘입어 박순재 알테오젠 대표도 주식 부호 10위권에 진입했다. 7월 4일 기업데이터연구소 CEO스코어 발표에 따르면 7월 1일 기준 국내 상장사 개별 주주의 보유 주식 및 지분가치를 조사한 결과 박 대표는 보유 주식가치가 전월(2조310억 원) 대비 39.4% 상승한 2조8322억 원으로 주식부호 9위에 올랐다. 연세대 생화학과를 졸업한 박 대표는 LG화학(옛 럭키화학), 한화석유화학, 바이넥스 등을 거쳐 2008년 알테오젠을 창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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